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13 09:34 / 기사수정 2007.10.13 09:34
(사진- 콜로라도 로키스의 에이스, 제프 프란시스)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993년도에는 MLB의 내셔널리그에 두 팀의 신생구단이 창단되었다. 바로 플로리다 말린스와 콜로라도 로키스.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도시이자 프로풋볼 NFL의 명문구단 마이애미 돌핀스로 유명했던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시에 드디어 야구팀이 창단된다. 신생팀에도 불구하고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로 여러 유명선수들을 영입하여 팀 마게팅에 본격적으로 나선 말린스는 그해 관중동원 300만을 기록하였고, 그로부터 4년 뒤인 1997년, 미국의 모든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창단이후 최단기간에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에 반해 콜로라도 로키스는 야구를 하는 환경엔 그리 적합하지 않다던 기후인 고산지대에 정착하였다. 해발 높이가 워낙 높다보니 공기의 저항력이 적어 타 구장에서 플라이 볼이 대부분 홈런으로 기록된다고 하는 악명 높은 쿠어스 필드는 1995년에 개장하였다.
그러나 창단 첫해에 콜로라도 지역의 팬들은 로키스를 열렬히 응원하였다. 그해 부진한 성적으로 서부지구 최하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메이저리그 구단 중 최고 흥행구단이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사상 한해 최다관중동원 신기록(448만 명)을 작성한다.
당시 로키스가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을 때도 팬들은 이런 문구를 보여주며 홈팀을 독려하였다. ‘당신들이 여기서 경기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만족한다.’라는. 이 정도로 덴버의 팬들은 로키스를 환영했으며 이러한 성원이 미래에 축복으로 이어지길 기원하였다.
하지만 창단 4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하고 그 후, 6년 후인 2003년에 거함 양키스를 침몰시키며 두 번째 월드시리즈 트로피에 입맞춤한 플로리다 말린스나 1996년도에 템파베이 데블레이스와 함께 창단한 메이저리그 팀의 막내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창단 5년 뒤인 2001년도에 역시 뉴욕 양키스와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챔피언에 등극하였다.
이렇게 90년대에 창단한 신생팀들이 우승을 이루었던 것에 비해, 가장 열렬한 팬들의 성원을 받았던 90년대 창단팀인 로키스는 95년 포스트시즌 진출이후, 줄곧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하위권에 맴돌며 점차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는 그저 그런 약체 팀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창단 해인 93년도에 보여준 홈팬들의 열렬한 환호와 기대는 이제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 기간동안 보답하지 못했던 성원을 한꺼번에 베풀 듯, 무서운 기세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12일 개막된 2007 NLCS 1차전에서 콜로라도 타선의 무서운 응집력은 애리조나가 자랑하는 에이스인 브랜던 웹을 침몰시켰다. 또한 젊은 좌완 에이스인 제프 프란시스의 호투에 힘입어 5-1로 1차전을 승리하였다.
드라마 같았던 시즌 막판의 연승행진,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진 - 올 NL MVP의 유력한 후보, 맷 할리데이)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의 관심사는 온통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쏠려있었다. 과연 시즌 내내 동부지구 1위 자리를 지켜온 인기구단 뉴욕 메츠가 역사상 최고의 역전을 당하며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할 이슈는 포스트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뉴욕 메츠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무렵, 서부지구에서는 그보다 더욱 극적인 상황이 은밀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1위인 애리조나와 2위인 샌디에이고가 과연 누가 정규 1위와 와일드카드로 진출하느냐의 관심에서 두 팀을 비집고 떠오르고 있던 팀이 바로 콜로라도였다.
그들이 연승행진을 펼치며 샌디에이고와 애리조나를 압박하고 있을 때도 과연 그들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보여준 산사나이들의 저력은 실로 대단하였다.
콜로라도는 시즌 마지막에 샌디에이고와 붙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합치면 15경기 중, 애리조나의 브랜던 웹의 호투로 진 1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14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즌 막판에 보인 연승행진은 존재했지만 이렇게 극적인 경우는 드물었다.
