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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놈!놈!놈!-20] '브라질 유술' 파이터, 펠리피 멜루

기사입력 1970.01.01 09:00 / 기사수정 2011.01.25 11:18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에서는 '뻔한' 축구기사에 지친 독자 여러분을 위해 매주 한 가지의 주제를 선정, 일러스트와 함께 재미난 축구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유럽축구 놈!놈!놈!]의 연재를 재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축구는 거친 스포츠다.


승리를 위해 상대보다 더 많은 골을 기록해야 하며 그만큼 주도권 장악을 위한 몸싸움이 비일비재하다. 반칙을 포함해 상대 선수와의 주먹 다툼 등, 경기 내내 선수 간 마찰이 많은 것도 당연지사다.


필드 위에서 상대 선수와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선수들을 일컬어 그라운드 위의 파이터라 부른다. 이 중 유벤투스 소속의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펠리피 멜루는 이 분야 최고의 선수라 할 수 있다.


'브라질 유술 수련자', 멜루


멜루는 청소년 시절부터 브라질 유술을 수련했으며 이러한 경험이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가 습득한 브라질 유술은 관절 꺾기나 조르기 등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종목이며 실전 격투기의 최고봉으로 불린다. 이러한 경력을 토대로 그는 중원에서 궂은일을 맡았다.


문제는 그의 불같은 성격이다. 브라질 유술은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긴다’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멜루는 부드러움 없이 강함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퇴장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로 멜루가 상대 선수와 마찰이 일어나면 주먹과 발을 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파르마외의 리그 18라운드 홈 경기에서도 전반 17분 상대 수비수 마시모 파치의 얼굴을 차는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 팀의 1-4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깜짝 스타에서 둥가의 황태자로 부상한 멜루


멜루는 전형적인 저니맨이다. 그는 지난 2001년 플라멩구 소속으로 성인 무대에 데뷔한 이래로, 크루제이루와 그레미우 그리고 마요르카와 라싱 산탄데르, 알메리아, 피오렌티나와 현 소속팀 유벤투스까지 많은 클럽을 거친 선수다.


애초 브라질 청소년 대표팀 일원으로 이름을 알린 멜루는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이었다. 그러나 그는 뛰어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피오렌티나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이때부터 자신의 이름값을 알리기 시작한다.


한편, 지우베르투 시우바의 파트너를 찾던 카를루스 둥가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2009년 2월 이탈리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멜루를 깜짝 발탁했다. 이 경기에서 멜루는 대표팀 데뷔전임에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둥가의 황태자로 부상했다.


'브라질 탈락 주범' 멜루, 인터뷰로 구설에 오르기도


다혈질적인 멜루의 단점이 드러난 대표적인 경기는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8강전일 것이다.


당시 카를루스 둥가의 브라질은 가장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우승 후보 0순위로 불렸다. 이러한 기세를 모아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나선 브라질은 전반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한 수 위 전력을 과시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팀이었다.


호비뉴의 선제 득점으로 전반을 1-0으로 마친 브라질이었지만, 후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추가 득점에 실패한 상황에서 멜루의 실수로 동점 골과 역전 골을 내주며 무너진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멜루는 아르연 로번을 밟는 비신사적인 반칙으로 퇴장까지 당했다. 이날 멜루가 보여준 모습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며, 우승 후보 브라질의 준결승 탈락을 이끌었다.


월드컵 악몽이 사라지는 시점, 멜루는 또다시 프로답지 않은 행동으로 전 세계 팬들의 질타를 받게 된다. 그는 브라질 방송사 글로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정말 로번의 다리를 부러뜨리고자 했다면, 그는 경기장에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멜루 입장에서야 공을 끄는 로번이 얄미워서 그런 거겠지만, 가뜩이나 부상으로 신음하며 1년에 반도 못 나오는 로번의 처지를 고려할 때 나아가 프로 선수로서 그가 보여준 행동은 잘못됐다.


일취월장한 멜루


지난 2009/10시즌 지에구 히바스와 함께 새롭게 유벤투스에서 둥지를 튼 멜루는 시즌 내내 부진한 활약으로 일명 먹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설상가상 유벤투스 자체가 침체기에 빠지며 방출 대상 중 하나였다.


그의 패스 능력을 과대평가한 치로 페라라와 알베르토 자케로니 두 전임 유벤투스 감독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자신감 결여와 적응 문제 등,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드컵에 나섰다가 큰 실수마저 저질렀으니 멜루의 이번 시즌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그는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일취월장하며 팀 내 핵심 선수로 부상했다.


리버풀에서 임대로 온 알베르토 아퀼라니와 중원에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고 있고, 후방에서 궂은 일을 도맡으며 상대 공격을 2선에서 차단하고 있다. 나아가 상황에 따라 직접적인 공격 가담으로 중원의 활력소가 됐다.


[그림=펠리피 멜루 ⓒ 일러스트 킹코스타(유로싸커포인트 작가)]  
 



박문수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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