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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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따가 기억하는 것, 김두현이 잊고 있는 것

기사입력 2007.10.29 16:51 / 기사수정 2007.10.29 16:51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K리그 최강으로 군림한 채 챔피언 결정전의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성남 일화. 성남이 리그 1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한 데는 공격진의 화끈한 화력이 주요했다. 그리고 그 화력의 중심에는 허리에 김두현, 최종 공격에 모따라는 두 걸출한 스타가 있었다.

이 둘을 제외하고 성남의 공격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성남으로선 공격을 풀어나가고 완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열쇠와도 같다. 그러나 이 둘에게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팀을 대하는 태도다.

성남 팬에게 가장 아끼는 선수를 묻는다면 적지 않은 팬들이 첫 손에 모따를 꼽을 것이다. 그만큼 모따는 성남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팬들의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모따 또한 성남을 아낀다. 10월 3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4강 1차전이 열린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는 모따를 연호하는 함성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전반 10분 터진 모따의 첫 골, 모따는 골에 성공하게 한 후 자신의 유니폼 왼쪽 가슴에 달린 엠블럼을 잡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자신의 등에 새겨진 이름이 아닌 팀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세리머니였다. 이 세리머니로 성남 팬들은 더욱 모따에 열광하게 되었고, 그의 이름에 '신(神)'이라는 칭호를 붙여 '모따신'이라 부르기에 이르렀다.

모따는 지난해 경남과의 경기에서 입었던 부상을 잊을 수 없다. 김성재(現 전남)의 태클에 의해 큰 부상을 입어 선수 생활에 큰 위협을 받았던 그를 성남 구단은 믿고 기다려줬다. 그런 성남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에 모따는 6개월 만에 재활에 성공했고, 복귀해 성남을 챔피언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당장 눈에 띄는 활약을 위해 팀에 영입되는 외국인 선수 같은 경우는 팀 적응 실패나 부상 같은 경우 바로 팀 전력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큰 부상을 당한 자신을 믿어준 성남이 모따는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모따가 성남에 대한 애정을 하염없이 표현할 때 또 다른 핵심인 김두현은 달랐다.

김두현은 성남에 입단할 때부터 입버릇처럼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입단 후에도 그리고 1년 뒤 K리그 MVP를 차지했을 때에도 그는 항상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행동에 그의 소속팀인 성남 팬들은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한 성남 팬은 "그가 팀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열심히 뛰는 것 같다. 그는 어떤 유니폼을 입어도 그 팀을 위해서 경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두현과 성남의 계약 만료는 2008년 6월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 한다. 물론 그가 해외진출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 팬은 많지 않다. 다만, 계속해서 보이는 그의 이러한 태도에 의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마저 다른 시선으로 읽힐 수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물론, 프로선수가 팀을 선택하는 데 있어 돈이라는 명제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간과하기 힘든 사실이다. 또한,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싶은 것도, 자신이 조금 더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뛰는 것도 선수로서 누구나 바라마지 않을 것이다.

선수라면, 또 프로라면 누구나 한번쯤 원할 큰 무대에서 자신을 알리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꿈일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프로로서 항상 가져야 할 자세다. 그러나 프로라 함은 비단 그런 꿈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노력 외에도 항상 자기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누군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팬들은 그라운드 안에서만 그 선수를 만나는 것이 아니다. 선수 하나가 방송, 언론을 통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와도 팬들은 일일이 소통하고 있다. 

진심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설사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다만 보여주기 위해 표현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팀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팬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준다면 과연 어느 팬이 그 선수를 미워할 수 있을까. 그저 그것이 비록 보이는 '쇼'에 불과할지라도 그 쇼 또한 '프로'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보여줘야 할 하나의 덕목일 것이다.

모따가 기억하고 실천하고 있는 그 덕목을 김두현은 잠시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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