(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오재원 때문에 퇴근 늦어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내야수 오재원의 은퇴가 발표된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두산과의 경기를 준비 중이던 이강철 kt 감독은 오재원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독한 연습벌레였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 감독은 2017 시즌 두산 2군 감독, 2018 시즌 1군 수석코치로 오재원과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주전 2루수이자 주장이었던 오재원을 실질적으로 가까이에서 지켜본 건 2018년 단 1년이지만 이 감독은 오재원의 독종 기질을 도저히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두산 수석코치로 있을 때 지켜본 오재원은 근성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 방망이가 조금만 안 맞아도 퇴근을 안 하는 선수였다"며 "늦은 밤까지 타격 훈련을 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코치들이 단체로 퇴근을 못하니까 내가 나서서 제발 좀 집에 가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고 웃었다.
또 "오재원만 그런 게 아니었다. 김재환도 그렇고 주전 선수들이 홈 경기가 끝나고 훈련하는 게 일상이었다"며 "나이 어린 후배 선수들은 야구 잘하는 선배들이 그렇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퇴근을 하겠나. 정말 될 때까지 연습하는 그런 선수였다"고 치켜세웠다.
오재원과 3차례(2015~2016, 2019)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봤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리더로서 오재원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자기 야구를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선수단까지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 속에서도 제 몫을 잘 해줬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오재원이 야구와 주장을 동시에 하면서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데. 주장 역할을 정말 충실히 잘해줬다"며 "오재원이 팀을 잘 이끌어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김 감독이 특히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상대와의 '기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는 오재원의 승부 근성을 높게 샀다.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췄던 김재호와 나란히 내야에 서있으면 강한 '기'가 그라운드를 감쌌다고 돌아봤다.
오재원과 '영혼의 파트너'였던 김재호도 오재원을 "그라운드에서 정말 열정적이었던 선수, 두산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다른 팀 팬들에게는 많은 미움도 받았던 선수"였다고 정의했다.
다만 "선수로서 그런 매력을 쉽게 가질 수는 없다. 항상 최선을 다했고 후배들은 이런 오재원을 보고 배웠다"며 "아쉽게 은퇴하게 됐지만 오재원의 열정은 많은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헌사를 남겼다.
김재호의 경우 지난달 컨디션 회복을 위해 열흘 남짓 2군에 머무르면서 오재원의 은퇴 의사를 본인에게 들었다. 두 사람의 전성기, 두산의 중흥기가 비슷한 시점에 찾아왔고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기에 오재원이 유니폼을 벗는 일은 여느 선후배가 그라운드를 떠나는 것보다 묘한 감정을 느꼈다.
절친한 후배 허경민도 "(오) 재원이 형은 정말 엄격하기도 했지만 두산에서 야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셨다"며 "두산하면 허슬두인데 허슬두라는 단어가 보일 떄면 재원이 형이 떠오를 만큼 강렬한 선수였다. 너무 든든한 선배였고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인사를 남겼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