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리그 선두 AC 밀란이 마르코 보리엘로에 결승골을 내주며 난적 AS 로마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밀란은 19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각) 산 시로에서 열린 2010/11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17라운드 로마와의 홈 경기에서 전 시즌 팀의 주포였던 보리엘로에 실점하며 0-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밀란은 승점 36점(11승 3무 3패)으로 리그 선두는 지켰지만, 2위권과의 승점 차가 3점으로 좁혀지며 전반기를 마쳤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밀란 감독은 3명의 중앙 미드필더 위에 케빈 프린스 보아텡을 기용하는 4-4-2 전술로 경기에 나섰고, 경기 초반부터 로마를 공략하며 내용 면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그러나 상대 수문장 크리스티안 도니의 선방과 문전에서의 마무리 능력 부족으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설상가상 미드필더의 중심 안드레아 피를로마저 부상을 당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밀란은 후반 공격의 고삐를 당기며 득점 기회를 엿봤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후반 24분 제레미 메네츠가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 혼전 상황에서 보리엘로가 마무리하며 실점했다. 결국 경기는 1-0 로마의 승리로 끝났고 승점 39점을 목표로 잡은 알레그리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로마에 일격을 당한 밀란, 패배 원인은 세도르프
전임 사령탑 카를로 안첼로티와 레오나르두 나스시멘투에게 세도르프는 밀란 미드필더의 중심축이자 핵심 선수였다.
본래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인 세도르프는 안첼로티 체제에서 왼쪽 중앙 미드필더로서 피를로와 카카를 잇는 공격의 고리로서 절정의 기량을 선사했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게 예측 불가능한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곤경에 처하게 했음은 물론,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까지 보여주며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에 밀란은 2002/03시즌과 2006/07시즌에서 유럽 챔피언의 타이틀을 얻으며 FC 바르셀로나와 함께 21세기 유일하게 두 번의 빅이어를 거머쥔 클럽의 영예에 오른다.
세월의 흐름 때문일까? 2006/07시즌 이후, 세도르프는 확연히 적어진 활동량과 소극적인 움직임 그리고 심각한 기복으로 밀란 미드필더에 해를 미치고 있다. 간혹 번뜩이는 재능을 토대로 경기를 뒤집기도 했지만, 그게 다였다. 오죽했으면 밀란 팬들은 세도르프를 일컬어 축구장에 산책하러 온 흑인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게 하고 있다. 그 정도로 세도르프는 뛰는 모습보다 걷는 모습을 더욱 많이 보뎌준다.
세도르프의 부진은 이번 로마전에도 이어졌다. 애초 알레그리 감독은 피를로, 젠나로 가투소, 마시모 암브로시니, 보아텡으로 미드필더진을 꾸렸지만, 전반 중반 피를로의 부상으로 세도르프를 교체로 투입했다. 비록 활동량은 적지만, 강팀과의 경기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던 그에게 도박을 건 것이다.
알레그리의 선택은 무모했다. 전반 초반부터 빠른 경기 템포를 바탕으로 로마를 압도했던 밀란은 세도르프가 교체 투입되자마자 소극적이고 느린 움직임을 보여줬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 공을 끄는 모습은 흐름을 이어가는데 방해했고, 무모한 중거리 슈팅은 득점 기회를 날려 버렸다. 나아가 역습을 실종됐고 공격진에서의 날카로움도 사라졌다.
결국 밀란은 전반 잘 싸우고도 후반 일격을 당하며 로마에 0-1로 패했고 선두 자리를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2위와의 승점 차가 3점으로 좁혀지며 전반기를 마감하게 됐다.
카사노 노리는 밀란, 시급한 건 미드필더
지난여름 밀란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호비뉴를 영입하면서 기존의 알레산드레 파투, 호나우지뉴로 이어지는 판타스틱 4를 구축했다. 이들 모두 뛰어난 공격수라는 점에서 이번 시즌 밀란은 2007년 이후 이어진 부진의 사슬을 끊을 듯 보였다.
이에 부응하듯 즐라탄은 팀의 에이스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고, 호비뉴 역시 차츰 팀에 적응하며 밀란의 활력소로 자리 잡고 있다. 비록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파투 역시 정확한 득점력을 토대로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호나우지뉴는 팀 내 입지를 잃으며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이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최근 밀란은 삼프도리아와의 법정 다툼 끝에 결별을 선언한 카사노 영입에 매우 근접했다. 슈퍼 서브 필리포 인자기의 장기 부상과 호나우지뉴의 이적으로 생긴 공백을 막고자 악마의 재능 카사노 영입에 전면적으로 나선 것이다.
밀란이 카사노 영입에 성공한다면 진정한 판타스틱 4를 구축할 수 있다. 과거 브라질, FC 바르셀로나에서 실현된 판타스틱 4와 달리 카사노가 합류한 밀란의 공격진은 말 그대로 유럽 최강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밀란에 필요한 건 카사노 같은 수준급 공격수가 아닌 로테이션할 수 있는 미드필더다. 이번 로마전에도 드러나듯 밀란의 미드필더진은 세도르프가 들어가면 경기 템포를 잃게 된다. 잘 뛰던 선수들도 경기 감각을 잃게 되며 미드필더에서 공이 제대로 배급되지 않아 공격 전개를 할 수가 없다.
세도르프를 안 내보내면 되지 않겠냐 뭐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받겠지만, 냉정히 말해서 현재 밀란 후보급 미드필더진 중 세도르프보다 나은 선수가 없다. 경기 내용은 좋지 않지만, 간혹 보여주는 환상적인 패스만큼은 89분 부진해도 1분의 활약으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축구의 특성상 세도르프의 존재는 어찌 보면 든든할 수도 있다. 현재 밀란은 마티우 플라미니와 안드레아 피를로의 부상으로 미드필더진 구성이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밀란은 반드시 로테이션할 수 있는 수준급 미드필더를 영입해야 할 것이다.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인테르의 사례만 보더라도 로테이션을 통해 미드필더진을 두텁게 운용하면 경기 운용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패턴에 변화를 줘 상대의 예측을 피할 수 있다.
현재 밀란은 경기 내용과 결과에서 지난 시즌과 비교해 월등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 축구의 핵심인 미드필더 전술 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시즌 후반 미끄러진 지난 두 시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과연 밀란이 카사노 영입에 그치지 않고 명성에 걸맞은 수준급 미드필더 보강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세도르프(右) ⓒ UEFA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