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윤승재 기자) ‘미안하다고 하지마, 더 잘하자.’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앨버트 수아레즈는 최근 자신의 라커에 한글 메시지를 프린트 해 붙여 놓았다. ‘미안해 하지마.’ 무슨 의미일까. 자신의 승리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동료들을 향해,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당부의 메시지였다.
올 시즌 수아레즈는 ‘수크라이’라 불릴 정도로 승리와 인연이 없다. 21경기에서 그가 거둔 승수는 단 4승(6패). 12번의 퀄리티스타트에 평균자책점 2.41(리그 5위)의 준수한 활약을 펼친 것을 감안하면 가혹한 수치다. 특히 최근 6경기에서는 2.89의 평균자책점에도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원인은 역시 동료 타선의 빈곤한 득점지원과 불펜의 방화다. 수아레즈가 등판했을 시 타선의 득점지원은 2.95점(리그 최소 8위)에 불과했고, 수아레즈가 승리요건을 챙기고 내려간 12경기에서도 불펜이 블론 세이브만 8번을 기록하면서 수아레즈를 돕지 못했다.
이같은 아쉬운 지원에 동료들은 수아레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터. 실제로 여러 선수가 수아레즈를 찾아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하지만 수아레즈는 그 때마다 미안해하지 말라고 동료들을 다독였고, 아예 라커에 문구를 붙여 동료들의 사과를 정리했다.
1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만난 그에게 해당 문구에 대해 물었다. 이에 수아레즈는 “동료들이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동료들이 미안해 할 시간에 더 노력해서 잘 해나가자는 의미로 문구를 붙였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수아레즈는 의연했다. 계속되는 불운에도 그는 “승운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승운이 안 따른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고, 어떻게 하면 팀을 도울 수 있을지만 생각하며 마인드를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멘탈에 타격을 입을 일은 없다”라며 끄덕였다.
온갖 불운에도 의연한 자세로 오히려 동료들을 다독인 그. 지난 인터뷰에서 통역 매니저들이 수아레즈를 ‘맏형’, ‘엄마’라고 표현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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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표현을 들은 수아레즈는 ‘빵’ 터졌다. 그는 “팀에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미지가 그렇게 된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팀원들과 젊은 투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라고 덧붙이면서 다시 한 번 활짝 웃었다.
그렇게 수아레즈는 끝까지 팀을 생각했다. 수아레즈는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더 많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대한 많이 나가서 기회를 만들 수 있으면 하고,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라며 남은 시즌의 각오를 전했다.
사진=수원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DB,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