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욘더' 이준익 감독이 첫 OTT 연출작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서 티빙X파라마운트+ 미디어데이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파라마운트 중앙&북유럽 아시아 총괄대표 마크 스펙트 파라마운트 아시아 사업 및 스트리밍 대표 박이범, 티빙 양지을 대표, '욘더' 이준익 감독, '헤일로' 관하 역의 하예린, 지하 역의 공정환이 참석했다.
국내 대표 OTT 티빙은 16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최정상 파라마운트+와 함께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선보인다. 파라마운트+는 모든 연령의 구독자를 대상으로 풍성한 프리미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파라마운트사의 글로벌 디지털 구독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욘더'에 대해 "아내가 죽은 후 일상이 무너진 남편이 어느날 죽은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아내가 죽기 전에 자신의 기억을 업로드한 욘더라는 세상에서 죽은 이후의 삶에 아내가 남편을 초대한다. 그 메시지를 받고 죽은 아내를 만나러 가는 남편의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욘더'는 죽은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만들어낸 세계 욘더를 마주한 인간군상들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 감독은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을 매장하거나 화장하거나 제사를 지내거나 기도를 하거나, 죽은 사람은 천국을 가거나 지옥을 가거나 하지 않나. 삶은 복잡하지만 죽음은 굉장히 간단하게 처리해오지 않았나. 인간의 기억을 업로드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산 사람과 어떻게 교감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좀 심오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한 이야기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신하균, 한지민, 이정은, 정진영과 함께 작업한 소감을 묻자 "20대 중반 때 신하균 배우와 처음 보고 20여년이 지났다. 40대 신하균이 갖고 있는 깊이감, 단단함이 아주 무게감있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언젠간 같이 꼭 해보고 싶었던 배우와 다시 작업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 한지민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는데 멜로 연기에는 워낙 훌륭한 업적이 있지 않나. 아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진폭이 굉장히 크다. 매 컷에 있어 그 감정을 선명하고 아주 쉽게 연기적으로 표현해냈다. 결과적으로 한지민 씨에게 너무 고맙다. 이 어려운 이야기를 명확하게 잘 표현해준 배우다. 너무 고맙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정은의 역할도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다. 모두의 역할들이 연기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정은은 이정은이다. 보시고 나면 놀라운 연기를 또 한번 느끼실 거다. 정진영 배우는 저와 오랜 시간 작업해왔고 현장에서 저에게 안도감을 주는 배우다. 놀라웠다. 전혀 보지 못했던 연기를 목격하실 것"이라고 전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욘더'는 파라마운트+의 공동투자작. 이준익은 "저는 파라마운트+랑 할 줄 몰랐다. 하는 중에 이런 빅매치가 된 거다. '약간 두려운 걸?' 싶었다. 제가 만든 이야기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된다고 하니까 '기대되는 걸?' 두 가지 감정이 들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준익은 "소재가 갖고 있는 독특함이 있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긴데, 줄거리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인물의 관계, 감정의 이동을 통해 느끼게 하는 이야기다. 이렇게 미묘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미묘한 소재기 때문에 최대한 이해되시게끔, 개연성이라든가 과학적 근거라든가. 인간이 삶과 죽음을 다뤄왔던 철학적인 모습들까지 미세하게 전달하고자 한 게 저의 메시지의 핵심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지만, 저는 사극을 많이 찍지 않았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역사물도 가상 현실이다. 현재에 없으니까. 근미래도 현재에 없는 거지 않나. 과거의 시대극이나 근미래의 가상 현실이나 시간만 다르지, 그 시대를 보는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작업과의 차이점에 대해 묻자 이준익은 "솔직히 말하면 차이를 크게 못 느꼈다. 차이가 있다면 어느 플랫폼으로 릴리즈 되느냐의 차이라고 본다"라며 "찍을 때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근데 2시간이라는 영화의 포맷 안에 이야기를 압축하는 것과 6부작이라는 미드폼에 나눠서 밀도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적어도 영화보다는 좀 더 어려운 이야기를 심오하게 들어갈 수 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이준익 감독은 "영화에서는 압축적으로 건너갈 수 있는 신들을 집요하게 내면까지 파고 들어가는 유리함이 있다는 차이는 느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영화가 아닌 OTT로 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K 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상황. 이준익은 이에 대해 "영화를 찍으면서 글로벌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글로벌, 로컬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라며 "시대가 바뀌었지 않나. 서양의 문화를 열심히 배우고 따르고 추월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는 글로벌을 의식하지 않고 밀도있게 잘 만들면 문화와 역사를 뛰어넘어서 인간이 갖고 있는 이야기 세계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잘 만들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을 의도하는 것, 지나치게 조작적이고 계획적인 것은 어쩌면 그 본질이 어긋날 수가 있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충실하려고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준익은 "외국에서 생활하지 않으니까 위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겠나. 왜냐하면 우리가 외국의 좋은 문화나 역사를 수십년 동안 열심히 학습했지 않나. 그러면 우리의 이야기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만들어낼 시기가 온 거다. 지난 100년 동안 한국 영화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많이 성숙해졌다. 글로벌과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 그냥 알아주는 거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준익 감독은 "파라마운트+ 대표님께서 아까 '아시아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이 샘솟듯이 나올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 정확하게 보신 거다. 특히 한국의 역사는 아주 복잡하다. 복잡한 것은 좋은 거다. 어떤 아픔과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지금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를 잘 만들어서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라고 답했다.
글로벌 콘텐츠의 지속적인 양산에 대한 방법을 묻자 "그저 한 작품에 인생 걸고 열심히 만드는, 일개 감독에 불과한 사람이 콘텐츠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말하겠나"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어쨌든 현장에 있는 사람이니까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영화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근데 저는 그 단어보다는 스토리텔링 산업이라는 말로 쓰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라며 "본래 갖고 있었던 스토리텔링, 그 전에 문학적인 요소가 OTT 쪽으로 오고 있지 않나 싶다. 스토리텔링 산업으로 확장되고 글로벌한 소비로 갈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기준에 맞는 퀄리티로 지속적으로 양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에 대한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저는 아쉬운 게 오픈 스튜디오였다. 대한민국은 오픈 스튜디오가 별로 없다. 영화 할 때마다 지었다가 부수는 악순환이었는데 좀 규모 있는 오픈스튜디오가 절실했다. 프로덕션 파트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사람,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글로벌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양산시킬 수 있는 기반이지 않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준익 감독은 "티빙과 파라마운트+의 새로운 시도가 큰 성과이길 바라고 '욘더'가 조금이라도 거기에 기여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싶은 마음이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티빙, 파라마운트+는 브랜드관 오픈부터 콘텐츠 교류, 오리지널 콘텐츠 공동 투자 등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방위적 협력을 본격화한다. '슈퍼 펌프드: 우버 전쟁', '옐로우재킷', '메이어 오브 킹스타운', '1883' 등 독점 콘텐츠들을 국내 최초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욘더'는 올 하반기 티빙과 파라마운트+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사진=티빙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