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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트로트, 장윤정 덕에 알고 임영웅 보면서 시작해"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1.03.19 07:00 / 기사수정 2021.03.19 03:15

최희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데뷔 19년차 가수 영지가 트로트 새내기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영지는 지난 7일, 댄스 트로트 신곡 '돈은 내가 낼게요'를 발매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2003년 그룹 버블시스터즈로 데뷔한 영지는 유명 아이돌들의 보컬 선생님, 그리고 실용음악과 교수로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이런 가운데, 영지는 지난해 12월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2'에 심사위원이 아닌, 왕년부 참가자로 출연해 장윤정, 박선주, 조영수 등 마스터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영지는 '미스트롯2' 결선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매 라운드마다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발라드의 대가에서 트로트 도전까지. 영지는 '잠깐이겠지'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본격적으로 트로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지가 장르', '영지표 트로트'의 첫 걸음을 뗀 영지는 최근 강남구에 위치한 엑스포츠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나눴다.

이하 영지와의 일문일답.

Q '미스트롯2'이 얼마 전 종영했어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영지 - "저는 이제 두 달 됐죠. '미스트롯2' 하는 동안에는 핸드폰도 아예 못 봤고 경연에만 집중하느라 시간이 없었어요. 경연이 끝나고 나서 한 일주일은 외로웠던 것 같아요.

또 인터넷 폐인처럼 보냈죠. 그동안의 댓글들, 반응들, 기사 등 일주일에 다 훑어봤는데, 제일 많은 이야기들이 '트로트 아니잖아', '트로트 발 담그려고 하는 거 아니냐', '인지도 올리려고 왔잖아'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방향을 잡았던 것 같아요.

골드미스 팀이랑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사람이 참 그립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5명이다 보니까 집합 금지잖아요. 그 전에는 업무여서 만나는 게 가능했는데 떨어지고 나서는 사실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5인 집합금지가 풀리면 만나자고 했는데 지금까지 못 만나고 있어요. 거의 상사병처럼 그리워하고 있어요."

Q. '미스트롯2'에 나간 이유, 트로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영지 - "확실히 말하고 싶은 게, 저는 '미스트롯2' 후에 트로트를 시작한 게 아니라, 트로트를 하고 싶은데 혼자 방향을 못 잡겠어서 방송에 나간 거였어요. '내가 어떤 걸 잘할 수 있을까' 배우려고 나갔고, 만들어서 나왔어요. '내가 해야 하는 장르는 이거구나' 알게 된 것 같아요. 일주일 동안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서 생각들을 읽다 보니까 방향이 잡혔고, 바로 앨범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곡 수집하고 바로 녹음하고 나온 노래가 '돈은 내가 벌게요'라는 노래입니다.

어떻게 보면 파격적이죠. 저를 아시는 분들은 '어? 발라드 트로트가 아니고?', '음악방송을 나가?' 이런 느낌인 거죠. 그렇게 해서 댄스 트로트를 하게 됐어요. 심지어 안무도 '미스트롯2' 단장님, 안무 선생님이 짜주셨고 작곡가, 스타일리스트 다 '미스트롯2' 사람들이에요. 이분들을 이번에 알게 된 게 아니라,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이 거기서 뭘 하고 계시더라고요. 근데 공정성 때문에 경연 당시에는 뭘 하지 못했는데, '미스트롯2' 끝나고 나서 제가 앨범을 한다니까 다들 신경을 써주시고 도와주시고 계세요. 너무 감사하죠.

지금 20년 동안 음악을 했던 삶이 제가 가수로서만 살았던 게 아니라서 사실 가수가 추억으로 남을 뻔 했거든요. 제가 음악을 놓으려는 게 아니라 본업이 선생님, 사업으로 하고 꿈이 가수니까 본업으로 번 돈을 가수로 쓰려고 했는데 지금은 본업이 가수가 됐어요."

Q. 트로트를 통해 방향성을 잡으신 것 같아요.
영지 - "'미스트롯2'을 하길 너무 잘한 것 같아요. 가수로서 용기를 얻었거든요. 저는 제가 인지도가 있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살았는데, 저를 좋아해주시던 분들이 제가 TV에 나오니까 '왜 거기서 나와' 이런 느낌인 거죠. 사실 제가 이야깃거리가 안 되는 사람이거든요. 굳이 어디 가서 '나 영지 좋아해' 이렇게 말하기가 애매하잖아요.

