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방이동, 김현세 기자) 대한빙상경기연맹 조사위원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심석희가 최민정을 일부러 넘어뜨린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고의로 밀쳤다고 분석했지만 의도를 특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다만 조사위가 심석희는 최민정을 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밝힌 지점에서는 괴리가 있다.
양부남 연맹 부회장 겸 조사위원장은 27일 서울 송파구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2차 조사단 회의가 끝나고 "(심석희가) 문자 메시지로 브래드버리를 언급한 상황에서 푸싱으로 (최민정이) 넘어진 점을 비춰 보면 (고의충돌로) 의심이 간다. 다만 자기 보호 차원에서 한 행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브래드버리처럼 만들려 한 행동이었다고 증명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외부 법률 관계자와 함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증거 영상을 분석했다고 한다. 이에 양 위원장은 "(심석희가) 오른팔로 (최민정의) 왼팔을 밀어서 넘어진 거로 확인됐다. 이건 고의에 의한 행동이지만 '브래드버리'를 실현하려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 자기 방어 차원에서 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기에 (고의충돌이라고)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조사위 발표대로 '고의'가 있었다면, 심석희는 최민정을 밀칠지 말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로 바꿔 생각할 수 있다. 고의의 사전적 정의는 '일부러 하는 생각이나 태도'다. 취재진의 '고의라는 표현이 잘못된 게 아니냐', '자기 방어를 위한 행동이었다면 무의식 중에도 나올 수 있는 일이지 않느냐'는 물음에 양 위원장은 "손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건 맞다"면서도 "행동의 양상을 봤을 때 무의식적인 행동으로는 보지 않았다. 반사적인 행동이 아니라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다만 그 의도가 어떤 의도였는지를 판단했다. 자신을 보호하려 한 행동이었는지 (고의충돌이었는지)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조사위는 지난 10월 27일 열린 1차 조사단 회의에서 당사자와 관련 인물들을 직접 조사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양 위원장은 '심석희는 고의충돌에 대해 어떻게 진술했느냐'는 물음에 "본인은 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최민정을 조사한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한다. 당시에는 (심석희가) 고의적으로 밀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브래드버리를 언급한 정황을 보며 (고의충돌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양 위원장이 밝힌 심석희의 진술 내용과 달리 조사위에서는 "영상을 보면 (심석희가) 오른쪽 팔로 (최민정의) 왼쪽 팔을 밀면서 손목 스냅으로 탁 친다. 나도 모르게 했다는 게 아니라 스냅을 친 건 알고 했다는 거다"라고 봤다. 양 위원장은 "다만 그 고의가, 브래드버리처럼 만들자는 것이었는지 보호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번 조사위에서는 고의충돌을 비롯해 국가대표 선수 및 코치에 대한 욕설과 비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1000m 결승 고의충돌 여부, 선수 라커룸 불법 도청, 2016년 월드컵과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아 경기 대회 승부조작 등 네 가지 사안에 대해 조사했다. 이 가운데 욕설 관련 사안을 제외하면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건 없다. 양 위원장은 고의충돌, 도청,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제 조사위가 밝힌 내용을 토대로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심석희와 관련한 사안을 최종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아직 개최 일정과 여부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건 아니다. 현재 쇼트트랙 대표팀이 제대로 구성돼 있지 않은 가운데 내년 2월 열릴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머지 않았다. 양 위원장은 "이제 공정위가 판단할 몫이다"라며 "조사는 최고로 빨리 한 거다. 더 빨리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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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