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지난 5월 20일 1군 엔트리에 든 롯데 자이언츠 김도규는 5경기만 뛰고 다시 2군으로 갔다. 당시 5경기 가운데 2경기에서만 실점한 그는 평균자책점 5.79(4⅔이닝 3자책)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93를 남겼는데, 볼넷만큼은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서튼 감독은 2주 만에 김도규를 1군 엔트리로 다시 불렀다. 김도규는 2020 도쿄올림픽 휴식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를 제외하면 이때부터 줄곧 부산 사직야구장으로 출근했다. 이후 그는 16경기에 구원 등판해 평균자책점 3.38(18⅔이닝 7자책) WHIP 1.07로 활약하며 서튼 감독에게도 신뢰를 줬다고 평가받았다.
롯데는 후반기 승률 2위(12승 7패 2무, 0.632)다. 리그 7위인 두산 베어스와는 0.5경기로 격차를 좁혔고, 5위인 NC 다이노스와는 4.5경기 차다. 롯데의 후반기 상승세 요인 가운데 안정적인 마운드가 차지하는 부분이 큰데, 김도규는 후반기 10경기에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2.38 WHIP 0.97로 맹활약하며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지난 2019, 2020년 동안 현역 복무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 김도규는 전역 이후 1군 선수로 도약해 성장하는 과정을 서튼 감독과 함께했다. 앞서 서튼 감독은 김도규의 향후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중용 가능성에 대해 "타자든 투수든 준비돼 있다는 건 선수가 보여 줘야 한다"며 "매번 완벽을 바랄 수는 없지만, 꾸준함을 보여 준다면 그 선수는 다음 단계로 갈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뜻한다. 김도규에게도 그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3.86 WHIP 1.24를 기록한 김도규는 롯데 전체 투수 가운데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 2.83)이 가장 낮다. 표본의 크기가 다르고 온전히 한 시즌을 치르지 않았지만, 지금의 김도규는 투수의 책임이 크다고 보는 지표인 피홈런, 볼넷, 탈삼진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는 평가다.
김도규는 또 190cm의 키보다 더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내리꽂는 힘 있는 공으로 뜬공을 많이 유도했다. 땅볼/뜬공 비율은 0.64(18/28)이다. 성민규 단장은 "도규는 1.99m, 거의 2m 높이에서 내리꽂는 유형의 투수다. 우리 팀 안에서만 아니라 KBO리그 전체를 보더라도 높은 수치인데, 터널링을 이용하기에도 유리한 조건이다. 높은 곳에서 내리꽂는 커브나 슬라이더를 타자 입장에서 보면 같은 높이에서 오다가 갑자기 꺾이듯 보인다. 공의 움직임이 좋고 높은 곳에서 던지기에 타자 입장에서는 방망이 윗부분에 맞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 단장은 또 "도규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을 때도 끝이라고 생각지 않고 제대로 준비했고, 오히려 1군에 다시 잘 적응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회라고 여겼다"며 "군 복무를 마치고 온 도규는 처음에는 선발 수업도 받아 봤지만, 중간에서 던지는 것도 좋을 거라고 봤다. 그러면서 구속도 상승했다. 1군에 간 뒤 처음에는 불안한 점도 보였다. 그런데 감독님이 믿고 키워냈다. 그때 믿고 투입한 게 컸다고 생각한다. 도규는 향후 필승조로도 충분히 발돋움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덧붙였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