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서은 인턴기자) 중국이 자국 내 K-POP 팬덤 문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6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는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에 대해 30일 정지 조치를 취했다. 정지 대상에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블랙핑크, 엑소, 아이유 등의 팬 계정이 포함됐다.
또 방탄소년단의 RM·진·제이홉, NCT의 재현·마크·재민·태용, 레드벨벳의 슬기, 소녀시대 태연, 블랙핑크의 로제·리사 개인 팬클럽 계정 등 21개 팬클럽 계정도 30일간 정지됐다. 웨이보는 공지를 통해 "비이성적인 스타 추종 행위를 단호히 반대하고 엄정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웨이보는 지난 4일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의 팬클럽 계정에 60일 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구독자가 116만 명인 이 계정에는 그의 생일(10월 31일)을 기념해 그의 얼굴과 생일 축하 메시지로 덮인 제주항공 비행기의 사진이 올라왔다. 팬들이 돈을 모아 진행한 광고로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더타임스에도 축하 광고를 실을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7일 “중국 내 아이돌 추종 문화의 기원은 한국”이라며 중국 당국이 벌이는 연예인 팬클럽 단속에서 외국 업체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케이팝 산업에 대한 추가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한국 아이돌 팬클럽 규제한 중국…K-POP 산업까지 영향 미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으로, 환구시보는 공산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매체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 공산당 중앙인터넷 안전정보화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이뤄졌다. 이 방안에는 미성년자가 연예인을 응원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 팬클럽 운영 관리 책임을 소속사가 지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향후 팬클럽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잘 관리하지 못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중국 사이버 당국은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기 전 두 달가량 팬클럽 정화 캠페인을 벌였다. 그 일환으로 웨이보는 매주 욕설이 달린 게시물을 삭제하고 이용 정지된 팬클럽 계정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바이두도 인기 투표 방식의 ‘스타 인플루언서’ 운영을 중단했다.
이어 중국 방송 규제 기관인 국가광전총국(NRT)은 지난 2일 공산당과 국가 방침에 따르지 않는 연예인의 TV 출연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또 방송사들은 스타에게 지급하는 고액 출연료를 제한하고 탈세를 단속해야 한다.
외양이 여성적인 남성 연예인의 출연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중국 당국이 대중 문화를 공산당식 통제 하에 두고 애국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움직임이라고 여겨졌으나, 이후 나타난 조치들에서 한국 케이팝 시장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당국이 자칭 '연예계 정화 운동'을 벌이는 시점이 공교롭다. 한·중 양국은 지난해 11월 외교장관 회담에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준비하기로 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4~15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외교부가 공식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양국은 앞서 합의하고 선포한 2021~2022년 한-중 문화교류의 해 추진과 관련해 한-중 인문교류촉진위를 열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인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중국 내 한국 게임 서비스 허가와 영화 상영 등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를 위한 협조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K-POP을 겨냥한 중국 당국의 규제는 한·중 문화 교류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은 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 콘텐츠에 밀리기 전 조치를 취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진 = 웨이보 / 오승준 인스타그램
이서은 기자 finley031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