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6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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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홀대, '과연 옳은가'

기사입력 2007.07.03 20:14 / 기사수정 2007.07.03 20:14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중국 춘추시대 패자 중 한 명이었던 제나라 환공은 북녘의 이민족을 정벌하러 갔다가 암흑과도 같은 거센 모래바람에 군사들과 길을 잃고 만다.

정체절명의 순간에서 제나라 군사를 구한 것은 바로 늙은 말이었다. 힘이 달려 전투의 선봉을 서진 못했지만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 군사들을 구했고 제환공의 이민족 정벌에 큰 힘을 보탰다.

KIA 타이거즈의 상징 이종범(37)이 지난 6월 19일 2군에 내려간지 2주가 지났다. 최하위로 전락한 팀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코칭스태프 1,2군 교체와 함께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이 충격요법은 그다지 효험이 없어 보인다. 6월 19일 이후 3일 현재까지 KIA가 거둔 성적은 2승 7패에 불과하다. 6월 24일 두산 베어스를 11:2로 대파하며 꼴찌탈출을 기대하게 했으나 27일 한화 이글스에 0:3으로 영봉패하며 다시 분위기가 수그러들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종범이 2군에서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범이 2군에 내려가면서 '은퇴설'이 조심스럽게 나왔으나 2군에서도 한 타석도 들어서지 못함은 KIA가 이종범에게 은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계약기간도 올해가 마지막이라 팀 내에선 거의 은퇴가 기정사실화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종범의 기량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종범이 타이거즈에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면 이 처사는 선수 본인이나 팬들에게 가슴아픈 일이다.

2001년 주니치 드래곤스 2군에 있던 이종범이 복귀 의사를 비췄을 때 KIA는 해태 인수작업에 박차를 가했고 KIA의 출범과 동시에 이종범의 국내 복귀전이 펼쳐졌다. 동시에 삼성 라이온즈에 보냈던 잠수함 이강철도 KIA로 돌아왔다. 

KIA는 해태가 떠나보냈던 스타들을 다시 보듬어주며 타이거즈 팬들을 흡수하려 노력했다. 사상 유례없는 4~8위간 혼전에도 마지막까지 재미를 돋우는 등 2001년 KIA의 첫 해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KIA의 모습은 '과연 2001년의 그 팀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1999년 효용성이 충분하던 주니치 선동렬(현 삼성 감독)의 이적료 문제로 씨름하다 결국 선동렬의 은퇴를 앞당겨 버리고 지도자 수업을 다른 팀에서 받게 한 해태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

하류의 물줄기가 상류의 물줄기에 밀려 바다로 빠져나가듯 기량이 급격히 떨어지면 새로운 선수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이종범은 다른 선수와 다르다. 이종범은 타이거즈의 스타였고 야구 꿈나무들이 동경하던 우상이었다.

큰 활약을 기대하진 못하더라도 팀의 정신적 지주로, 이따금 요긴하게 쓰이는 '전가의 보도'로 경기장의 팬들을 만날 순 없는 것인가. 종목은 다르지만 '산소같은 남자' 이상민의 삼성 이적과 엇갈리면서 가슴 한 켠이 씁쓸해진다.

<사진=엑스포츠뉴스@지병선 기자>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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