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kt 위즈 에이스 고영표는 31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9피안타 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 호투로 팀의 5-2 승리와 2연패 탈출, 단독 3위 수성을 이끌었다.
최고구속 141km를 기록한 직구와 주무기인 체인지업, 여기에 커브를 적절히 섞어 던지면서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삼자범퇴 이닝은 한 번도 없었지만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와 빼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고비를 넘기며 시즌 13승을 손에 넣었다.
지난 5월 31일 문학 SSG 랜더스전부터 이어져온 선발 연승 기록도 '11'로 늘렸다. 이 기간 고영표가 마운드에 오른 13경기를 kt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고영표는 '승리 요정'으로 등극했다.
고영표는 경기 후 "팀이 이겨서 기쁘고 내 연승도 이어가게 돼서 개인적으로도 기분이 좋다"며 "시즌 초반을 어렵게 시작했지만 등판 때마다 득점 지원도 많고 행운도 따른다. 동료들 덕분에 기록을 이어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게임의 경우 고영표, 장성우 배터리의 영리한 볼배합이 승리의 요인 중 하나였다. 두산 타자들은 지난 8월 24일 잠실에서 고영표에 8회까지 5피안타 6탈삼진으로 꽁꽁 묶였던 아픈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듯 철저한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직구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고영표의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 한 가지를 확실하게 노리고 타이밍을 가져갔고 이 부분이 어느 정도 적중하면서 고영표가 고전했다.
하지만 고영표는 영리했다. 직구 구사 비율을 늘리면서 두산 타자들의 허를 찔렀고 그 결과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다. 고영표의 뒤를 이어 등판한 kt 필승조도 3점의 리드를 완벽하게 지켜냈다.
고영표는 "두산 타자들이 변화구 타이밍을 잡는 것 같아 직구 위주로 승부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내 느낌상 직구로 결정구를 던져 타자들 많이 잡아낸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고 웃었다.
또 "내 체인지업이 KBO리그에서 높은 구종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타자들이 노리고 들어오더라도 계속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체인지업을 토대로 볼배합을 이어가면서 직구나 커브를 타자 몸쪽 높게 붙이는 쪽으로 승부를 할 수도 있다. 일단 체인지업은 내 투구 베이스에 깔고 간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절친한 팀 후배이자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 엄상백이 자신의 투구 스타일을 따라하지 않길 바란다는 조언도 건넸다. 고영표 본인이 던질 수 없는 150km대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투수가 '손장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스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투수 입장에서는 강속구에 대한 로망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엄상백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최근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부분에 애정 어린 쓴소리도 건넸다.
고영표는 "150km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체인지업으로 손장난을 하는 건 자기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본다"며 "나는 직구가 약하기 때문에 뭐라도 짜내서 던지는 거지만 상백이는 내 볼배합을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150km를 던질 수 있다면 체인지업보다 직구를 더 많이 던질 것 같다. 상백이 직구는 정말 탐이 난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