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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이태현, 새 인생 출발…씨름선수→대학교수로

기사입력 2011.04.14 19:35 / 기사수정 2011.04.14 19:35

무카스 기자

[엑스포츠뉴스/무카스=한혜진 기자] '씨름 황태자' 이태현이 교수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천하장사 출신 중 대학 강단에 선 것은 이만기(인제대), 김경수(건동대)에 이어 세 번째다.

이태현(35)은 지난 3월 신학기부터 모교인 용인대학교 격기지도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씨름과 스포츠 상해재활 교과목을 맡는다. 일주일에 15시간 강의한다. 실기와 이론이 반반으로 이뤄졌다. 태권도와 유도로 유명한 용인대를 씨름 명문대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대학교수로 임용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지난 3월 29일 "힘이 달려서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말을 남기고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애초 4월 보은장사 씨름대회를 마지막으로 생각했으나, 시기가 당겨졌다. 팬들로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수로서 은퇴일 뿐, 지도자로 씨름판에는 계속 남는다.

교수가 된 후로 일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사각 팬티 바람에서 교수가 된 후로는 늘 정장에 넥타이를 매게 됐다. 모래밭에서 거구들을 잇달아 넘어뜨리다가 연구실에 앉아 연구하고, 교단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중이다.

아직은 모두가 낯설지만 적응하고 있다. 강의 준비를 위해 전공서와 씨름하는 게 가장 큰 곤욕이라고 한다. 식사 후 찾아오는 식곤증을 참아내는 것도 보통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태현만이 겪는 고충이 아니다. 평생 운동만 하던 선수들이 지도자로 변신하면, 공통으로 가장 처음 맞는 고비이기 때문이다.

교수로 변신은 우연하거나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용인대를 졸업한 후 선수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학업을 이어갔다. 대학원에 진학해 2004년 <민속씨름의 발전과정> 주제로 석사학위, 2006년 <산화물질이 체급별 씨름선수에게 미치는 피로도 비교분석>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경북 김천 출신인 이태현은 일찍이 씨름을 시작한 후로 아마추어 씨름 전국대회를 모두 휩쓸었다. 1993년 청구에 입단, 94년 당시 최고의 씨름꾼 백승일을 상대로 1시간 20분이 넘도록 마라톤 대결을 벌였다. 결국, 씨름으로 승부를 짓지 못하고 계체를 통해 몸무게가 작게 나가 생애 처음 천하장사에 올랐다.

이후 민속씨름판에서 전성시대를 열어나갔다. 통산 천하장사 3회(1994, 2000, 2002)와 지역장사 12회, 백두장사 20회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씨름천재’ 이만기 교수(인제대)의 백두장사 19회 기록을 갈아치우고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태현을 떠올리면 '격투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천하장사대회 폐지를 비롯해 민속씨름을 이끌어가던 실업팀이 잇달아 해체하면서 이태현도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다. 젊고 혈기왕성한 이태현은 격투기를 선택했다. 앞서 씨름판에서 최대 맞수였던 최홍만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프라이드 등 격투기 대회에서 기대와 달리 1승 2패를 기록하면서 그만뒀다.

격투기로 전향했던 일은 앞으로 이태현 개인의 소중한 추억과 경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대학에서 격기학과 교수로 임용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경험과 실기를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다시 씨름판으로 돌아왔다. 팬들은 환영했다. 그러나 왕년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한참 후배들에게 맥없이 무너졌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또 다시 포기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전성기 시절 기량을 회복하기 위해 피땀을 흘렸다. 그 결과 2010년 '설날장사-문경장사-추석장사' 등을 휩쓸며 재기에 성공했다. 2009년 1월부터 은퇴까지 총 32경기에 출전해 25승 7패로 승률 78%를 기록했다.

이태현은 "처음 씨름을 할 때부터 나중에 강단에 서는 게 꿈이었다"며 "학생들에게 씨름을 즐기는 법을 먼저 가르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 더 많이 공부해 씨름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글] 무카스 제공



무카스 한혜진 기자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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