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2.25 15:46
[엑츠기자단=박정운] 전 세계적으로 축구 클럽에서 선수의 등번호는 그 선수의 상징이 되고, 클럽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가 조지 베스트,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등으로 이어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 계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정통성과 상징성이 담긴 7번 등번호를 팀의 상징이자 유용한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다.
맨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유럽의 클럽들이 선수들의 배번에 많은 신경을 쓰고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K리그 구단들의 배번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K리그 구단들의 배번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첫번째,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매 시즌 개막에 앞서 여러 팀의 많은 선수들이 등번호를 바꾼다. 2011 시즌에 앞서서 강원FC의 간판 공격수 김영후는 등번호를 9번에서 10번으로 바꿨고, 수원의 미드필더 이상호는 7번에서 8번으로 옮겼다. 이 밖에도 지난 시즌과 다른 번호를 달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는 시즌 도중 등번호를 변경한 사례도 있다. 대전은 지난 2010 시즌 도중 갑자기 분위기 전환을 위해 고창현이 등번호 10번에서 9번으로 바꾸고 박성호가 18번에서 11번으로 변경하는 등 주요선수들의 등번호 교체를 단행했다.
▲ 한편, 인천은 '유병수=10번'이라는 공식을 팬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빈번하게 등번호를 교체할 경우,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과 번호를 마킹한 유니폼을 구입한 팬들은 실망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구입한 유니폼에 응원하는 선수의 등번호를 마킹하면서 번호가 다음 시즌에 또 바뀔까봐 걱정하는 팬들마저 있을 정도다.
잉글리쉬 프리미어 리그(EPL) 클럽 아스날의 벤트너는 2009-10 시즌에 앞서 등번호를 26번에서 52번으로 바꿨다. 당시 벤트너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52번이 자신에게 너무 의미가 있는 번호라 변경했으며 26번으로 자신의 이름을 마킹한 유니폼을 산 팬들이 불편해 한다면 자신의 사비를 들여서라도 번호 마킹을 바꿔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벤트너의 사례처럼 구단은 선수들의 등번호를 변경하기 앞서 이에 실망감을 느낄 수 있는 팬들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등번호를 변경하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이 역시 팬들의 입장에서는 구단, 선수와의 약속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K리그 구단들은 배번에 있어서 '센스'가 부족해 보인다.
물론 선수 포지션에 따라 달 수 있는 등번호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자리 수 번호들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9번은 공격수가, 4번은 센터백이 다는 식이다.
그러나 K리그 클럽들은 가끔 등번호를 배정에 있어서 이런 센스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시즌에 앞서 울산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오장은은 올 시즌 9번을 달고 뛰게 됐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오장은이 공격수의 상징인 9번을 다는 것이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마음에 드는 번호 중 남는 번호가 없어 9번을 선택한 것이라면 아마 내년에는 또 번호를 바꿀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된다면 올 시즌 9번의 오장은 마킹을 한 유니폼을 구입한 수원의 팬들은 후회감만 머릿속을 가득 메우게 될 지도 모른다.
등번호 배정과 관련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방법들은 단순하다. 구단이 나서서 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다른 팀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어떤 선수들에게 어떤 번호가 주어지는 것이 좋을지 심사숙고하여 결정하면 된다.
▲ 김병지는 500번째 경기에 500번을 달고 500번째 실점을 했다. 그래도 그는 K리그의 전설이다
막무가내로 번호를 배정하고, 다음 시즌에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한 번 배정된 번호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 부여한다는 원칙을 세운다면 팬들 역시 선수들에게 주어진 등번호에 더욱 큰 애착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선수의 배번 문제는 사소해 보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팀의 특색과 자존심을 드러낼 수도 있는 수단이 된다. K리그가 실력으로는 아시아 최강으로 우뚝 섰지만 팬들을 감동시키고 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챙기는 것은 아직 조금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 지적된다.
앞을 보고 열심히 달려나가고 있는 K리그 구단들이여, 잠시 숨을 고르고 팬들과 소통하며 꼼꼼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팬들은 '이야기' 있는 K리그를 원한다.
[사진=김영후, 유병수, 김병지 ⓒ 엑스포츠뉴스 DB, 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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