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내야수 김민혁은 지난 17일 올 시즌 첫 1군 엔트리 등록 후 나선 SSG 랜더스와의 잠실 홈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공수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활약을 펼치면서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먼저 장기인 방망이가 빛났다. 두산이 4-8로 뒤진 6회말 2사 3루에서 대타로 투입돼 SSG 베테랑 좌완 고효준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이 추격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놨다.
김민혁이 1군에서 안타를 기록한 건 2018년 9월 23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3년 8개월 만이었다. 간절했던 2022 시즌 마수걸이 안타가 중요한 승부처에서 터졌다. 팀이 5-9로 열세이던 8회말 무사 1·2루에서 천금 같은 중전 안타로 만루의 찬스를 상위 타선에 연결했고 두산이 동점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비에서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주 포지션이 1루수인 김민혁이지만 이날 7회초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고 연장 12회까지 김명신, 권휘, 정철원, 홍건희화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중학교 시절 포수를 병행한 적은 있지만 고교 입학 후 줄곧 내야수로만 뛰어왔기 때문에 포수 경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민혁에게 안방을 맡겼다.
두산은 이날 박세혁이 선발포수로 출전했지만 5회초 시작과 함께 박유연으로 교체됐다. 박유연마저 6회말 타석에서 손등에 사구를 맞아 정상적인 포수 수비가 불가능했다. 엔트리에 남아 있는 포수가 없었기에 궁여지책으로 김민혁이 데뷔 후 처음으로 2군이 아닌 1군 정규시즌 경기에서 포수로 뛰게 됐다.
김민혁은 낯설고 어려운 포지션에서 몇 차례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기대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줬다. 연장 11회초 2사 후 김민식의 까다로운 파울 플라이 타구를 백스톱까지 달려가 잡아내며 그대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1루 쪽 두산 벤치와 관중석에서는 김민혁을 향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비록 9-9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지만 두산은 1-8로 끌려가던 경기를 김민혁의 알토란 같은 활약 속에 웃으며 마칠 수 있었다.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민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간단한 인터뷰 요청에 "앉아서 이야기해도 될까요"라고 먼저 대답할 정도였다.
김민혁은 "박유연이 다쳤을 때 코치님들께서 포수로 뛸 수 있는지 물어보셨는데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중학교 시절 이후 포수를 본 적은 없지만 경기에 너무 뛰고 싶었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었다"며 "블로킹은 조금 어려웠지만 다른 건 괜찮았다. 크게 어려운 건 없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앞으로 또 포수를 봐야 한다면 기꺼이 하겠다. 다른 선배들도 그랬지만 나는 내 포지션이 없는 상태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어떤 포지션이든 언제든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잠실, 두산 베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