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NC 다이노스 투수 하준수는 시즌 전 특별한 등번호를 받았다. 62번, 흔하디흔한 번호일 수 있지만 하준수에겐 특별했다. 입단 동기 송명기가 데뷔부터 지난해까지 달았던 등번호였기 때문.
◆ 그 번호, 나 주면 안돼?
송명기는 새 시즌 시작과 함께 62번에서 11번으로 등번호를 바꿨다. 11번은 송명기가 학창시절 때 줄곧 달았던 등번호이자, 그의 우상 故 최동원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번호. 송명기는 11번이 공번이 되는 순간 냉큼 집어 번호를 바꿨다.
그러자 입단 동기 하준수가 송명기에게 다가왔다. “바꿀 거면 그 번호 나 주면 안돼?” 송명기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하준수는 뛸 듯이 기뻐했다. 입단 동기지만 자신의 멘토인 송명기의 등번호를 받은 데다, 그의 ‘우승 기운’까지 이어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송)명기가 등번호를 바꾼다길래 당장 가서 62번을 달라고 요청했죠. 명기가 우승할 때 달았던 번호가 62번이잖아요? 그 우승 기운을 좀 이어 받고 싶어서 요청한 것도 있어요. 또 명기가 제 동기지만 야구적으로나 사적으로 조언을 많이 해줘요. 그 부분을 닮고 싶기도 했구요.”
◆ 등번호 바꾸고 달라진 야구인생, 2군 데뷔까지 3년→1군 등판까지 단 3개월
등번호를 바꾼 효과일까. 등번호를 바꾸니 하준수의 ‘야구 인생’이 확 달라졌다. 2019년 입단 이후 재조정과 군입대로 3년 동안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 하준수는 등번호를 바꾼 올 시즌, 처음으로 2군 경기에 나선 데 이어 전반기 막판엔 정식선수 등록에 1군 데뷔까지 치렀다. 수직상승이다.
물론, 등번호 효과만 있던 게 아니었다. 하준수 스스로의 노력도 있었다. 수도방위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하며 야구의 소중함과 간절함을 느꼈다는 그. 그는 군대에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전역 후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입단 4년 만에 치르는 진정한 데뷔 시즌. 전반기 성적만 두고 봤을 땐 합격점이다. 2군 20경기에서 3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1.46(24⅔이닝 4자책)을 기록한 그는 전반기 막판에 1군까지 올라 데뷔전을 무난하게 치렀다.
당시 하준수는 자신의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만 10개를 던져 1피안타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146km/h. 선두타자 박세혁에게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이후 세 타자를 공 6개 만에 범타 처리하면서 배짱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아무래도 1군 첫 등판이다보니 긴장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같이 배터리를 이룬 (박)대온이 형이 리드도 잘 해주시고 대화도 많이 해주셔서 긴장이 많이 풀렸던 것 같아요. ‘2군에서 했던 대로 해’라는 말이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몰라요.
◆ "이제 시작입니다"
그렇게 전반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한 그.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말한 하준수는 환한 미소와 함께 1군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성장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배짱 하나는 두둑하다고 자신을 어필한 그는 앞으로 ‘NC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여기까지 오면서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요. 룸메이트로서 조언도 많이 해주는 (노)시훈이 형이나, 동기지만 제게 항상 좋은 기운을 심어주는 (송)명기도 있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분들도 정말 감사하죠. 이젠 제가 거기에 보답해야죠. NC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팬분들이 제 투구를 보면서 믿고 즐거워하실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잠실 윤승재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