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지난 6월, 한화 이글스는 노수광에서 하주석으로 주장을 교체했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노수광의 요청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면담을 진행했고, 새로운 주장으로 하주석을 직접 지목했다. 주전 유격수로 한화의 리더 역할을 했던 하주석이 공식적으로 완장을 차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두 달여,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에 대해 "캡틴이라는 자리에 완벽하게 녹아든 모습"이라고 말한다.
고민 끝에 주장 자리를 받아들었던 하주석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받은 게 아니라 분명 부담도 있었지만, 앞으로 해 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김태균, 정근우 선배 등 많은 선배가 내가 나이가 들면 주장을 해야 한다 얘기를 하셨다. 조금 일찍 한 거 같은데, 주장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이 주장이 되기 전부터 팀의 리더 역할을 기대했고 또 맡겼다.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하주석이었지만 주장을 맡고 난 뒤의 책임감은 생각 그 이상이었다. 하주석은 "솔직히 그전에는 마냥 '막내' 하주석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주장을 맡고 나서는 벤치나 경기에서나 모든 게 보이더라. 생각보다 더 많은 책임감이 따라왔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화 주장의 유니폼에는 별다른 표식이 없었다. 수베로 감독이 이 점을 지나가듯 얘기했고, 주장이 하주석으로 바뀌면서 프런트에서 캡틴의 'C' 마크가 박힌 유니폼을 준비했다. 주장의 책임감, 그리고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그라운드를 누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주석은 "그걸 새기고 경기장에 나가다 보니까 그 마크가 상당히 무겁더라"고 웃은 뒤 "책임감이 더 생기는 거 같다. 1분 1초라도 안일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거 같고, 좀 더 성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자리, 위치, 마크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거 같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얘기했다.
개인 성적은 순조롭다. 부상으로 긴 시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하주석의 목표는 늘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는 일이다. 하주석은 "일단 올 시즌 3분의 2 정도 온 시점에서는 성공적이라고 본다. 안 아픈 게 나한테는 행복이다. 성적이 안 좋을 때도 물론 스트레스받고 힘들지만, 아파서 누워 있고 재활을 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자체가 나에게는 정말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전했다.
하주석은 그 행복을 어떻게 더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안다. 개인 타이틀에 대한 질문에도 하주석은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고 최선을 다해 성적이 좋다면 운 좋게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외적인 부분들보다 지금 젊은 친구들과 함께 우리 팀이 강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골든글러브보다, 우승팀의 주장이 되는 게 가장 목표이자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인 거 같다"는 하주석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다. 영락없는 '캡틴'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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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