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2019년 봄, 삼성 라이온즈의 오키나와 캠프 중계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카메라는 오로지 한 대, 여기에 A4 용지에 수기로 쓴 전광판과 카메라맨의 샤우팅 중계까지.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열악한 중계 퀄리티였지만, 의외로 많은 삼성팬들이 열광하고 호응하면서 시청률 대박을 터트렸다.
그로부터 2년 뒤. 삼성 라이온즈 유튜브 ‘라이온즈TV(이하 삼튜브)’는 열악한 제작 환경에 조악했던 퀄리티의 영상들을 뒤로하고 세련되고 트렌디한 채널로 탈바꿈했다. 구독자 수도 2년 만에 열 배로 폭증하면서 KBO리그 구단 인기 채널 대열에 합류했고, 지난 8월에는 구독자 10만 명 이상인 채널에만 주어지는 ‘실버버튼’도 품에 안았다.
꿈에 그리던 실버버튼. 하지만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6년 12월 유튜브 개설 당시 나 홀로 영상 독학부터 스케치북 중계 그리고 실버버튼까지. 개설 초기부터 긴 시간 동안 모든 에피소드를 다 겪은 박성민 홍보팀 프로가 실버버튼 택배 박스를 받고 눈시울을 붉힌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8월 그를 만나 삼튜브의 성장 과정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버버튼 축하드린다. 시즌 전부터 간절히 원하셨던 10만 구독자를 드디어 달성하셨다.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많은 성원을 해주신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고생해준 우리 삼튜브 식구들과 구단 직원들, 그리고 팬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선수들과 코치님들께도 감사드린다. 함께 고생해주신 분들과 기쁨을 함께하기 위해 아직 실버 버튼 박스는 뜯지 않았다. 하지만 택배 박스를 받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더라. 살짝 눈물이 핑 돌았다(웃음).
19년도 오키나와 중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A4 용지로 연습경기를 중계하던 삼튜브가 2년 만에 10만 구독자를 모을 줄 누가 알았겠나.
감개무량이다.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카메라 한 대만으로라도 라이브를 진행하자고 시작한 것이 그렇게 큰 호응을 얻을 줄 몰랐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스케치북 전광판이나 카메라맨 캐스터 투입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팬들이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다행이었다.
B급 감성이라 해야 하나. 여러 의미로 획기적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막을 넣을 수 없으니 수기로라도 팬들께 상황을 알려드리고 싶었고, 그냥 펴서 보여드리면 심심하니까 카메라 앵글 전환으로 보여주거나 손으로 종이 현황판을 말아서 펴는 효과도 해봤다. 여기에 카메라맨이 ‘골수 삼성팬’인 덕에 오디오도 꽉 차기 시작했고, 구단 직원이 해설로 참여하면서 정보도 다양해졌다. 둘이서 이어폰 하나를 나눠 끼고 중계했던 게 기억이 난다(웃음).
그 때 이후로 삼튜브 영상의 퀄리티와 구독자가 수직상승했다.
사실 2016년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땐 혼자 영상을 찍고 만들어 올렸다. 혼자 카메라를 들고 라이온즈파크와 경산(2군 경기장)을 오가며 ‘경산행’, ‘훈련은 즐거워’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찍긴 했지만, 편집 기술은 자신이 없었다. 혼자 편집 공부도 하고 해봤지만 잘 안되더라. 그러다 보니 초반엔 영상도 뜸하고 퀄리티도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외주 업체를 선정했고, 오키나와 캠프를 기점으로 구체적인 유튜브 활용 방향을 잡으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 사이 콘텐츠도 정말 많아졌다. 특히 선수들과 함께한 콘텐츠가 인기가 많던데.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특히 박해민이 주장으로 선임되면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고 있다. 지금 우리 삼튜브 단톡방에서 박해민이 피드백도 주고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이번에 선수들이 헤드캠을 달고 훈련하는 콘텐츠도 박해민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거다. 여기에 투수 최고참 오승환과 야수 최고참 강민호, 그리고 김대우 등 중고참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에 선수 콘텐츠가 다양해진 것 같다. 모든 선수에게 고맙다.
콘텐츠가 확 많아졌는데 아무리 이전보다 제작 인원이(4명) 늘었다지만 힘들진 않나.
힘든 것보다는 무엇보다도 선수들과 함께 하는 거니까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탁구나 활동적인 콘텐츠들이 선수들의 호응도 좋고 인기가 많긴 하지만, 아무래도 경기가 우선인 선수들의 컨디션에 지장을 주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기도 하고, 편집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이 나와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어 조심스럽다. 이 부분은 우리가 더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이다.
이외에 삼튜브만의 장점이 있다면, 어떤 점을 어필하고 싶나.
일하는 사람들이 삼성 광팬이라는 거(웃음)? 대구에서 일하는 스태프 2명이 정말 열심이다. 두 사람 모두 대구가 아닌 타지역에서 출퇴근을 하는데도 피곤한 기색 없이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다. 천천히 해도 된다고 하지만 팬들이 기다린다며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압박을 주는 것 아닌가) 절대 아니다(웃음). 정말 열심히 잘해주고 있어 고맙다.
그렇게 4년 반을 달려온 삼튜브가 구독자 10만을 달성했다. 초창기부터 관리했던 분으로써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음, 구독자 5만을 돌파했을 때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삼튜브 성장 스토리가 담긴 영상이었는데, 팬들의 격려 댓글들을 많이 받고 힘을 낸 기억이 있다. 초창기 아쉬운 퀄리티에 많이 실망하셨을 텐데, 성장을 기다려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또 생각나는 건 오재일과 원태인 첫 만남 영상이다. 팬분들이 요청을 많이 해주셔서 촬영했는데 영상 찍으면서 그렇게 오그라들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웃음).
아까 실버버튼은 받았는데 아직 개봉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언제 ‘언박싱’ 할 계획인가.
원래는 7월에 이미 10만 명을 달성해서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 때 선수단 다 같이 모여 언박싱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고 리그가 중단되면서 무산됐다. 다가오는 대구 두산전 때 간략하게 언박싱 콘텐츠를 찍으려고 한다. 그래도 삼튜브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고참 선수들(박해민, 오승환, 강민호)은 함께 해야 하지 않겠나. 팬분들도 함께 하지 못한 것도 아쉬워서 이벤트도 준비했다.
어떤 이벤트를 준비했나?
스프링캠프 때 오승환이 구독자 10만 달성 공약을 한 적이 있다. 오승환이 직접 선수들에게 받은 사인 배트나 10만 달성 당시 1군 엔트리 선수들의 실착 사인 유니폼, 어린이 회원 가방에 구독자분들의 닉네임이 들어간 실버버튼을 주문 제작해서 댓글 추첨을 통해 드리려고 한다. 말하고 보니 구독자 10만 명이라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난다. 또 울컥하려고 한다(웃음).
스프링캠프 때 목표가 10만 구독자였는데 이제 달성하셨다. 다음 목표는 뭔가?
코로나19로 촬영 장소나 선수 접촉 등 제약 상황이 많아 시즌 초 계획했던 새로운 콘텐츠들을 시도 못 한 게 많이 아쉬웠다. 상황이 좀 좋아지면 선수들과 다시 시도해 보고 싶다. 앞으로도 구장에서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아직 구독하지 않으신 삼성 팬분들도 라이온즈TV로 초대하고 싶다.
사진=라이온즈TV 유튜브 캡쳐, 윤승재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