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2006년 영화 '화려하지 않은 고백'으로 데뷔한 동현배는 그동안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유쾌함과 진중함, 선과 악을 오가는 다양한 얼굴을 선보이며 대중의 곁에 머물러 왔다.
'아부쟁이' 언론시사회 전 사진 촬영을 위해 먼저 만난 동현배는 조금 어색한 듯 쑥스러워하면서도 사진기자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보여주며 금방 촬영에 적응해갔다. 그리고는 이내 영화 '아부쟁이'를 외치며 팔을 들어 손바닥을 활짝 펼쳐 보이는 등, 일명 90년대 아이돌 포즈를 보여주면서 "저는 옛날사람이다"라고 부끄러워했다.
시사회를 마치고 다시 마주한 동현배에게 '왜 자꾸 본인을 옛날 사람이라고 부르냐'며 농담 어린 물음을 던지니 올해 40세가 된 자신의 나이를 떠올리면서 "40대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예전에 20대, 30대를 생각하면서는 '이렇게 돼 있겠지', '이렇게 되고 싶다'는 꿈을 꿨던 것 같은데, 40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30대를 잘 살면 40대가 돼 있겠지 싶었는데, 이렇게 덜컥 40대가 됐더라고요"라며 말을 꺼냈다.
"어떻게 보면 다시 20대나 30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해요. 뭔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겠구나 싶은 그런 느낌이요"라는 말에 "그건 희망적인 시선 아니냐"고 말을 거드니, "그렇긴 한데, 제가 마흔 살이라는 나이를 체감하는 것이죠. 이전에는 제가 마흔 살이라는 형님에게 90도로 인사하고 그랬었는데, 지금 제가 그 나이가 됐지만 저는 여전히 어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고요. 속상함은 없지만,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라고 속내를 전한다.
동현배는 현재 자신의 시간을 '또 다른 사춘기를 겪고 있는 때'라고 표현했다. "제 또래라면 아마 고민들이 다 비슷할 텐데, 마흔이라는 나이를 처음 마주한 것이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될까 고민도 깊어질 것이고요. 저 스스로는, '난 지금 잘하고 있나' 이 생각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약간 또 다른 사춘기를 겪는 느낌이죠"라고 현재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데뷔 이후 동현배는 영화 '잠복근무'(2008), '동창생'(2013), '한공주'(2014), '비정규직 특수요원'(2017), '데자뷰'(2018), '박화영'(2018), '돈'(2019) 등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밴드'(2012), '최고의 한방'(2017), '황후의 품격'(2018), '트랩'(2019), '루갈'(2020),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2021), '미치지 않고서야'(2021) 등 드라마까지 크고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올 한해도 부지런하게 발걸음의 폭을 넓혀오면서 지난 1월 넷플릭스로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구급대원 역으로, 4월 티빙에서 선보인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에서는 김지영이 연기한 경찰 한석희의 후배 김순경 역으로 출연해 시청자를 만났다.
흘러가는 시간 속 물리적으로 더해지는 나이와 더불어 너무나 좋아하고 또 사랑하는 일, 그리고 이제는 직업이 된 '연기'라는 것에 대해 유난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동현배는 "배우라는 직업이, 이상을 쫓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느 궤도에 올라가지 않는 이상 계속 걸어가야 하는 직업 아닐까 해요"라며 "현실과 타협하게 되면 이상은 무너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강하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하되 '이제는 못 쫓겠어'라는 생각이 들면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고요.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밀어붙였다면, 지금은 어떤 선택을 함에 있어서 조금 두려워하는 제 마음이 보이기도 하더라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을 떠올린 동현배는 "제 주위 사람들이 고맙게도, 저를 부를 때 '동배우', '동스타'라고 많이 얘기해줘요. 그럼 저는 부끄러워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는데, 친구들은 '넌 나한테는 대배우야, 스타야'라면서 저를 칭찬해주죠. 저 역시도 직업을 적어야 할 때가 있으면 '배우'라고는 쓰고 있는데, 저 스스로에게 아직 떳떳하지 못한 것이 큰 것 같아요"라고 다시 한 번 마음을 꺼내놓았다.
배우로서의 현재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또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놓지 않으면서도, 또 현장에서는 스스로 미션을 안고 촬영장의 사람들을 한 명씩 마주하며 기억하고 다가갔을 정도로 늘 그 때 당시의 시간들에 충실해왔던 삶이었다.
동현배는 "제가 아날로그 성향이 좀 있거든요. 한 작품이 끝나면 스태프들에게 직접 손편지를 써서 전해드리곤 했어요. 그게 제 나름대로 작품을 떠나보내는 법이죠. 많이 쓰다 보면 비슷한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 쓰고 나면 굉장히 뿌듯하거든요. 저는 제 모습을 영상 속에 남겨놓지만, 스태프 분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이렇게라도 이 때의 현장을 생각해주고 추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해왔었어요"라고 말하며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오늘은 세 명에게 말을 건네야지' 이런 혼자만의 개인 미션을 안고 촬영장에 가는 것이죠. 사실 제가 한 작품에 꾸준히 나오는 롤이었다면 더 괜찮을텐데, (소위) 퐁당퐁당 이렇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보니까, 사실 모든 스태프들을 다 챙기고 친해지기에는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와 가까이 많이 마주했던 분들에게 보통 그렇게 많이 마음을 전했던 것 같고요"라고 전했다.
'연기가 좋기 때문에 버티고 있다'는 마음도 덧붙였다. 동현배는 연기학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의 부탁을 받아 특강을 갔던 사연을 전하며 "먼저 만난 반의 친구들은 멘탈이 흔들려 보이는 모습들이 많았어요. '지금부터 이렇게 멘탈이 흔들리면 현장에서 어떻게 할래'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직접 얼굴을 보니 차마 그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고 나왔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난 그 말처럼 이렇게 살고 있나'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며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게 됐던 계기를 말했다.
이어 "그리고 나서 두 번째 반에 들어갔는데, 친구들의 텐션이 많이 높더라고요. 제가 또 사람을 굉장히 잘 타는 스타일이어서, 같이 텐션이 높아져서 이야기를 나눴죠"라고 웃으며 "그러다 받은 질문이 '지금까지 어떻게 버티셨어요'라는 물음이었어요. 현실적인 수입같은 부분도 물어보기에, '못 벌지는 않지만 버는 것은 몇 개월 걸리고 쓰는 것은 한 달이면 다 나간다'고 말했죠. 저 역시도 연기를 하면서 돈이 필요할 때는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그렇게 지냈으니까요. 아이들에게는 '무너지지 말라'고, 소위 말하는 톱스타 말고는 다 똑같이 버티면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돌아보니,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았죠"라며 많은 생각을 떠올린 당시를 되새겼다.
"어떤 여학생이 제게 '저는 선생님처럼 되는 것이 꿈이에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했어요. 우스갯소리로 더 높은 목표를 잡으라고도 말했었어요"라고 덧붙인 동현배는 자신 역시 그저 연기가 좋기에 지금까지 배우 활동을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묵묵히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아부쟁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동현배를 축하해주기 위해 현장에서는 일본 팬 등이 큰 꽃다발을 선물하며 응원을 건네기도 했다.
조건 없이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동현배는 다가오는 여름에는 연극 '임대아파트'로 대중 앞에 다시 설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배우 김강현이 연출을 맡은 이 연극에서 동현배는 윤정호 역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무대 위에 펼쳐낼 예정이다.
동현배는 "벌써 올해가 반이 지나가고 있네요. 지금 무엇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상황들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7월부터는 연극에 들어가려고 해요"라며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연기 활동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시네마뉴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