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비록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는 눈앞에서 놓쳤지만, 6년 만의 가을야구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오재일과 피렐라 등 영입생들의 값진 활약과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 간의 신구 조화, 그리고 왕조 마지막 유산이라 불리던 선수들의 성장 및 활약까지 삼박자가 고루 맞물렸다. 삼성 라이온즈는 길었던 암흑기를 청산하고 익숙하지만 어색한 가을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 암흑기가 끝이 났다. 삼성은 지난 2015년 1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이후 5년 동안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2016년 9위, 2017년 9위, 2018년 6위, 2019년 8위, 2020년 8위 등, 2018년 승률 0.0004 차이로 탈락한 해를 제외하면 모두 최하위권에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하지만 2021시즌은 달랐다. 외부 FA로 오재일이 영입됐고, ‘전력질주’의 아이콘이 된 외국인 타자 피렐라가 새롭게 팀에 합류하면서 타선이 강화됐다. 마운드에선 외국인 투수 뷰캐넌이 변함없는 활약을 펼쳐줬고 지난 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원태인, 최채흥 등의 젊은 선수들도 만개하며 투타의 조화를 뽐냈다.
왕조 마지막 유산이라 불리던 박해민, 구자욱, 김상수의 활약도 돋보였다. 구자욱은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좋은 활약을 이어가며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고, 박해민은 팀의 주장이자 리드오프로서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김상수 역시 내야의 중심을 잘 잡아주며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베테랑들의 활약도 빛을 발했다. 특히 백정현과 강민호 등 FA를 앞둔 선수들의 'FA로이드‘ 활약이 빛났다. 백정현은 생애 첫 10승과 함께 14승에 2점대 평균자책점(2.63)까지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강민호도 타율 0.291, 18홈런, 67타점으로 삼성 이적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마무리 오승환은 불혹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구위를 자랑하며 팀의 뒷문을 단단히 지켰다. 44세이브를 기록할 동안 블론세이브를 단 한 번만 기록할 정도로 탄탄했다. 셋업맨 역할을 충실히 해준 우규민도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프로 2년차 김지찬은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성장한 모습을 보였고, 각각 부진과 군 복무로 뒤늦게 합류한 ‘파이어볼러 듀오’ 김윤수-문용익도 후반기 가능성을 보이며 불펜진 한 자리를 꿰찼다. 좌완투수 이승현은 신인임에도 올 시즌 팀의 필승조로 강력한 구위를 뽐내며 마운드를 책임졌고, 또 다른 ‘신인’ 이재희도 대체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고도 주눅 들지 않는 투구를 펼치며 위기 때마다 빛을 발했다.
투타 조화에 신구 조화까지, 그렇게 삼성은 5년간의 암흑기에서 탈출, 순위표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1위 결정전에서 패하며 정규시즌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왕조 부활의 희망과 기틀은 확실하게 다져 놓은 시즌이었다. 게다가 아직 포스트시즌이 남아있기에 역전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 과거 ‘가을 삼성’이라 불리며 포스트시즌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던 삼성이 오랜만에 맞는 가을바람을 타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