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마이웨이' 박종환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3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는 박종환 전 감독이 출연해 근황을 전했다.
1983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현 U-20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그는 성남 일화 천마(현 성남FC)의 K리그 첫 3연패를 비롯해 국가대표팀 감독, 한국 여자 축구 연맹 초대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가족도 아닌 교회 지인의 도움으로 살고 있었다. 그의 보호자는 "2년 반 전부터 감독님을 알게 됐다. 지인으로부터 '박종환 감독님께서 힘들어하신다, 상담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됐다. 당시 감독님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고 계실 정도라 만나게 됐다. 저도 제 인생이 힘들었던 사람이라 감독님 마음을 알겠더라"고 전했다.
박 전 감독은 전 재산을 사기당해 수십만원의 돈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친한 친구들, 선배들에게 몇천만원도 아니고 있는 돈을 다 빌려줬는데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연락도 안 오고 얼굴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믿음이 있어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배신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누가 보면 내가 잘 사는 줄 알겠지만 아니다. 혼자 객지 생활을 해서 딸의 집에 가기도 그렇더라. 자존심은 있어서 얻어 먹는 것도 그렇고 신세 지는 걸 싫어해 떠돌이 생활을 했다"면서 노령 연금 30만원과 아들이 보내는 용돈 30만원을 더해 매달 6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최근에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박 전 감독은 "옛날에 제자들이 후원금을 모았는데, 의리 상한다고 하지 말라고 거절했다. 지금은 '내가 왜 안 받았을까' 싶다"먀 웃었다. 그러면서 "남은 인생 깨끗하게 삶아온 삶 그대로 유지하다가 훅 떠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고 있었지만, 마음의 병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박 전 감독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것은 물론, 우울증과 불안감까지 갖고 있었다. 그는 "나이가 많으니까 친구는 없는데. 제자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먼저 전화하기가 힘들다. 의리와 정으로 사는 사람인데 그게 무너질 때는 상상할 수 없이 힘들다"며 아픈 마음을 전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가니까 뭘 느끼냐면, 배신감이나 섭섭한 게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데도 '왜 나한테 그래? 나라면 그렇게 안 하는데' 이런 배신감이 자꾸 오니까 사람이 어떨 땐 좀 심하게 어지럼증이 온다"고 설명했다.
사진= '마이웨이' 방송 캡처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