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영웅'은 떠났지만, 그를 그리워할 시간적 여유는 너무나 짧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9일, 터키 트라브존에서 터키 대표팀과 평가전을 가진다. 지난 10년간 한국 축구의 상징과도 같던 박지성의 은퇴발표 10일 만에 대표팀에서 박지성의 공백을 시험해야 한다.
이번 터키와의 평가전은 박지성과 이영표 없는 한국 축구의 시발점이란 의미도 있지만, 대표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체제로 전화한다는 의미에서도 상당한 중요성을 안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터키전을 시작으로, 박지성과 이영표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떠안는다.
우선, 기본 포메이션에서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 때와 큰 차이가 없을 듯싶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4-2-3-1 전술을 통해 미드필더진의 강한 압박과 세밀한 플레이로 상대와의 볼 점유율 싸움에서 큰 재미를 봤다.
중원 싸움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현대 축구의 흐름과 월드컵에서 우리보다 한 수 위의 팀들이 즐비한 현실은 앞으로 조광래 축구가 투톱보단, 원톱 축구를 구사할 확률을 높게 한다.
문제는 박지성과 이영표의 대안이 누구로 결정될 것인 가이다. 우선, 이영표의 대안 선정은 더욱 간단하다. 이영표의 주 포지션인 왼쪽 풀백의 선수로 시야를 좁히면 그만이다.
그러나 왼쪽 풀백은 세계적으로도 희소가치가 인정되는 포지션이라 대안을 찾기가 그렇게 수월하지만은 않다. 한때는 김동진(FC 서울)이 유력한 대체자로 주목받았지만, 잦은 부상으로 컨디션이 하락한 상태다. 현재는 윤석영(전남), 홍철(성남) 등이 이영표의 공백을 메울 재목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박지성의 경우는 '조광래호'의 전술 자체를 뜯어고칠 만큼 중차대한 숙제이다. 박지성의 대표팀 역할은 단순한 측면 미드필더가 아니라, 중원과 측면, 그리고 공격 라인의 연계 플레이에 중심을 잡아주는 플레이메이커 겸 윙어의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오른쪽 측면에 이청용이라는 훌륭한 전문 윙어가 있다는 사실도 조광래호의 왼쪽 측면을 담당할 선수에게 더욱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게 한다.
현재 조광래 축구의 4-2-3-1을 완성하기 위해 박지성의 대체자로 거론되는 선수는 박주영과 구자철을 들 수 있다. 박주영은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서도 큰 강점을 발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박지성의 공격적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이 경우 구자철이 측면으로 이동해 박지성이 떠맡았던 플레이메이커 겸 윙어의 역할을 소화하게 된다.
박주영의 처진 스트라이커 변신으로 최전방에 공백이 발생하나, 이번 대회에서 확인한 지동원의 눈부신 성장은 박주영의 이선 배치에 대한 걱정거리를 완벽히 지울 만하다.
손흥민 역시, 경험을 쌓는다면 박지성의 '직접적 후계자'로 나설 재능이 충분한 선수이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의 '박지성 대안 찾기'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한국 대표팀의 전술 변화는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게 된다.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 없는' 대표팀을 위해 다시 처음부터 전술 확립에 나서야 하고, 또다시 수많은 시험과 시행착오의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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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섭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