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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오심‧조롱 다 극복, 펜벤저스의 금메달은 결코 쉽지 않았다 [포디움 스토리]

기사입력 2021.07.29 06:00 / 기사수정 2021.07.29 16:32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19점차 승리, 대회 2연패. 역시 ‘세계최강’ 다운 실력이었다. 남자 사브르 펜싱 대표팀이 대한민국에 네 번째 금메달을 안겨다줬다. 

오상욱(25·성남시청), 구본길(32), 김정환(38·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후보선수 김준호(27·화성시청)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대회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 45-26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 남자 대표팀은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우승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결승전 19점차 승리. 굉장히 여유로워보였고 쉬워보였던 승리지만 그 과정은 결코 그렇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훈련 공백기에 선수의 확진, 그리고 올림픽 개인전 탈락의 아쉬움과 본선에서 나온 숱한 위기들을 모두 극복하며 따낸 금메달이었다. 

이들에게 ‘펜벤저스(펜싱+어벤저스)’라는 별명이 붙은 데에는 세계펜싱선수권대회 3연패(2017~2019)가 컸다. 펜벤저스를 팀 세계랭킹 1위로 만들어준 대회로, 대회 3연패는 아시아 최초였다. 그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친 한국 대표팀은 이 기세를 이어가 2020년 올림픽에서 화룡정점을 찍고자 했다. 

하지만 그런 도중에 코로나19가 터졌다. 대회 개막 4개월에 앞서 열린 월드컵시리즈에서 2관왕에 오르며 올림픽 메달을 향한 예열을 마쳤지만 연기 결정으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더군다나 진천선수촌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면서 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선수들 모두 각자의 소속팀에서 생활하며 재개된 국내 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실전 감각을 쌓았고, 지난해 12월에야 다시 문을 연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또 악재가 터졌다. 개인 세계랭킹 1위를 달리던 오상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올림픽 준비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것. 지난 3월 유럽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한 뒤 귀국한 오상욱은 코로나19 확진으로 한 달을 입원해야 했다. 준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오상욱은 이번 올림픽 개인전에서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군다나 8강전 도중 오심으로 1점을 허무하게 뺏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는 불운도 맛봐야 했다.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 동시타에 대해 비디오판독을 요청한 이후 갑자기 상대 점수 1점이 더 오른 것. 하지만 심판진도 한국 코치진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고, 결국 오상욱은 13-15로 석패하며 개인전 입상에 실패했다. 

하지만 오상욱과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개의치 않았다. 이미 물 건너간 일에 신경 쓰는 것 대신 단체전이 남아 있으니 그곳에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다. 그 사이 ‘맏형’ 김정환이 개인전 동메달을 따면서 반등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만 나이 38세,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올림픽에서 개인전 메달을 따낸 맏형은 이제 단체전에서 동생들과 함께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칼을 들었다. 

단체전 토너먼트도 쉽지 않았다. 특히 독일과의 준결승전이 그랬다. 한국은 초반 독일에 고전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 했다. 이 때 김정환이 넘어지면서 실점한 것을 독일 선수가 따라하며 조롱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후 조롱이 아닌 심판 어필 장면인 것이 밝혀졌지만, 충분한 해명을 들을 수 없었던 당시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이성이 흔들렸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김정환도 6라운드에서 연달아 6점을 내주며 고전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동요되지 않았다. 차근차근 점수를 올리는 데 집중했고, 결국 45-42 신승을 거두며 결승전에 오를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 끝에 도착한 결승전. 남자 대표팀은 모든 걸 쏟아 부었다. 맏형 김정환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후배들을 독려하며 결승전에 나섰고, 막내 오상욱은 세계랭킹 1위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기 위해 팔을 뻗었다. 구본길도 개인전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후보선수 김준호 역시 자신의 올림픽 첫 메달을 위해 자신의 장점을 모두 발휘했다. 

그렇게 모든 기량을 쏟아 부은 결승전에서 펜벤저스는 45-26, 19점차 대승을 거뒀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 한 경기는 쉬워보였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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