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4.20 07:16 / 기사수정 2011.04.20 07:16
레알 마드리드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릴 '2010/11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와 격돌한다.
이번 엘 클라시코는 18일 동안 무려 4번의 맞대결이라는 유례 없는 대진이 성사돼 기대감을 모았다. 지난 10일 바르셀로나와의 리그 32라운드에서는 1-1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수적인 열세에도 견고한 수비력을 선보인 끝에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선전했다.
최근 2년 동안 철저하게 열세를 보였던 바르셀로나를 맞아 5연패에서 벗어난 점은 큰 수확이었다.
이제 남은 코파 델 레이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거성' 바르셀로나를 넘어서야 한다.
0-5 참패에서 얻은 교훈은?
무리뉴 감독은 지난 11월 30일 열린 13라운드 바르셀로나전에서 생애 최고의 굴욕을 맛봤다. 첼시, 인터 밀란 감독 시절 바르셀로나를 요리했던 무리뉴였기에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오히려 승부는 싱겁게 갈렸다.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든 무리뉴 감독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고, 미드필더와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 비야-메시-페드로 스리톱의 스위칭을 제어하는데 주력했다. 왼쪽 미드필더 앙헬 디 마리아가 대폭 뒤로 물러서며 파이브백을 만들거나 혹은 사비 알론소가 포어 리베로의 역할을 겸하는 대형을 유지했다.
최종 수비 라인 앞에는 3~4명이 두텁게 막을 형성해 바르셀로나 공격에 맞섰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의 역습에 오히려 허를 찔렸다. 메시는 전방에서의 움직임 대신 미드필드로 내려와 예리한 패스를 공급했고, 사비는 평상시 부여받은 볼 배급의 임무 대신 빈번한 2선 침투로 수비를 교란했다.
사비는 2선 침투로 선제골을 성공시켰고 메시는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통해 2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허용한 5골 가운데 스루 패스에 이은 실점만 3골에 달했다. 중원에서 알론소-케디라 콤비는 바르셀로나의 패스 플레이에 농락당했고, 결국 참담한 결과를 겪어야 했다.
무리뉴의 결단은 페페의 포지션 전환
무리뉴 감독은 지난 32라운드에서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공격형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을 추가적으로 배치하는 4-3-3 전술로 변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페페의 포지션 전환이었다.
미드필드에서 메시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처방전으로 센터백 페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끌어올렸는데 이는 완벽하게 적중했다.
페페는 투쟁적인 플레이와 강한 압박을 앞세워 메시를 무력화했다. 메시는 지난 경기와 동일하게 미드필드로 내려와서 볼을 터치한 뒤 돌파를 시도하거나 볼 배급에 힘썼다. 하지만, 페페에게 막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페인 현지 언론 마르카는 메시가 페페에게 총 9차례 볼을 탈취당했다고 전했다. 2번의 볼을 가로챈 사비 알론소, 사미 케디라보다 훨씬 많은 수치였다.
페페는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볼을 탈취한 뒤 공간이 열리면 직접 드리블 돌파로 역습을 주도했다.
사실 페페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이 낯설지 않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출전한 2경기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으며 유로 2008 조별리그 터키전에서는 센터백임에도 공격 가담에 이은 결승골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소속팀에서는 지난 4월 9일 빌바오전에서 한 차례 실험을 거치며 합격점을 받았다. 이미 무리뉴는 바르셀로나전을 대비해 새로운 맞춤 전략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냐, 센터백이냐
무리뉴 감독은 이번 결승전에서도 페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센터백 라울 알비올의 결장은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페페를 본래의 센터백으로 내릴지 아님 다시 한 번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만일 페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다면 센터백에는 세르히오 라모스가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알바로 아르벨로아가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게 되는데 다비드 비야를 얼마나 막아낼 지는 미지수다.
반면 페페를 센터백으로 내리고, 라사나 디아라를 중원에 배치하는 전술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메시를 완벽하게 봉쇄한 페페를 센터백으로 쉽게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에제키엘 가라이를 센터백에 기용하자니 올 시즌 단 3경기 출전에 그친 터라 무리수를 두긴 어렵다.
오히려 페페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을 예상하고 있는 바르셀로나를 맞아 역으로 허를 찌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결승전은 무승부가 아니라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더 이상 무승부로 만족해선 곤란하다. 이번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 무리뉴의 전략이 잘 발휘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 조세 무리뉴 ⓒ UEFA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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