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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한방, 성남 2군의 저력

기사입력 2007.09.20 19:18 / 기사수정 2007.09.20 19:18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성남의 힘은 바로 우리'

지난 7월 12일 피스컵 개막전 볼튼 전에서 팀을 구하는 어시스트를 성공시킨 박광민. 그리고 19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에서 추격의 불씨를 지핀 동점골의 주인공 김민호. 당신은 이 둘의 공통점을 알고 있는가?

의외의 곳에서 터져나온 추격의 불씨

19일 성남과 알 카라마의 경기가 열렸던 탄천 종합운동장. 0-1로 밀리며, 패색이 짙던 성남의 벤치에서 한 선수의 이름이 불렸다. 교체를 위해 몸을 풀고 있던 대기 선수를 불렀던 것. 대기 엔트리에 있었던 손대호나 한동원의 교체를 기대했던 관중석은 순간 술렁였다. 파란 연습복을 벗고 달려가는 선수의 등에는 6번이나 15번이 아닌 24번이라는 번호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민호를 불러들인 김학범 감독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김민호는 김학범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교체되어 들어가자마자 동점골을 터트리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모따의 슈팅이 상대 수비에 맞고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김민호가 달려들며 차 넣어 골에 성공하게 했다. 이러한 김민호의 골로 급격히 상승 곡선을 그린 성남은 결국 2분 뒤 조병국이 역전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뒤집었다.

올 시즌 드래프트 1순위로 성남에 입단한 김민호는 그러나 쉽게 프로무대에 데뷔하지 못했다. 워낙 튼튼하게 짜인 성남의 1군 조직에 쉽사리 끼어들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시즌 전 자신의 미니 홈피에 김학범 감독을 낮춰 부른 것이 축구 팬들에게 발각되어 사과문을 작성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학범 감독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인성이 제대로 되지 갖춰지지 않은 선수는 출전시키지 않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민호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평소 17명으로 추려지는 리그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기 힘들었지만, 23명까지 늘어나는 ACL에는 종종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해외 원정에선 골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 날 경기 종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학범 감독은 "김민호가 몸 상태가 좋아 투입 시기를 두고 봤었는데, 타이밍이 주효했다"며 김민호를 칭찬했다.

항상 준비는 되어있다.

성남의 깜짝 스타 탄생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지난 피스컵에서는 박광민이 볼튼 과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의 밀착 수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공을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보이며 남기일의 골을 어시스트,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구해낸 바 있다.

이렇게 준비되어 있는 선수들이 항상 기회를 기다리는 곳이 바로 성남 2군이다. 당장 성남에서는 주전 자리를 꿰찰 순 없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경쟁할 수 있다는 평을 듣는 선수도 많다. 제주의 강민혁과 대전의 임충현도 성남 2군 출신이다.

그러나 너무 힘들다

전용 구장도, 제대로 된 연습구장도 없다. 시의 협조 또한 미비해 2군 선수들은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운동을 해야 한다. 그나마 잔디 구장에서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성남 2군 선수들은 주로 풍생고 운동장에서 훈련을 한다. 물론 풍생고 운동장은 잔디가 아닌 흙 운동장이다.

이들이 꿈을 키우는 2군 리그 또한 여러 곳을 전전하며 열린다. 성남시에 종합 운동장이 두 군데나 있지만, 이들에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운동장을 구하지 못해 경기 시작 3-4시간 전까지 자신들이 어느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는지 선수들은 알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축구화와 유니폼이 든 가방을 준비해 놓고 출발 사인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 들은 "자신이 부족해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힘든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프로지만 프로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팬들의 환호보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곳에서 리그를 치르는 그 들이지만, 언제고 김민호, 그리고 박광민처럼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 믿고 오늘도 축구화 끈을 동여맨다.

이런 2군들의 노력의 땀방울이 과밀한 일정으로 지친 성남을 위기에서 구해낼 해법이 되지 않을까?

[사진=2007 피스컵 개막전 볼튼전에 나선 박광민의 경기 모습ⓒ 엑스포츠뉴스 남지현 기자]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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