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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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종이호랑이'로 추락한 3가지 이유

기사입력 2011.01.26 08:42 / 기사수정 2011.01.26 08:4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5일 저녁, 우리캐피탈에 0-3으로 완패한 신치용 감독은 말을 쉽게 이어가지 못했다. 경기의 패인에 대해 신 감독은 "가빈 혼자 두들긴 것 밖에 배구를 한 것이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한국배구의 대표적인 팀으로 군림해왔던 삼성화재는 탄탄한 조직력과 걸출한 외국인 공격수의 활약으로 국내리그를 평정해왔다. 지난 3년 동안 V리그 정상을 지켜온 삼성화재는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와 가빈 슈미트(24, 캐나다)라는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정상에 등극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까지 안정된 리시브와 최태웅(35, 현대캐피탈)의 정교한 토스워크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높은 타점과 타워로 승부하는 가빈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의 구미에 맞게 적절하게 올라오는 볼을 때린 가빈은 '알고도 막지 못하는' 부동의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올 시즌 삼성화재의 사정은 썩 좋지 못하다. 리시브는 불안해졌고 주전 세터 유광우(26)의 토스워크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삼성화재의 리시브를 도맡았던 석진욱(35)은 부상 중이다. 또한, 석진욱과 함께 팀의 리시브와 수비를 담당했던 손재홍(35)도 지난 시즌의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전 포지션에 걸쳐 문제점이 많지만 가장 걱정되는 자리는 레프트 보조공격수 자리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김정훈(29)이 이 포지션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리시브가 불안해 상대팀 서버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조직력으로 움직이는 팀인 삼성화재가 가장 중요시했던 부분은 서브리시브였다. 플레이의 첫 단추인 리시브가 불안해지자 팀의 자랑이었던 조직력은 흐트러지고 말았다. 또한, 발목 부상에서 완전하게 회복되지 못한 세터 유광우의 난조도 삼성화재의 문제점이다.



신치용 감독은 "박철우와 유광우가 안정되지 않으면 우리 팀은 많이 힘들어진다"고 털어놓았다. 들쑥날쑥한 유광우의 플레이에 삼성화재도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를 펼치고 있다. 또 신치용 감독은 "현재 유광우가 라이트 쪽으로 구사하는 토스는 썩 좋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최태웅과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가빈은 지난 시즌보다 부실해진 토스를 받으면서 위력이 떨어져있다.

가빈에게 편향된 공격을 세분화시키기 위해 삼성화재는 박철우를 영입했다. 현대캐피탈에서 주 공격수 역할을 하던 박철우는 삼성화재로 이적하면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박철우는 우리캐피탈과의 경기에서 단 1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팀의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철우는 기흉 수술로 인한 후유증과 체력 문제로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박철우에 대해 신치용 감독은 "박철우는 기흉 수술로 인해 피로 회복이 늦고 힘을 못 쓰는 상태다. 본인도 많이 답답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철우는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라는 장점을 지녔고 볼을 따라 움직이는 스텝도 뛰어나다.

그러나 점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자신의 장점을 십분 살리고 있지 못하다. 안정된 리시브와 수비가 이루어지면서 가빈-박철우의 좌우 공격이 동시에 살아나야 비로소 삼성화재다운 배구를 펼칠 수 있다.

하지만, 리시브와 토스의 불안과 박철우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삼성화재는 총체적인 난조에 빠졌다. 신 감독은 "실망스러운 경기를 해 팬들에게 송구하다. 앞으로 지금보다 나은 경기를 펼쳐 플레이오프 진입을 노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노장 선수들이 많고 높이가 낮은 단점이 있었지만 삼성화재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3년 연속 국내 정상에 올랐다. 오랜 세월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조직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직력을 완성한 톱니바퀴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종이호랑이'로 추락하고 말았다. 비록, 삼성화재가 올 시즌 최악의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타 팀 감독들은 경계심을 늦추고 있지 않다.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은 "삼성화재는 가빈이라는 공격수가 있다. 가빈의 공격성공률이 60%를 넘어가면 쉽게 이길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우리캐피탈의 박희상 감독도 "이번에는 삼성화재를 이겼지만 다음엔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고 신중함을 보였다.

서브리시브와 토스가 안정감을 찾고 박철우가 자신의 기량을 회복한다면 삼성화재는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삼성화재의 저력이 살아날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삼성화재, 신치용, 박철우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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