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신작 '서복'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 상황 속 국내 영화 중 처음으로 극장 개봉과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동시 공개를 앞두고 있는 '서복'을 바라보며 느끼는 마음, '서복'을 향한 자부심과 앞으로의 계획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용주 감독은 13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서복' 인터뷰에서 영화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2012년 '건축학개론'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용주 감독의 복귀작이라는 것과 배우 공유와 박보검의 조합 등으로 제작 단계부터 완성이 되기까지, 높은 관심의 중심에 선 작품이다.
"'건축학개론'을 마치고 오랜만에 현장에 가니까 그동안 많이 진보를 했더라. 처음 보는 기계도 많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말을 꺼낸 이용주 감독은 "그런 것 외에는 제작과 촬영 과정에서 크게 시간이 흐른 것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용주 감독은 "오히려 영화가 OTT와 동시 개봉을 하는 것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며 "최초의 시도라고 들었는데, 장단점이 있지 않나. 코로나19 시국이 되면서 OTT로 영화가 공개되는 사례들이 늘어났는데, '서복'이 동시 공개되면서 앞으로 영화 쪽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과도기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코로나가 일단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서복'은 2013년 각본을 쓰기 시작해 오랜 시간 다듬어져 완성된 결과물이다. 좁은 실험실 안에서 영원이라는 시간에 갇힌 복제인간 서복과 죽음을 앞두고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은 기헌이 차츰 서로를 알아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용주 감독은 "'건축학개론'의 흥행이 사실 엄청난 부담이었다. 주위에서는 영화가 잘 됐는데 왜 그러냐고 했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차기작이 늦어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건축학개론' 때 칭찬을 너무 많이 들어서 더 잘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저 스스로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차분하게 전했다.
'서복'을 쓰면서 '인간에게 있어서 두려움은 숙명이다'라는 일련의 키워드를 영화의 모토처럼 썼다는 이용주 감독은 "'인간은 결코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두려움을 또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제게는 죽음 같은 것이 그랬다. 죽음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오히려 똑바로 응시해야겠다 싶더라. 그래야 의연한 용기가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서복'의 기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답을 낼 수는 없지만, 이런 죽음에 대해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계속 시나리오를 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헌은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고, 서복은 서복의 표현을 우리가 읽어야 한다. 기헌이 서복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얘기가 진행되지 않나. 서복에게는 같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초월자 같은 느낌이 있다. 알 듯 말 듯, 귀여우면서도 무서운 상반된 감정이 (박)보검 씨의 눈빛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 싶었다. 기헌과 서복이 서로 소통하고 구원하는 방식으로 상반되게 포지셔닝을 한 부분이 있고, 배우들도 동의해서 캐릭터가 완성됐다"고 공유, 박보검과 함께 만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자신의 영화가 개봉하면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한동안은 보지 않는다고 말한 이용주 감독은 "워낙 많이 보지 않았겠나. 1년 정도는 의무적으로 안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당분간 저도 머릿속에서 좀 털어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서복'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최대한 다음 작품을 생각하면서 쉬어가야 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저 말고 다른 분들이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오랜 시간 공들였고, 에너지를 쏟은 만큼 '서복'에 대한 애정 역시 남다르다. 이용주 감독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서복'이 제 대표작이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불신지옥'이 끝나고 나서는 제 작품이 그것 한 편이었고, '건축학개론'을 마치고 나서는 '건축학개론'이 제 대표작이 됐었다. 물론 그것을 제가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물어보면 그렇게 답할 것이고 지금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제게는 꼭 찍어야 될 필요가 있는 영화였고 또 무사히 잘 찍어서 개봉하게 됐으니, 뭔가 저도 감독으로서 어떤 중요한 코너를 돌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속내를 전했다.
이용주 감독은 "지난 해에 극장에 영화가 너무 없었지 않나. 한편으로 마음이 늘 무거웠다. 영화계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서복'이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서복'은 4월 15일 극장과 티빙(TVING)을 통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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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