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잠실야구장 좌측 외야 최상단에 '41'과 '9'에 이어 숫자 '33' 새겨진 깃발이 LG 트윈스의 홈 경기 때마다 펄럭인다. 2002년 설레는 마음으로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던 스물세 살 청년은 이제 '전설'로 트윈스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됐다.
박용택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와 롯데 자이언츠의 팀 간 9차전에서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던 선수로서 팬들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마치고 화려했던 19년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용택이 2002년 데뷔부터 2020년 현역 마감 때까지 달았던 33번은 '노송' 김용수의 41번, '적토마' 이병규의 9번에 이어 LG 구단 역사상 세 번째 영구결번됐다. 김용수 전 코치와 이병규 퓨처스 타격코치는 박용택의 은퇴식을 빛내기 위해 잠실을 찾아 꽃다발을 전달하는 등 LG 팬들을 설레게 하는 훈훈한 풍경을 연출했다.
LG 선수들은 이날 모두가 등번호 33번과 박용택의 현역 시절 별명 하나씩을 선택해 새긴 뒤 롯데전에 임했다. 박용택을 위해 하나로 뭉친 LG는 4-1로 롯데를 꺾고 박용택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박용택은 은퇴식에 앞서 "나는 LG팬들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선수였던 것 같다. 김용수 선배는 전설의 느낌이 있고 (이) 병규 형은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슈퍼스타였다면 나는 많은 사랑과 응원 속에 편안함을 안겨드렸던 선수로 기억될 것 같다"고 '선수 박용택'을 스스로 평가했다.
또 "영구결번은 내 꿈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우선지명으로 무조건 LG에 입단할 예정이었다"며 "1999년 김용수 선배의 영구결번을 보면서 구체적인 꿈을 가졌고 나도 LG의 영구결번 선수 중 한 명이 되고 싶었다. 병규 형이 2017년 구단 2호 영구결번이 될 때는 꿈이 아닌 확실한 목표로 자리잡았다"고 털어놨다.
박용택이 LG 유니폼을 입고 남긴 기록은 화려하다. 통산 2237경기 타율 0.308 2054안타 213홈런 313도루,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 3회,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1회, KBO 역대 개인 통산 최다 안타까지 LG를 넘어 리그 전체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LG의 심장'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니었고 LG 팬이 아니더라도 야구팬이라면 박용택의 은퇴 전부터 박용택이 LG의 3호 영구결번이 될 것이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박용택은 "병규 형이 은퇴할 때 구단 영구결번 2호였는데 내가 꼭 3호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며 "지금 LG의 세 번째 영구결번이 되는 순간을 이뤘다"고 감격했다.
이어 "선수가 은퇴하면 팬들의 사랑을 더 확실하게 느낀다. 오늘 잠실야구장을 찾아 주신 야구팬, LG팬, 우리 LG 선수들을 위해 한국 야구를 위해 저 박용택 열심하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