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윤승재 기자) 두산 베어스 투수 최원준의 8월은 시작부터 약간 꼬였다. 당초 최원준은 7월 31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 예정이었으나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등판이 한 경기 밀렸고, 이후 8월 2일 잠실 삼성전을 목표로 선발을 다시 준비했으나 우천취소로 또다시 등판이 밀렸다.
두 번의 연기 끝에 등판한 3일 잠실 삼성전 마운드. 계속된 등판 연기 탓이었는지 최원준의 경기 초반은 좋지 못했다. 시작부터 2루타를 맞으며 경기를 시작한 최원준은 다행히 1회를 무실점으로 넘겼으나, 2회엔 3루타까지 맞으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3회에도 선두타자 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두 명의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맞았다.
경기 상황도 묘하게 흘러갔다. 3회초 피렐라, 4회말 김재호 등 두 명이나 배트 노브에 공을 맞춰 몸에 맞는 볼 여부를 가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트레이너가 타자의 상태를 살피고, 심판진이 상황에 대해 의논한 뒤 김태형 감독이 나와 항의하고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면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설상가상 클리닝 타임 땐 레전드 40인 기념식도 있어 시간이 지연됐다.
흐름이 중요한 선발 투수로선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터. 하지만 최원준은 이러한 흐름이 자신을 도왔다고 이야기했다. 경기 후 최원준은 “오늘은 처음부터 너무 힘들었다. 경기가 계속 연기되면서 관리를 하는 게 힘들었고, 초반에 먼저 점수를 줬다”라면서 “하지만 감독님께서 내가 힘든 걸 아셨는지 (항의로) 시간을 끌어주시더라. 힘이 됐다”라며 미소 지었다.
최원준은 이날 레전드 40인 기념식을 가진 배영수 불펜코치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실 클리닝 타임 때 몸을 푸느라 시상식을 정확히 보진 못했다”라고 말한 최원준은 “대단한 커리어를 가지고 계신 분이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전반기 때 정말 힘들었는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 덕에 후반기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고마워했다.
실제로 최원준은 전반기 막판 4연패를 당하기도 하고 7월엔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하지만 최원준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7월 26일 롯데전에서 6⅓이닝 무실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더니, 두 번째 경기였던 이날 삼성전에서도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와 개인 3연승을 기록했다. 순조로운 후반기 시작이다.
최원준은 토종 선발의 ‘맏형’으로서 두산의 가을야구 ‘KEY'이기도 하다. 최원준은 “감독님께서도 ’네가 잘 이끌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사실 전반기에 성적이 안 좋아서 그런 역할을 못했는데, 후반기엔 동생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 내야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은 경기에서도 최대한 실점하지 않고 이기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는 게 목표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윤승재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