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시인 기자] 최근 아스날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아스날은 3일(이하 한국시각)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에서 블랙번과 0-0 무승부를 기록.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앞서 열린 웨스트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경기에서는 0-2로 뒤져있던 맨유가 4골을 터뜨리는 저력을 발휘하며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이로써 아스날은 선두 맨유와의 승점차가 무려 7점으로 벌어짐에 따라 리그 우승 행보의 적신호가 켜졌다.
아직 리그 우승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리그에서는 8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맨유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다음달 1일 맨유와의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아직까지 역전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아스날의 경기력은 기대감보다 불안감이 더 잔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시즌마저 우승에 실패할 경우 무려 6시즌째 무관이라는 치욕을 겪게 된다.
칼링컵 우승 실패, 부담감 가중시켰다
불과 2월까지만 해도 무관 탈출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럴만도 한 것이 4개 대회에 모두 생존해 있었던 터라 설마 한 개의 우승컵도 들지 못하겠느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것은 칼링컵이었다. 벵거 감독은 평상시 칼링컵에 어린 선수들을 출전시켜온 것과 달리 주전들을 대거 투입하는 등 우승의 욕심을 드러냈다.
5년째 무관으로 자존심을 구겨왔던 아스날로선 칼링컵 우승을 통해 무관 탈출을 위한 첫 신호탄의 기회로 여겼다. 결승전 상대는 버밍엄이었기에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기대는 좌절로 뒤덮였다. 1-1로 버밍엄과 팽팽히 맞서던 아스날은 후반 종료 직전 로랑 코시엘니와 보이지체흐 슈체스니 골키퍼의 호흡 미스로 어이없는 실점을 허용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또 다시 정상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 선수들은 이후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슈팅 0개라는 굴욕 끝에 1-3으로 패했고, 3일 뒤 열린 맨유와의 FA컵 8강전에서는 0-2로 완패했다. 불과 2주 만에 3개 대회에서 우승컵이 날아간 것이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리그에서의 행보도 신통치 않다. 선더랜드(H) - 웨스트 브롬위치(A) - 블랙번 (H)과의 최근 3연전 결과는 전부 무승부였다. 모두 이길 수 있었던 팀을 상대로 승점 6점을 잃어버린 아스날은 리그 우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뒷심 부족, 승점 관리 실패로 이어져
올 시즌 아스날은 심각한 집중력 부족을 드러냈다. 특히 리드를 지키다가 실점을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간 경우가 허다했다. 리드를 잡은 이후 미숙한 경기 운영은 강팀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스날은 80분 이후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대표적인 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정반대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6라운드 뉴캐슬전은 EPL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라 남을 만한 경기를 스스로 만들어줬다. 전반에 4-0으로 리드를 잡았던 아스날은 후반 초반 아부 디아비의 퇴장으로 흔들리더니 무려 4골을 헌납하며 무승부에 그쳤다.
북런던 더비로 펼쳐진 14라운드 토트넘전에서는 전반에 2-0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가레스 베일, 라파엘 반 데 바르트, 유네스 카불을 막지 못하며 2-3 역전패를 당했다.
5라운드 선더랜드전(1-1), 20라운드 위건전(2-2) 역시 다잡은 경기를 뒷심 부족으로 놓친 바 있다. 만일 이 가운데 몇 경기만 이겼더라도 현재 상황은 비관적이지 않았다.
불안한 수비력도 뒷심 부족의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아스날은 줄곧 지적되어온 골키퍼 부재를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했다. 벵거 감독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골키퍼를 영입하지 않은 채 기존의 남은 자원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마누엘 알무니아 골키퍼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잇따른 실수를 범하며 불안감을 노출했고, 루카쉬 파비앙스키와 슈체스니는 부상으로 이탈했다. 새로 영입된 센터백 세바스티안 스킬라치, 로랑 코시엘니는 100%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나마 요한 주루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토마스 베르마엘렌의 장기 부상도 아쉬움을 남겼다.
여전히 터득하지 못한 '파브레가스 없이 사는 법'
벵거 감독은 티에리 앙리, 패트릭 비에이라가 팀을 떠난 이후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중심으로 하는 전술로 변화를 시도했다. 17세부터 무려 7년간 풀 시즌을 소화 중인 파브레가스는 불과 87년생의 어린 나이에도 주장 완장을 차고 있을 만큼 중추적인 위치에 서있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침착성과 넓은 시야, 한 치의 오차 없이 공급되는 명품 패스는 축구팬들의 감탄사를 연발시킨다. 최전방 공격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의 연결 고리를 파브레가스가 맡고 있어 팀의 경기력은 파브레가스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된다. 파브레가스의 존재는 공격의 유연성이 더해져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할 수 있지만, 파브레가스 부재시 얘기는 달라진다.
아스날은 올 시즌 4개 대회를 소화하느라 다소 비중이 낮은 FA컵, 칼링컵과 같은 경기에서 몇몇 주축 선수들이 휴식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파브레가스만 빠지면 팀은 삐걱거렸다. 심지어 하부리그 팀과의 경기마저 시원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고전했다.
파브레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사미르 나스리, 토마쉬 로시츠키, 아부 디아비 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팀의 공격은 유연하게 흘러가지 못했다. 나스리는 파브레가스만큼의 패싱력을 보유하지 못했고, 로시츠키는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상당부분 잃어버렸다. 디아비는 올 시즌 부상 여파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이에 최전방 공격수는 양질의 패스를 공급받지 못한 채 고립되거나 특유의 빠른 패싱 플레이와 유기적인 스위칭은 실종된 채 방황했다.
결국, 파브레가스는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경기에서마저 무리하게 후반 교체 투입되는 경우가 잦았다. 벵거 감독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번 블랙번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블랙번과 같은 홈경기에서는 파브레가스 없이도 이길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아스날은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또 다시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던 파브레가스가 교체 투입되는 패턴을 반복했다.
비단 이번 시즌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줄곧 바르셀로나 이적설을 뿌려온 터라 다음 시즌 파브레가스의 이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찾아봐도 파브레가스를 대체할 선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파브레가스 부재에 따른 플랜 B를 준비해 놓지 않는다면 결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 ⓒ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캡처]
[엑스포츠뉴스 스포츠팀]
박시인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