그리고 연승행진을 포스트시즌까지 합쳐서 놓고 보면 더욱 놀랍기만 하다. NLCS 1차전의 승리까지 합하면 19경기에서 18승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시즌 초반이나 중반에도 이런 연승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서 연거푸 연승을 보이는 것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적이란 감탄사를 유발하는 이유이다.
현재 콜로라도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는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쉼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화려한 경력을 가진 강타자가 즐비한 양키스 타선 같은 면모가 보여서가 아니다. 야구에 있어서 정말로 무서운 타선은 모든 타자들이 득점권 상황에서 응집력을 보이는 고른 타선이다.
19번의 경기를 가지면서 로키스는 점수를 낼 기회를 놓친 적이 없었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적시타를 때려냈고, 근소하게 뒤지는 상황에서 승부가 상대팀으로 기울어질 때는 극적인 장타나 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으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루상에 주자가 진루하면 더욱 신중해지는 집중력, 그리고 결코 큰 것에 욕심내지 않고 적시타를 쳐내려고 하는 팀 배팅 기술들. 이것은 끝까지 포기안하는 근성이 집결되지 않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젊은 패기의 팀인 로키스는 애리조나와 샌디에이고가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예상에 비웃기라도 하듯 연승을 거두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였다. 그리고 디비전시리즈에 오른 총 8개 팀 가운데 최약체란 평도 무시하듯 그들은 사상 최고의 정규리그 역전승을 이루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마저 시리즈 스코어 3:0으로 제압하며 당당하게 NLCS에 진출하였다.
경기에서 이기는 시합을 하는 팀에겐 무언가 다른 2%가 존재한다.
콜로라도가 시즌 막판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19전 18승의 기록은 그저 우연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야구 공격능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연타능력이다. 그리고 현재 로키스가 부여주고 있는 연타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애리조나가 우승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에는 반드시 에이스인 브랜든 웹의 호투가 필요하다. NLCS 1차전에서 보여준 웹에 대한 로키스의 공략 법을 보면 스몰볼의 예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던 웹의 실투를 노리고자 무엇보다도 로키스의 타자들은 신중하였다. 유인 구는 보내고 승부 구는 커트해 내면서 적절하게 쳐낼 수 있는 볼을 유도하였다. 그리고 모든 타자들의 스윙은 한결 부드러웠고 크지 않았다. 이렇게 가볍게 쳐내는 짧은 스윙은 연타로 이어졌고 빠른 기동력까지 첨가된 로키스의 집중력은 바로 스코어로 기록되었다.
또한 애리조나 역시 연타력이 없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로키스와는 달리 선발진의 활약과 막강한 불펜진이 상대방 팀 타선을 막아주는 사이 큰 홈런 한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안타와 홈런의 발생률은 당연히 안타가 훨씬 높다. 루상에 많은 주자를 두고도 로키스처럼 간결한 스윙을 하지 않고 큰 스윙으로 일관한 애리조나는 결국 저스틴 업튼의 어이없는 수비 방해 반칙과 함께 자멸하며 로키스에게 1차전 승리를 헌납했다.
1차전의 승리는 비단 1승만의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니다. 애리조나의 희망을 한 어깨에 지고 있는 브랜든 웹을 침몰시킨 것은 향후 시리즈를 로키스가 유리하게 이끌고 갈 토대를 마련하였다. 그렇다고 애리조나의 희망에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리조나가 시리즈를 이길 방법을 찾기엔 지금 보이는 콜로라도의 응집력과 투타의 조화가 너무도 단단히 결집되어있다.
애리조나는 웹이 아닌 다른 선발진에서 분명히 2승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야만 그들이 자랑하는 불펜 진들에게 이어져 지키는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더 이상 한 방으로 결정짓는 승부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콜로라도를 이기려면 타격에서도 애리조나가 앞서거나 대등해 질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 문제의 답은 응집력이고 집중력이다. 애리조나의 타선이 연타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결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리즈를 이끌어 갈 수 없다.
애리조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저력에 따라서 로키스가 보여주고 있는 이 동화 같은 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을 걸쳐 미래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제 마지막장을 넘길 순간에 있을 수도 있다.
차가운 산바람도 무색해할 덴버 산골짜기의 팬들이 15년 만에 보여주는 홈팀의 답례를 보며 얼마나 큰 성원으로 로키스를 응원할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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