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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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욕설과 기회를 먹고 자라나다

기사입력 2007.08.29 01:25 / 기사수정 2007.08.29 01:25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2005시즌 후반기 가냘픈 체구의 2루수 한 명은 두산 베어스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대타로 출장해 배트를 나풀거리다 힘없이 물러났고 수비도 미덥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는 두산에 없어서는 안 될 보물이 되어 있다. 바로 고졸 6년 차 2루수 고영민(24). 

고영민은 27일 현재 .268 9홈런 56타점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주자 없을 시에는 외야까지 깊이 들어가 안타성 타구를 2루 땅볼로 만든다.

긴 팔과 빠른 발로 유니폼 상의를 펄럭거리며 땅볼 처리하는 수비에 두산 팬들은 '고제트', '2익수'라는 별명을 붙이며 사랑을 쏟고 있다. 불과 2년 전 '비리비리'하다고 선수와 김경문(49) 감독에게 비난을 퍼붓던 두산 팬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2005시즌 당시 두산의 대안도 마땅치 않았다. 순발력이 떨어진 안경현(38)으로 2루 자리를 고수할 순 없었던 것. 백업 요원이던 정원석(29)에게 완전히 2루를 넘기기엔 미덥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 고영민은 2군에서 .326의 타율에 26도루로 호타준족의 면모를 뽐냈다. 또한, 심심치 않게 한 방을 때려내던 '2군의 천재 내야수'가 바로 당시의 고영민. 당장 욕을 먹어도 거센 비바람을 맞게 하면서 키워야 했던 묘목이었다.

김 감독의 용병술은 성공했다. 지난 시즌 초반에도 무던히 욕을 먹었던 고영민이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기술이 세밀해졌고 .270 2홈런 29타점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 시즌에는 더욱 넓어진 수비 범위와 함께 기대하지 않았던 장타력을 보여주며 국가대표팀 4차 엔트리까지 쭉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고영민은 사실 성남고 시절 5번을 맡으며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던 중장거리 타자였다.

가냘픈 체구이지만 손목힘이 괜찮은 타자가 고영민이다. 고영민은 기본적으로 손목을 이용하는 타격을 하는 선수라 지난 시즌 몸쪽 공을 당기면 파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나친 손목 이용의 폐해였다.

올 시즌 고영민은 손목을 이용하는 동시에 타석에서 오픈 스탠스로 바꾸며 밀어치는 타격으로 변신을 꾀했다. 이는 27개의 2루타(공동 1위)와 9개의 홈런으로 입증이 되었다.

90개의 삼진을 기록한 것은 흠. 그러나 기본적으로 선구안은 좋은 선수라 앞으로 배트 스피드를 올리고 타석에서 하체를 확실하게 자리 잡아 두고 안정감 있는 타격을 한다면 훗날 고영민의 '20-20'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비난에도 불구, 고영민을 끝까지 믿고 기용한 김 감독의 용단. 감독의 기다림에 부응하며 기량을 꽃피우고 있는 고영민. '믿음의 용병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두산 베어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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