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한국 축구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 바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일 것이다.
당시 16강만 올라도 꿈만 같을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 축구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며 아시아 최초 4강이라는 엄청난 쾌거를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축구, 스포츠를 넘어 전사회적인 열풍을 몰고 온 월드컵 4강 신화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당시 기대주로 촉망받았던 박지성(맨유)은 8년이 지난 2010년, 한국 최고의 축구 선수로 우뚝 섰다. 하지만 그도 이제는 화려했던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마감하려 하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2011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히며 더이상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박지성의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게 됐다.
박지성이 만약 국가대표 은퇴가 현실화되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활약했던 멤버 가운데는 이영표(알 힐랄), 차두리(셀틱 FC) 정도만 남게 된다. 사실상 2002 세대도 중심에서 물러나는 셈이다.
당시 23명 대표 선수 가운데 현역으로 아직 뛰고 있는 선수는 14명이다. 이 가운데, 이운재(수원 삼성)와 김남일(톰 톰스크), 안정환(다롄 스더)은 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여기에다 박지성까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면 국가대표에 뛸 만 한 2002 세대는 4-5명 안팎으로 줄게 될 전망이다.
이영표, 차두리 외에 뛸 만 한 2002 세대는 설기현(포항 스틸러스), 이천수(오미야), 최태욱(FC 서울) 정도다. 설기현은 이미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으로부터 "기량을 더 끌어올리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다"라는 평가를 받은 상태라 내년 시즌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면 모처럼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2002 세대'의 자존심을 되살릴 수도 있다.
기량은 좋지만 개인적인 문제 등으로 방황했던 이천수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며, 꾸준한 기량을 보여주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은 최태욱은 두터운 대표팀 측면 공격 자원의 벽을 뚫어야 하는 입장이다.
은퇴한 선수 가운데는 지도자로 여전히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폴란드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황선홍은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3년간 맡다 최근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로 자리를 옮겨 내년 시즌 새 둥지를 틀고 사령탑을 맡게 됐다. 또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는 U-20(20세 이하)과 U-23(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U-20 월드컵 8강, 광저우 아시안게임 3위라는 성과를 내면서 성공한 지도자 반열에 서서히 오르고 있고, '마스크맨' 김태영은 홍명보를 도와 코치로서 새로운 지도자 생활을 펼치고 있다.
그밖에 최진철과 최용수는 각각 강원 FC와 FC 서울 코치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민성은 내셔널리그 용인시청에서 플레잉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유상철은 춘천기계공고 감독을 올해부터 맡아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했고, 윤정환은 일본 J2리그 사간 도스 수석 코치를 역임하고 있다.
[사진=차두리와 이영표 ⓒ 엑스포츠뉴스DB]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