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5.05 12:42 / 기사수정 2007.05.05 12:42
[엑스포츠뉴스 = 조지형 기자]
NBA 플레이오프도 어느새 2라운드를 향해 치닫고 있다. 마지막 7차전을 앞두고 있는 서부지구 4, 5번 시드의 휴스턴 로케츠와 유타 재즈의 시리즈와 동부 지구의 뉴저지 네츠와 토론토 랩터스의 대결만 제외하면 2 라운드 진출 팀들이 모두 정해졌다.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막바지에 도달한 1라운드를 세 가지 테마로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첫번째 테마_ The Sweep.
- '충격의 스윕과 일방적인 스윕 그리고 리버스 스윕'
드웨인 웨이드의 복귀도 디펜딩 챔피언의 몰락을 막지 못했다. 시카고 불스와 마이애미 히트간의 4, 5번 시드 대결은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이 많이 빗나갔을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수술을 미뤄두고 출전을 감행했던 웨이드는 그 후유증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고, 샤킬 오닐은 예전처럼 압도적인 장악력을 보이지 못했다. 불스는 플로어 리더 커크 하인릭이 다소 부진했지만 벤 고든과 루올 뎅이 정규 시즌 성적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쳐 보이며 히트를 제압했다. 특히 뎅은 정규 시즌보다 8점이 상승한 평균 득점을 기록했고, 필드골 성공률은 무려 57%를 육박했다.
스타팅 라인업의 극명한 명암이 시리즈를 크게 좌우하고 만 것이다. 벤치 멤버의 기여도 면에서도 불스는 히트를 크게 앞섰다. 시즌 중에도 탄탄한 벤치 진용으로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샀던 불스의 벤치는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도 팀 승리에 적잖이 일조하며 나무랄 데 없는 조직력을 과시했다. 히트의 팻 라일리 감독은 시카고의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되고 나서 "완패다. 시카고는 2 라운드에 올라 갈 자격이 있다" 라고 말하며 완벽한 패배를 인정했다. 팻 라일리가 극찬한 불스의 상승세가 NBA 파이널까지 넘볼 수 있을 지 그 귀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와 올랜도 매직의 동부 지구 1, 8번 시드간의 대결은 그랜트 힐의 친정팀 재회에 포커스를 맞추기엔 서로 간의 전력차가 너무 컸다.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발을 들인 매직이 줄곧 NBA 우승권에 머물렀던 피스톤즈를 상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과거 트레이스 맥그레디가 매직에 몸 담았을 시절, 1라운드에서 만나 의외의 선전으로 3-1까지 몰고 간 적은 있었지만 그 당시에도 첸시 빌업스의 막판 스퍼트에 시리즈를 내줘야 했다. 그리고 현재 피스톤즈는 그 때 라인업보다 훨씬 강한 로스터를 구성하고 있다. 여러모로 매직으로선 첩첩산중이었던 셈이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워싱턴 위저즈의 시리즈도 싱겁기 그지 없었다. 길버트 아레나스와 캐론 버틀러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벌리어스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강력한 플레이오프 라이벌을 잃은 르브론 제임스는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위저즈를 압박했고, 위저즈는 안트완 재미슨의 분전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재미슨 혼자서 캐벌리어스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역시 스윕.
덴버 너게츠와 샌안토니오 스퍼스 시리즈는 그 서막을 열기 전부터 창과 방패의 대결로 큰 관심을 불러 모았었다. 알렌 아이버슨과 카멜로 앤소니라는 리그 최고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너게츠와 팀 던컨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조직력을 나타내고 있는 스퍼스는 팀 컬러 자체가 상반되었기에 쉽사리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우승 후보로 군림하며 플레이오프에서 인상적인 족적을 남겼던 스퍼스의 저력은 무서웠다.
1차전을 아이버슨 - 멜로에게 60점 이상을 허용하며 내줘야 했지만 그 후 내리 4경기를 싹쓸이 하며 가볍게 너게츠를 눌렀다.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한 스퍼스는 플레이오프에서 어떻게 플레이 해야 하는 지를 명확히 알 고 있었다. 쫓아가야하는 입장임에도 차분히 대처하는 법을 알았고, 주도권을 잡아오는 능력도 능숙했다. 특히 칭찬할 만 한 건 팀 전체가 합일화가 돼서 이 모든 걸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이는 너게츠가 시리즈를 내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였고, 스퍼스가 시리즈 내내 벤치 대결에서 압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너게츠 입장에선 아이버슨의 평범한 활약도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테마_ 허무했던 Revenge(복수) 매치.
