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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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 2천안타의 아름다운 조연 '두산'

기사입력 2007.06.10 12:19 / 기사수정 2007.06.10 12:19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동현 기자] 양준혁의 개인 통산 2천번째 안타가 터져 나오자 잠실 구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전광판에는 '2000'이라는 숫자가 크게 새겨졌고, 이어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의 축사가 전달됐다. 귀에 익은 축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선동열 감독이 양준혁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이날(9일) 축제 분위기를 만든 주인공은 두말할 것 없이 양준혁이었지만 '조연'을 자처한 두산 구단과 팬들이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맨' 양준혁이 남의 집 안방이나 다름 없는 잠실 구장에서 성대한 파티를 벌인 것은 이날 경기의 홈팀이었던 두산의 협조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대에게 안타를 내준다는 사실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닐텐데도 두산은 망설임 없이 KBO와 삼성 구단의 행사 진행 협조 요청을 받아들여 좋은 이미지를 남겼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팀을 이끄는 사령탑의 입장에서 쉽게 내리기 어려운 용단을 내려 야구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양준혁의 안타가 두산의 패배와 직결될 수 있는데도 김 감독은 '당연히 축하 행사를 해야 한다'며 경기 중단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알려졌다. 양준혁의 2천번째 안타가 나온 순간 김 감독은 진심이 담긴 박수를 보냈고, 양준혁은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1루측 관중석에 자리잡은 두산 팬들의 깨끗한 매너도 양준혁의 대기록을 더욱 빛나게 했다. 두산이 1-6으로 크게 뒤져 패색이 짙어진 상황이었지만 두산 팬들은 양준혁이 2천호 안타를 쳐내자 기립박수를 보내며 대기록 작성 순간을 함께 즐겼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양준혁은 "두산 구단은 물론이고 큰 박수로 축하해준 두산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양준혁의 방망이가 이뤄낸 한국 프로야구의 큰 경사가 풍성한 잔치로 승화된 것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범하게 일을 처리한 두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프로야구에 기념비적인 기록이 세워질 때마다 두산이 남긴 좋은 선례가 회자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날 두산은 '주연 배우'는 아니었지만 '주인공만큼 아름다운 조연'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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