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나래 기자] 3월의 달력이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아직 꽃샘 추위의 찬바람이 남아있지만 다음주부터는 남쪽 제주도부터 봄을 알리는 꽃들이 만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봄은 봄인 셈이다.
개나리나 진달래와 같은 봄꽃 외에도 봄이 되면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춘곤증'이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수험생 아들을 둔 박수연(51) 씨는 어릴 때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춘곤증으로 심하게 기운 없어하는 아들의 수험생활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마르고 기력이 약한 사람 춘곤증에 약해
흔히 봄밤은 짧고 아침에는 몸이 노곤해서 늦잠에 빠지기 쉽다고 하듯이, 실제로 봄이 되면 아침에 여간 해서는 일어나기가 어렵다.
이런 현상을 일본이나 중국, 그리고 유럽에서는 '봄 졸음'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춘곤증'이라고 한다.
춘곤증은 겨울 동안 움츠렸던 인체가 따뜻한 봄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따뜻해진 날씨가 호르몬, 중추신경 등에 미치는 자극의 변화로 나타나는 피로의 일환이다.
대표적인 춘곤증 증상은 몸이 피로 해 기운이 없고 자주 졸음이 쏟아지며,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입맛이 없어지는 것이다.
또, 춘곤증은 손발 저림이나 현기증, 두통, 눈의 피로 무기력 등의 증세로도 나타난다.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졸음이 쏟아지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온몸이 나른하며, 권태감으로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이런 춘곤증을 유독 잘 앓는 '봄을 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몸이 마르고 약한 편이며, 평소 잔병치레가 많았던 사람이나 뚱뚱하고 식욕은 좋으나 소화력이 약하고 근육량이 적은 사람의 경우 춘곤증에 힘든 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보약은 봄에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봄철에는 계절변화에 몸이 적응하느라 많은 기력이 소모되고 춘곤증과 같은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여름이 되기 전 몸을 건강하게 재충전하기 위해 이때 몸의 기력을 보하는 보약을 먹으면 좋다는 것이다.
춘곤증을 이기는 밥상 '봄나물'
생활 속에서도 춘곤증을 이기는 보약 같은 식품들을 찾아 섭취할 수 있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봄철의 무기력하고 계속되는 졸음을 이기기 위해 봄에는 들에 지천으로 핀 봄나물을 밥상에 올렸다.
특히 냉이, 달래, 쑥, 두릅, 취나물 등의 나물은 들과 산에서 봄철이면 찾아볼 수 있는 봄철의 보약 같은 봄나물이라고 할 수 있다.
냉이는 몸이 허약하고 생리불순이나 산후출혈이 있는 사람 혹은 무기력한 노인이 먹으면 좋으며, 달래는 밤에 잠이 잘 오게 해 낮 동안의 졸지 않게 한다.
봄이면 국과 떡으로 많이 먹는 쑥은 성질이 따뜻하여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비타민A와 비타민C가 많아 면역력을 높여주어 감기와 춘곤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두릅은 봄철 약해지는 위장의 기능을 왕성하게 하여 소화가 잘 되게 하고 신경을 안정시켜주며, 취나물은 성질이 따뜻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폐와 기관지에 좋다.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어 땅 위로 솟아오르는 봄나물들은 봄의 기운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체질에 따라 잘 섭취하면 춘곤증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허정원 불면증 전문의는 "하루 중 춘곤증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시간대는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로 점심식사 후 나른한 오후에 가장 심해진다. 저녁과 밤보다는 기온이 높아지는 아침과 낮에 피곤함을 더 느끼며 이런 피로감이 쌓이면 아침기상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피곤함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단백질 등을 섭취하면 좋다. 특히 3월이 제철인 미나리는 향이 독특하면서 피로를 더는 데 좋은 영양소가 많아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춘곤증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성질이 약간 차갑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약하고 몸이 찬 사람은 미나리 대신 인삼이나 황기를 차나 음식으로 만들어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불면증 전문의 허정원(자미원한의원 원장)
이나래 기자 purpl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