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1년 6개월 가량 연기되었던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드디어 관객들을 찾았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분하는 마지막 작품인만큼, 전 세계 '007' 시리즈 팬들의 관심이 모인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가장 강력한 운명의 적 사핀(라미 말렉 분)의 등장으로 죽음과 맞닿은 작전을 수행하게 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미션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다니엘 크레이그와 라미 말렉, 레아 세이두, 크리스토프 왈츠, 라샤나 린치, 벤 위쇼, 아나 디 아르마스, 나오미 해리스, 랄프 파인즈 등이 출연한다.
2006년 개봉한 '007 카지노 로얄'을 시작으로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스카이폴', '007 스펙터'에 이어 5번째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만큼, 작품은 2시간 43분이라는 역대 '007' 시리즈 사상 최장 시간의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007' 시리즈의 전통에 걸맞게 맨몸으로 펼쳐지는 액션신도 인상적이지만, 시대상에 맞게 최첨단 기기를 이용한 첩보전을 펼치는 본드의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특히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IMAX 카메라로 촬영된 시퀀스가 활용되어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본드걸로 등장한 아나 디 아르마스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며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그렇지만 전작인 '007 스펙터'에서의 문제점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장 큰 문제는 빌런에게서 매력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프란츠 오버하우저(크리스토프 왈츠)는 이번에도 말이 많을 뿐, 별다른 위엄을 보여주지 못한다. 사핀을 연기한 라미 말렉은 크리스토프 왈츠보다 심각해서, 마치 시를 읊듯 운율을 살려 대사를 내뱉지만 그 안에 담긴 동기나 목적엔 설득력이 없다. 이번에도 그저 말 많은 악당으로서 소비될 따름이다.
14년 간 제임스 본드를 연기해온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한 장치는 모두 마련되어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빌런들이 어떤 매력도 뽐내지 못한 탓에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나 마지막이 예상되는 극중 전개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나오는 마지막 자막까지 기계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라는 제목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가 사라질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29일 오후 5시 전 세계 최초로 개봉됐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