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윤승재 기자) “지난 2년이 정말 충격적이었나봐요.”
최근 수 년 간 박병호는 상대 팀이 아닌 자기 자신과 싸워야 했다. 2년 연속 2할대 초반의 타율, 홈런도 20개를 겨우 채울 정도로 떨어진 파괴력에 ‘에이징커브’라는 오명까지 받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KT 이적 후 박병호는 32경기에서 타율 0.282(117타수 33안타) 12홈런 33타점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4할대였던 장타율도 6할(0.624)까지 치솟았고, 홈런도 타점도 벌써 지난 시즌보다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우며 부활의 날갯짓을 켰다. 에이징 커브라는 오명과 마음고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확신이 서질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51에 7홈런을 몰아친 그였지만, 박병호는 “지난주에 몰아치면서 타이밍에 여유가 생긴 게 느껴지지만,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라며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2년이 정말 충격적이었나보다”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더 이상 ‘내일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안 든다”라는 그는 “그저 내일 선발 투수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춰서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하루를 마칠 때마다 리셋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그를 둘러싼 긍정적인 변화는 많다. 심리 면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고만 신경 쓰다가 오히려 타이밍이 늦어져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삼진에 대한 압박감이 없어졌다. 삼진을 먹더라도 스윙 타이밍을 앞에 놓고 친다고 생각하니 결과도 좋아지더라”며 한층 후련해졌다고 이야기했다.
팀 분위기 역시 박병호를 춤추게 했다. 키움에선 20대 어린 선수들이 많아 박병호가 팀을 이끌어야 하는 포지션이었다면, KT는 30대 선수들이 많아 박병호가 그만의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농담도 자주 주고받고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는 감독 및 코치진의 소통법도 박병호가 심리적 안정을 가져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분위기도 좋고 성적도 좋다. 그러나 박병호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그는 “아직은 욕심을 내거나 만족할 시기는 아니다. 지금 페이스대로 전반기를 마치면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저번주에 몰아친 거라 꾸준하게 페이스를 이어가는 데 더 집중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박병호는 11일 터뜨린 홈런으로 개인 통산 338호 홈런을 달성했다. 前 해태~SK~NC 이호준의 337개를 넘어 역대 통산 홈런 7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12일엔 홈런 한 개를 더 추가했다. 한 개만 더 추가하면 장종훈(전 빙그레, 340개)의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이에 박병호는 “누구의 기록을 따라잡고 하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400개를 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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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