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그런 기록이 있어요?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이진영 SSG 랜더스 1군 타격코치는 지난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연장 11회까지 터지지 않는 팀 타선을 바라보며 자신의 탓인 것 같아 경기 내내 자책했다. 마운드에 오른 상대 투수들의 구위가 워낙 좋았던 데다 잘 맞은 타구까지 야수 장면으로 잡히면서 애를 태웠다.
이 코치와 SSG가 그토록 기다렸던 팀 첫 안타는 연장 12회초 선두타자 최정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춘 타구는 아니었지만 우익수 앞에 떨어지면서 SSG의 노히트 행진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어 곧바로 한유섬의 안타가 터지면서 무사 1·3루의 찬스를 잡았다.
SSG는 이후 박성한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의 득점으로 귀중한 결승점을 뽑은 뒤 베테랑 우완 노경은이 두산의 12회말 마지막 공격을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1-0으로 두산을 제압했다.
최정의 안타가 나오기 전까지 이 코치와 정경배 타격코치는 TV 중계 카메라에 수시로 얼굴이 잡혔다. 타자들이 범타로 잡힐 때마다 표정관리에 애를 먹었다는 게 이 코치의 설명이다.
이 코치는 "타자들이 치기 싫어서 안 치는 게 아닌 걸 알기 때문에 속상한 건 없었다. 근데 카메라에 자꾸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나를 찍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고 웃은 뒤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코치들의 표정을 다 보는 것도 있지만 나는 경기가 안 풀린다고 한탄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부족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자꾸 나를 찍는 것 같아서 태연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현역 시절 한 번도 겪기 힘든 노히트 노런을 두 차례나, 그것도 한 시즌에 몰아서 경험했다. LG 소속이던 2014 시즌 6월 24일에는 NC 다이노스 찰리 쉬렉에게 KBO 최초 외국인 투수 노히트 노런을 헌납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코치는 당시 4번타자로 선발출전해 좌익수 뜬공, 유격수 땅볼,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 코치는 "나도 노히트 노런을 당해봤지만 잘 맞은 게 야수 정면으로 가고 운이 안 따라주면 점점 타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안 풀릴 때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고 전날 경기 분위기를 떠올렸다.
반대로 노히트 노런에 대한 좋은 추억도 있다. 이 코치는 2014년 10월 6일 LG가 NC를 상대로 KBO 역대 최초 팀 노히트 노런을 달성할 때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LG는 당시 선발투수 신정락(7⅓이닝)-유원상(1⅓이닝)-신재웅(⅓이닝)이 NC 타선을 9회까지 노히트로 꽁꽁 묶었다. 이어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1사 1·2루의 끝내기 찬스에서 이진영이 끝내기 안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대기록을 완성했다.
하지만 정작 이 코치 본인은 기억이 없다. 취재진이 'LG의 프로야구 최초 팀 노히트 노런 때 끝내기 안타를 친 적이 있다'고 말해주자 "그런 기록이 있었느냐?"고 되물은 뒤 "LG에서 뛸 때 끝내기 안타를 적게 치지는 않았어서 그런지 (팀 노히트 노런이) 어느 팀이랑 할때인지 생각이 안 난다. 나도 찾아봐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후반기 첫 경기는 투수들이 다행히 잘 막아줘서 우리가 이겼는데 반대로 이제 타자들이 잘 쳐서 투수들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SSG 랜더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