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KT 위즈 투수 김민수는 지난주 뜻깊은 순간을 맞이했다. 지난 5일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안영명의 은퇴식을 지켜본 그는 덤덤함을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을 못내 숨기지 못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민수에게 안영명은 선배 투수 이상의 존재였다. 자신의 부활에는 안영명의 지분이 매우 컸다고 줄곧 강조해왔던 그였다. 때문에 안영명의 은퇴는 그에게 여느 은퇴식 그 이상으로 의미가 깊었다. 은퇴 발표 전 안영명에게 미리 귀띔을 받았음에도 여운은 은퇴식까지 이어졌다.
2015년 KT 유니폼을 입은 김민수는 몇 년간 꽃을 피우지 못하다 지난해와 올해 실력을 만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6경기에서 4승(2패) 11홀드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한 그는 올 시즌엔 49경기에서 2승 16홀드 3세이브에 1점대 평균자책점(1.57)을 기록하며 팀의 필승조 자리까지 꿰찼다. 그리고 그 원동력으로 김민수는 자신의 변화보다 안영명의 조언을 먼저 꼽았다.
김민수는 “솔직히 이전보다 뭐가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변화가 있다면 멘탈 면에서 많이 성숙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전엔 잘 못하면 자책과 함께 조급한 마음이 많아졌다면, 지금은 ‘오늘은 조금 운이 없었구나’라고 편하게 마음먹고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바뀌었다”라며 자신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해 그는 “(안)영명이 형의 도움이 정말 컸다. 영명이 형이 선수로 계실 때 자존감을 많이 높여주셨다. 내 스스로가 ‘나는 여기까지구나’라고 안일하게 생각할 때, ‘스스로 낮출 필요가 없다. 너 정도면 조금 더 거만해질 필요도 있다’라며 자신감을 심어주신 분이 영명이 형이다”라며 안영명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연을 이야기했다.
사실 해당 조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듣는 사람이 곧이곧대로 듣고 체내화하기도 어려운 조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민수에게 안영명의 말은 달랐다. 야구 외적으로도 의지하고 신뢰했던 선배의 말이었기에 더 크게 다가왔고, 그렇게 ‘달라진’ 김민수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젠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안영명 외에도 그의 부활을 도운 숨은 조력자들도 있었다. “제 이야기보다도 현장 스태프들의 노고를 더 부각했으면 좋겠다”는 김민수는 “트레이닝 파트나 전력 분석원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고생도 엄청 하신다.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준비하시고 누구보다 늦게 하루를 끝내시는데, 이분들 덕분에 지금의 저와 KT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여러번 강조했다.
하지만 김민수의 진심은 그저 ‘감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좋은 성적을 이어가며 ‘믿을맨’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도 자신이 받은 조언과 노하우들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이어주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렇기에 그는 무더운 날씨에 마운드에 자주 불려 나가도 “전혀 힘들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너무 감사하고 즐거울 따름이다”라고.
김민수는 “나는 나가서 1이닝 던지는 게 고작이지만, 야수들은 매일 9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않나. 힘들다고 하기엔 조심스럽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요샌 성적도 좋고 운도 잘 따라줘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 많이 나갈수록 그만큼 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거니까 가치도 올라가고 좋지 않나. 그저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도중 그에게 “안영명의 길을 걸어갈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까지 팀의 믿을맨으로 활약한 안영명은 은퇴 후 상담 트레이너로 활약하며 후배들을 돕고 있다. 팀원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을 돕고 싶다는 김민수를 보며 훗날 지금의 안영명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해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김민수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는 “나는 팀의 초창기부터 우승의 영광까지 모두 보면서 자라왔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상위권에 있고 팀워크가 좋은 건 (유)한준이 형, (박)경수 형, 영명이 형, (장)성우 형, 그리고 올해 오신 (박)병호 형까지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중심을 잡아준 선배들이 있어서 가능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나도 영명이 형처럼, 여러 형들처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라면서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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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