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공격보다는 수비, 수비보다는 투수가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점수를 못 내면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도 많은 감독이 점수를 내는 것보다 안 주는 데 집중한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실제로 변수 많은 타격보다 마운드가 상수로 버텨 준 팀이 좋은 결과를 낸 사례도 적지 않다. 2011년 팀 타율 0.259로 8개 구단 가운데 6위에 그쳤는데도 팀 평균자책점 1위(3.35)의 마운드를 앞세워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이 그중 하나다.
당시 SK와 한국시리즈에서 토종 선발 장원삼, 윤성환을 앞세운 삼성은 차우찬을 불펜 카드로 돌린 가운데 기존의 오승환, 권오준, 권혁, 정현욱, 안지만으로 꾸린 불펜까지 더해 4승 1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이 가운데 3승은 2점 차 이내 승부였다. 이후에도 SK와 두산, 넥센이 삼성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강한 마운드를 갖고 있던 삼성은 4년 동안 패권을 내 주지 않았다.
10년 뒤 팀 선발 평균자책점(3.69, 1위)과 구원 평균자책점(3.66, 2위) 모두 최상위권에 오른 KT 위즈도 통합우승을 했다. 팀 타율은 0.265로 4위였는데, 정규시즌 막판 기복이 심했는데도 마운드의 힘이 컸다. 후반기 첫 5연패에 빠지기 시작한 17일 수원 한화전부터 2위로 내려간 23일 대구 삼성전까지는 팀 타율 0.175 OPS(출루율+장타율) 0.475로 매우 저조했지만, 이 기간에도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 3.07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27로 버텼다.
사령탑에 앉은 지 3년째 되는 해에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이강철 감독은 "감독이 되기 전 투수코치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 토종 선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처음에는 (배)제성이와 (김)민이를 생각했다. 올해는 (고)영표가 와 주면서 힘이 더 생겼다"며 "예전 삼성과 같은 강한 불펜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공격보다는 수비, 수비보다는 투수가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정말 많이 성장해 줬다. 여기에 내가 선택한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내 줘 고마웠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이 부임한 뒤로 KT 마운드는 매년 더 좋은 성적을 내 왔다. 부임 첫 해였던 2019년에는 팀 평균자책점 4.31로 6위였는데, 당장 한 해 전에는 5.37로 7위였던 마운드에 변화를 준 결과다. 이 과정에서 토종 선발 배제성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거둔 KT의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고, 지난해에는 신인상 수상자 소형준이 가세하면서 팀 평균자책점 4.56으로 4위에 올랐다. 리그 평균이 4.18이었던 2019년과 달리 4.78로 크게 오른 해였다. 올 시즌에는 3.68로 2위에 올랐다.
KT는 외국인 선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 그리고 국내 선발 에이스 고영표를 필두로 배제성, 소형준, 엄상백으로 선발진을 구축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 76회)를 기록한 팀이다. KT는 선발이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지 못한 경기에서도 승률 1위(29승 36패 3무, 0.446)다. 올 시즌에는 김재윤, 주권, 조현우, 박시영으로 구성한 필승조에 김민수, 심재민, 이대은, 안영명, 이창재 등으로 구성한 불펜도 탄탄했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타이트한 경기에서도 중간 투수들이 포기하지 않은 것, 승부처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늘었다는 것, 여러가지 요소를 통해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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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