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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3리그 폭력 사태가 남긴 것

기사입력 2007.06.25 19:36 / 기사수정 2007.06.25 19:36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징계내용 발표된 뒤의 반응은?'

지난 16일 K3리그 서울 유나이티드와 대구 한국 파워 트레인 과의 경기에서는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져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축구 선수가 관중석에 다가가 축구팬과 물리적인 충돌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

그러자 K3리그 운영위원회에서는 22일 각 구단에 징계 내용을 발표하여 양 구단에 대한 경고장을 발송했고 김완수를 비롯한 4명의 선수와 신기동 감독은 2~6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확정됐다.

반면, 서울에는 경기시 서포터 혹은 팬이 인신 공격적인 언어 및 욕설로 상대팀 선수를 자극하는 행위를 제지할 것을 요구했다. 운영위원회에서는 안전 인력 투입과 문제 관중 출입금지 조치를 권고하여 서울에 경고장을 발송했다.

이내창 K3리그 경기운영 총괄위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해 "서포터들이 선수 개인에 대한 비방을 하면서 그렇게 하게 됐다. 무엇보다 비방을 받는 선수가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에 대한 인내심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전략이자 매너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조치에 대한 자세한 배경과 맥락이 깊다.

그러나 서울 유나이티드 팬들은 K3리그 운영위원회 경고장 발송에 분노를 터뜨렸다. 기자는 두 명의 서울팬을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그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구단상품 관련 자원봉사를 맡는 오경화씨와 서울 서포터 현장 팀장 및 메인 리딩을 맡는 민경철씨와 얘기를 나눴다.

"정말이지 사람이 죽을 뻔했다. 서포터는 물병을 던지고 잘못했다 치더라도 욕설에 대한 규제는 없고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우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탈리아와 16강전 경기를 벌이면서 네거티브 응원을 했는데 이탈리아가 우리한테 기가 죽었다고 했다. 서포터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는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모 대구 선수는 우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욕설을 했고 그런 와중에 물병이 날아갔다. 서포터는 개개인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선수가 관중석에 올라가서 주먹질을 해서는 안 된다.

폭력 사태가 벌어진 다음에 주심과 선심이 통제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주심과 선심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고 카드도 내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경기 속행시켰다. 오히려 임근재 서울 감독님이 메가폰으로 제지했다. 네거티브 응원 금지 그런 것은 웃을 일이다. "<오경화씨>

"어느 나라에서 서포터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가? 서포터들 나름대로 성향이 다양한 것뿐이다. 그런 것에서 서로 공존을 하는데 K3리그 운영위원회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우리는 욕설 들어가는 응원이 없는데 몇몇 회원들이 흥분하게 되면 욕설하는 것뿐이다. 나 같은 경우, 욕설이 관중석에서 터지면 바로 다른 서포팅 곡으로 유도하는 편이다. 몇몇 회원 때문에 서울이 안 좋게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

K3리그 운영위원회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경고장을 보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우스꽝스럽다. K3리그 라고 하지만 그만큼의 자존심, 다시 말해 프라이드가 있는 리그다. 우리는 1부리그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응원 문화에서 단적인 운영에 있어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민경철씨>

경고장을 받은 서울 유나이티드 구단도 억울한 반응을 보였다. 원호인 단장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경고장 공시를 한 것은 형평성에 안 맞는다. 우리 팀이 K3리그라 해서 그러는 것 같다."라며 구단 측의 답답한 입장을 털어놓았다.

한편으로는, 이번 일을 계기 삼아 앞으로 성숙하게 응원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원호인 단장은 계속 말을 이어 "서포터들이 욕을 하는 것에 대해, 이미 서포터들과 얘기를 해봤는데 좋은 쪽으로 유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잘못을 떠나 좋은 계기를 찾아서 응원하도록 성숙하게끔 하겠다. 구단과 서포터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슬기롭게 풀어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경기의 진행을 맡은 심판에 대한 징계가 없어 이번 조치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심판은 경기 지연 방관과 같은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폭력 사태를 더욱 부추긴 문제점을 일으켰다. 축구팬을 실망시킨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해 출전정지 및 경고장 발송에만 그친 것은 K3리그 운영위원회의 방침이 합리적이지 못한 아쉬움을 낳았다.

K3리그 출범 2개월 만에 '선수-서포터'의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진 것은 우리 축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K 리그에서도 종종 네거티브 서포팅이 벌어지는 데다 4년 전에는 부천 선수였던 남기일(성남)이 관중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올리는 골 세레머니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분명 어제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이번 폭력 사태는 성숙한 관전 문화 및 팬에 대한 선수의 의식을 고취시키는 긍정적인 발상으로 전환시켜 서로 발전을 위하는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서포터들이 성숙한 응원을 하게끔 구단이 노력하겠다는 원호인 서울 단장의 의지가 희망적이다. 앞으로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 서로 배려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도록 구단, 선수, 서포터가 노력하여 K3리그의 질적인 발전의 토양을 다져 놓기를 바란다.

[사진=서울 유나이티드의 경기 장면 ⓒ 엑스포츠뉴스 이상규 기자]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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