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여홍철 경희대학교 교수가 눈물을 흘렸던 올림픽 무대에서 여2로 금메달을 딴 사나이가 등장했다. 여홍철 본인마저 "부럽다" 말할 정도로 놀라운 깜짝 금메달이 도마에서 나왔다.
신재환(23, 제천시청)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총점 14.783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양학선(28, 수원시청)이 금메달을 딴 뒤 9년 만에 도마 종목 금메달이다.
신재환의 금메달은 아주 극적이었다. 여섯 번째 순서로 나선 그는 2위인 데니스 아브리아진(러시아올림픽선수단)과 동점을 기록했지만, 최고점수 차이에서 신재환(2차시기 14.833점/상대 2차시기 14.800점)이 우위를 차지했다.
신재환이 2차시기에 시도한 기술은 바로 대선배 여홍철 교수가 만든 '여2'였다. 여2는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 바퀴 반을 비틀어 내리는 900도 회전 기술이다. 앞서 여자 도마에서 동메달을 땄던 여서정은 여기서 반 바퀴를 덜 도는 720도 회전 기술로 '여서정'이라는 기술을 만들었다.
신재환은 1차시기엔 난도 6.0의 '요네쿠라(세바퀴 반을 도는 기술)'에 도전해 착지에서 0.1점을 감점받았지만 14.733점을 받았다. 이어 2차시기에선 난도 점수 5.6점인 '여2'에 도전했고 완벽한 회전 이후에 딱 한 발 밀린 착지를 했다.
신재환은 기술 구사가 완벽히 이뤄지자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코치진과 다른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내려왔고 감점 없이 9.233점을 받아 14.833점을 얻었다. 뒤이어 출전한 아블리아진이 역시 2차 시기에서 똑같은 난도 5.6의 기술을 구사했지만, 수행점수에서 9.2점을 받아 14.800점을 얻어 신재환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KBS에서 경기를 중계한 여홍철은 "부럽다"라고 말하면서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신재환 선수가 이뤄줬다"라고 말했다. 1996 애틀란타올림픽 도마 결선에 나선 당시 세계랭킹 1위 여홍철은 1차시기에 '여1(손을 짚고 몸을 틀어 뒤로 세바퀴를 도는 기술)'을 성공했지만 2차 시기에서 여2를 시도했다가 착지에서 두 걸음 물러나는 실수를 범해 은메달에 그쳤다.
당시 자신의 기술로 금메달을 따지 못했던 한을 후배가 풀어주자 여홍철은 시상식 도중에도 "부러우면 지는 건데…."라고 말했고 캐스터는 "오늘만큼은 지셔도 된다"고 위로했다. 신재환은 선배 여홍철이 갖고 있던 한을 풀며 23세의 어린 나이에 새로운 도마 황제로 우뚝 섰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