- 선즈의 우승 대권에 복수는 그 의미를 잃어갔다.
바로 작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했던 피닉스 선즈와 LA 레이커스가 플레이오프 첫 관문에서 또 다시 맞닥들이게 됐다. 당시 3-1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음에도 남은 세 경기를 모두 패하며 선즈의 기사회생을 바라봐야 했던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위시로 설욕 할 것을 다짐했지만 아마레 스타더마이어가 가동된 선즈는 작년의 그 선즈와는 차원이 다른 팀이었다.
스티브 내쉬와 찰떡궁합을 이루며 투 맨 게임의 절정을 보여줬던 아마레의 위력은 플레이오프에 와서도 전혀 반감되지 않았다. 부상의 악령을 확실히 털어버린 아마레를 레이커스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시즌 후반기 막판부터 코비의 개인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졌던 레이커스의 팀 오펜스는 단순했고, 골밑에 건실함을 투여해줘야 할 콰미 브라운은 전혀 다듬어진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코비 의존도에 의한 심각한 매너리즘을 레이커스는 타개하지 못했다. 필 잭슨 감독은 스타팅 라인업에 조던 파머를 기용하는 등 전술적인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만족할 만 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전반적으로 레이커스 선수들이 강한 선즈의 전력에 의욕을 잃은 것도 또 다른 패인이었다. 시리즈는 그렇게 4-1로 선즈의 시원한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편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레이커스를 두고 코비는 시리즈를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하라" 고 일갈 할 만큼, 옛 영광과는 멀어져 가는 팀 성적에 상당히 실망한 감정을 표출하였다. 과연 레이커스가 코비의 이런 발언을 듣고 어떤 행보를 보여줄 지는 이번 오프 시즌에 드러날 것이다.
세 번째 테마_ Real Upset
- 매버릭스, 워리어스 모두 '돈 넬슨' 지휘 아래 있던 팀이었다.
8번 시드의 기적은 역대를 따져봐도 워리어스가 시리즈를 접수하기 전까지 세 번을 채 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불가능한 일을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해냈다. 그것도 달라스 매버릭스를 상대로 말이다. 이번 플레이오프 최대 이변이다. 이변이긴 하지만 워리어스가 전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은 드물었다. 왜냐면 워리어스엔 수 년간 매버릭스를 지도한 돈 넬슨이 워리어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라스 농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시리즈의 가장 큰 변수였고, 실제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돈 넬슨은 덕 노위즈키 봉쇄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매버릭스의 중심은 노위즈키다. 이 중심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는 사실을 넬슨은 미리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넬슨은 노위즈키가 부진할수록 더욱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했고, 여기저기서 몰아 부치는 파상 공격에 에이버리 존슨 감독과 매버릭스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노위즈키가 팀을 구제하지 못하는 동안 워리어스의 리더 배론 데이비스는 매 경기 폭발했다. 현재 플레이오프 1라운드만 놓고 봤을 때 MVP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팀의 기대치를 120% 이상 충족시켜줬다. 뛰어난 수비력을 갖추고 있는 데빈 해리스도 포워드스러운 파워와 포인트 가드의 빠른 스피드, 슈팅 가드의 정확한 슈팅력을 모두 겸비한 데이비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정규 리그 마지막 10경기를 9승 1패로 끝낸 워리어스의 상승세는 팀에 추진력을 가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발판이라고 본다. 특히 매버릭스 홈에서 얻은 1차전 승리는 충분히 시리즈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한 판이었기 때문이다. 매버릭스는 이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며 시즌 때와 같은 페이스를 찾지 못한 것이 너무 뼈아팠다. 그리고 워리어스 선수들은 홈 관중들의 열정을 그대로 닮아있었지만 매버릭스는 그렇지 못했다. 이것이 매버릭스가 시리즈 내내 무기력해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이로서 매버릭스의 야심찬 우승 도전은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하게 됐고, 워리어스는 또 다른 파란을 준비 중이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