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NC 다이노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의 이적은 꽤 충격적이었다. 시즌 막판부터 나성범과의 재계약을 자신하고 공언한 NC였지만, 결국 NC는 나성범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못했다'라기 보단 '안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이는 지난 여름을 기점으로 확 달라진 구단의 기조와 적지 않은 관련이 있다.
지난 여름의 술자리 사건은 NC 다이노스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술자리를 가진 주전 선수들이 징계로 대거 이탈하면서 강제 리빌딩에 나섰고, 프런트에선 대표이사와 단장 등 구단 수뇌부들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새 수뇌부 구성이 불가피해졌다. 그렇게 NC는 서봉규 대표이사와 임선남 단장을 대행으로 선임하면서 정상화에 나섰고, 구단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NC의 변화는 비단 선수 구성과 수뇌부 교체 등 구색만 갖추지 않았다. 데이터 위주의 가치 평가는 이전보다 더 철저해졌고, 구단은 합리성을 추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데이터 상으로 하락세가 뚜렷하거나 하향세에 접어든 베테랑 선수들을 과감하게 방출하고, 오래전부터 전략적으로 구상해 온 선수들의 군입대 효과를 이용해 보상선수 출혈을 줄이고 내년 시즌 구상을 정립했다. 그 과정에서 창단멤버들이 줄줄이 이탈했지만, NC는 창단멤버의 예우보다는 철저한 능력주의와 데이터 위주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운영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12월 말,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나성범까지 떠나보내면서 리빌딩의 정점을 찍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의 이탈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KIA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했어도 NC가 선수 영입에서 만큼은 자금력이 밀리는 구단도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달라진 NC는 합리성을 더 중시했다. 100억이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프랜차이즈의 가치를 경시하지 않으면서도 오버페이는 철저하게 경계하면서 합리성에 무게를 둔 결과, NC는 나성범과의 이별을 피할 수 없었다. 창단멤버는 물론,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도 달라진 구단 기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으며 팀을 떠나야 했다.
그 가운데 NC는 팀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틀었다. 나성범과의 협상이 힘들어질 것을 직감한 NC는 빠르게 대체 선수를 물색했고, 그 결과 FA 외야수 박건우와 손아섭을 잡으며 본격적인 리빌딩 행보에 나섰다. 두 선수는 나성범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선수들로, 나성범처럼 홈런을 펑펑 때려내는 선수는 아니지만 통산 3할 타율에 컨택과 출루율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이다. 파워를 포기하고 컨택과 출루율을 높이는 쪽으로 선수 구성의 방향을 튼 것.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지만, NC의 대처는 빨랐고 목표도 명확했다.
그렇게 ‘엔건우(NC 박건우)’와 ‘엔아섭(NC 손아섭)’이 완성됐다. NC 관계자가 말했듯이 엔건우와 엔아섭은 ‘갸성범(KIA 나성범)’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갸성범은 구단의 달라진 기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고, 그 달라진 방향성은 수뇌부 전면 교체가, 수뇌부 교체는 지난 여름의 술자리가 결정적이었다. 술자리의 나비효과는 컸다. 술자리를 기점으로 확 달라진 구단의 기조, 그리고 창단멤버 및 프랜차이즈 스타와의 이별, 그 시작은 여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나성범-손아섭-박건우(KIA-NC 제공), 2021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 창단멤버 선수들(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