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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 이용주 감독 "죽음에 대한 고민, 평생 갖고 갈 질문이겠죠"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1.04.18 11:30 / 기사수정 2021.04.18 05:2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제가 40대를 '서복'으로 다 보냈어요. 40대가 지나고 이제 50세가 넘었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관심사도 이렇게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9년 만의 신작인 영화 '서복'으로 돌아온 이용주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의 40대를 온전히 '서복'에 쏟으며 보냈다고 말했다.

1970년 생인 이용주 감독의 나이는 올해 52세.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맞기까지, 스스로 "내가 많이 녹아있는 영화"라고 말할 만큼 이용주 감독이 고민했던 흔적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15일 개봉한 '서복'은 국내 대작 영화 중 처음으로 극장과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TVING)을 통해 동시 공개됐다. 전직 정보국 요원 민기헌(공유 분)과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의 동행을 통해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9년의 노력 '서복'

'서복'은 2013년 각본을 쓰기 시작해 오랜 시간 다듬어져 완성된 결과물이다. '서복'의 엔딩크레딧 시나리오에는 이용주 감독을 포함한 네 명(이용주·염규훈·이재민·조민석)이 각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용주 감독은 "조민석 작가는 2013년에 아이템을 정하고, 1년 정도 썼던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에 참여한 작가고요. 그리고 2016년에 초고가 나와서 CJ ENM과 같이 만들기로 하고 계속 수정 작업을 했는데, 그 때 염규훈 작가와 이재민 작가가 함께 해서 같이 고민을 했었죠. 그 후로는 이제 혼자서 계속 고치고, 또 고쳤어요. 5고·6고쯤에 공유 씨가 합류하게 됐고, 그 다음에 한 번 더 고쳤던 기억이 있고요. 프리 프로덕션을 하고, 그렇게 영화를 찍게 된 셈이죠"라고 떠올렸다.

'서복' 전작인 '건축학개론'(2012)의 흥행은 이용주 감독에게 큰 부담이었다.

"주위에서는 영화가 잘 됐는데 왜 그러냐고 했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차기작이 늦어진 부분도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저는 영화를 늦게 시작했고, (이용주 감독은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건축설계사무소에서 4년 여간 직장 생활을 한 뒤 2003년 '살인의 추억' 연출부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불신지옥'(2009)으로 입봉할 때 영화 한 편을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건축학개론'이 흥행까지 돼버려서.(웃음) '불신지옥'보다 '건축학개론' 시나리오를 먼저 썼는데, 상업적이지 않다고 6~7년을 준비하다 제작이 무산됐었거든요. '건축학개론' 때 칭찬을 정말 많이 들어서, 더 잘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기도 했고요. (9년 만에 새 작품을 내놓은 것에는) 저 스스로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이용주 감독에게 있어 '서복'은 '다음 작품을 할 때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해진 결과물이었다.

"제 40대를 '서복'으로 다 보냈다"며 길었던 제작의 시간을 비유한 이용주 감독은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이 늙고 병들고 죽는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규정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그게 '서복'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요. 평생 죽기 전까지, 이 고민을 갖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 "서복,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을 행하는 절대자"

실험실에서 나고 자란 서복은 인간보다 두 배 빠른 성장 속도를 갖고 있다. 열 살의 나이지만 신체의 모습은 스무 살에 가깝다. 아이 같지도, 그렇다고 온전한 어른 같지도 않은 복제인간의 얼굴. 서복을 연기한 박보검의 존재는, 많지 않은 대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서복의 모습을 현실에 초월의 경계선에서 그려내기 위한 이용주 감독의 가장 적확한 선택이기도 했다.

"기헌이 서복을 바라보는 시점이 중요했죠. 저는 서복이 알 듯 모를 듯, 또 알 수 없는 그런 존재이길 바랐어요. 알 것 같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경우에는 서복이 초월자나 예언자 같은 느낌이라고 봤어요. 생체 나이나 태어난 시간을 생각하면 아이일 수 있지만, 그 친구가 하는 고민과 생각은 어른 같기도 해요. 인간을 넘는 듯한 느낌, 그걸 원했죠.

기헌이 해변가에서 지난 날 자신의 죄를 얘기할 때, 서복이 돌무덤을 만들어줘요. 그리고 새떼가 같이 움직이죠. 저는 그게 기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인간이 행할 수 없는 것을 행하는 절대자, 예언자, 초월자라고 해야 할 것이에요. 그러면서 기헌의 구원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고요. 그래서 아이와 어른스러운 모든 모습이 같이 있는, 그런 서복의 모습을 생각한 것이죠."


영화 속 등장하는 과학적인 설정들은 이용주 감독이 실제 관심을 갖고 꾸준히 들여다 본 부분이기도 하다. "양자역학 관련 책을 공부했었어요"라고 웃은 이용주 감독은 "서복의 뇌파와 관련된 내용은 사실 양자역학과는 상관없지만, 저도 고등학생 때 물리를 공부했고 나름 이과 출신이거든요"라고 농을 던지며 "그만큼 관심이 있었어요"라고 얘기를 전했다.

이용주 감독은 '서복'을 쓰면서 '인간에게 있어서 두려움은 숙명이다'라는 일련의 키워드를 영화의 모토처럼 썼다고 밝혔다.

"'인간은 결코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두려움을 또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제게는 죽음 같은 것이 그랬죠. 죽음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오히려 똑바로 응시해야겠다 싶거든요. 그래야 의연한 용기가 나올 수 있을테니까요.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답을 낼 수는 없지만, 이런 죽음에 대해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계속 시나리오를 썼었죠."(인터뷰②에 계속)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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