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황태자' 카카(레알 마드리드)가 멀티 골을 터뜨리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카카는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라 리가' 31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그는 전반 13분과 후반 8분 페널티킥으로만 연속 골을 넣으며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이끌었다. 레알이 4-0으로 이겼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토트넘과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다.
이날 카카는 비교적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잇따른 무릎 부상으로 말미암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던 카카는 빌바오전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을 토대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양팀은 경기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홈에서 유난히 강한 빌바오가 경기 주도권을 잡았으며, 레알은 빠른 역습을 통해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반 13분 앙헬 디 마리아가 쇄도하는 과정에서 빌바오 골키퍼 이라이소스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카카는 페널티 박스 왼쪽 아래로 툭 밀어 넣으며 선제 득점을 넣었다. 오랜만에 골 맛을 본 카카는 어느 때보다 포효하며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양팀의 경기는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후반 8분 디 마리아의 돌파 과정에서 또다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번에도 키커는 카카였다. 전반에 이미 골 맛을 본 카카는 정중앙으로 강하게 차 넣으며 추가 득점을 기록했다. 기세를 이어간 레알은 후반 25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쐐기골을 터뜨려 3-0 대승을 거뒀다.
카카의 득점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올시즌 레알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영원한 맞수 FC 바르셀로나에 밀려 2인자의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던 상황. 호날두를 비롯해 디 마리아와 메수트 외질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바르셀로나에 비해서는 2% 부족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가 완벽하게 부활한다면 레알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7년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석권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부상한 카카는 2009년 여름 갈락티코 2기의 일원으로서 레알에 합류했다. 그러나 잦은 잔 부상과 컨디션 난조 때문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설상가상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시즌 후반기에나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을 둘러싼 위기론이 불거진 가운데 카카는 비관론을 낙관론으로 바꿨다. 빌바오전에서 카카는 골만 넣은 게 아니었다. 자신의 장기인 볼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치고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컨디션에 문제가 없음을 알렸다. 또한 정확한 스루패스를 통해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전성기에 부합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 당시 보여준 퍼포먼스와 비슷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과연 이번 경기를 터닝포인트 삼아 카카의 진가가 드라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카카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