근데 '미스트롯2'에 나오니까 '나 그 언니 원래 알던 언니야' 이런 느낌이 생긴 거죠. 저한텐 안 보였던 팬들, 그런 존재를 아예 1도 못 느꼈기 때문에 저는 제가 왕년부에 들어간 게 의아했어요. 다 왕년을 사로잡았던 사람들인데 '난 왕년에 뭘 했다고?' 싶었죠.

그리고 제가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었어요. 저한테 본전이 어딨어요. 허상이에요. 영지 하면 노래도 없고 히트곡도 없는데 노래 잘한다는 후문만. 전설 속에 누군가였잖아요. 저는 정말 열심히 일을 하면서 살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본전이 없어요. 나갈 거예요' 했죠.

제가 귀가 굉장히 얇은데, 하고자 하는 것엔 고집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미스트롯2' 참가할 때도 직진이었어요. 100명이 아니라고 해도 난 할 거니까, 그럴 땐 조용히 사고를 치고 보는 거죠. (웃음) 100인에 제가 붙을지 안 붙을지 모르잖아요. 서류부터 단계 단계 올라가는 건데, 나간다고 했다가 편집될 수도 있고 100인에 못 올라갈 수도 있잖아요."

Q. 확신이 있었나요?
영지 - "없었죠. 트로트를 계속 해 온 현역들, 그리고 5살부터 불렀다는 신동들을 어떻게 이겨요. 그럼에도 100인에 올라서 트로트 신고식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트로트에 대한 고민들을 엄청 하다가 답 찾으러, 배우러 간 거였는데 일단 100인에 올라가게 되어서 너무 좋았죠. 

임영웅 씨도 물론 사제지간인 건 맞는데요. 그것도 10년 전 일이잖아요? (웃음) 그리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저한테는 트로트 교본이에요. 임영웅 씨가 '바램'을 불렀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거 저거다' 했죠. 그리고 너무 감사한 건 임영웅 씨 덕분에 발라드 트로트라는 장르가 생겼잖아요. 그래서 저도 용기를 얻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미스트롯2'를 한다면 나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주위에서 다 말렸어요. 여태까지 한 걸 다 버려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다 리셋하고 트로트 신인으로 가면, 제가 멘탈이 깨질 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오늘부터 1일 선언했었잖아요. 정말 그때부터 1일 맞고, 노래도 리셋 맞아요. 그동안 했던 건 다 지우고 박자, 표현 방법 다 시작이라서 거의 고3 수험생처럼 '미스트롯2' 하는 내내 살았어요. 그리고 방송이 끝나니까 사회에 혼자 뚝 떨어져 나온 스무살 같았어요. 그때 제가 해야 될 일을 찾은 게 앨범이었어요."

Q. '미스트롯2'에 출연 목표는 뭐였나요?
영지 - "저는 데스매치에서 '케 세라 세라'를 부르는 게 목표였어요. 이 노래를 데스매치에서 불러야지! 오늘 '케 세라 세라' 무대 때 입었던 옷 입고 왔어요.

이루고 싶은 것 첫 번째는 본선 진출이었어요. 두 번째가 데스매치에서 '케 세라 세라'를 부르는 것. 세 번째는 콘서트 멤버가 되는 거였어요. 저는 공연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 이뤄서 너무 아쉬워요. 왜냐하면 '미스트롯2' 콘서트에 오시는 분들은 방송을 보셨고 무대를 보신 분들이잖아요. 그분들을 직접 뵙고 라이브를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제일 아쉽죠. 깜짝 무대라도 어떻게 안 될까요? (웃음)"

Q. 그럼 지금 목표나 듣고 싶은 말은요?
영지 - "이제는 '미스트롯2' 출신의 가수 영지가 훌륭한 트로트 가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목표예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나 감사함이 되게 커요. 저는 19년차 가수고, '미스트롯2'에서 5개월 동안 참가자로 살아봤잖아요. 가수로서만 집중할 수 있게 최상의 모든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다 1등 스태프들만 있고, 작가님들도 그냥 저의 제작자셨어요.

19년 동안 가수를 했지만 어떤 소속사에서도 이렇게 한 적이 없거든요. 근데 '미스트롯2'에서는 5개월 동안 정말 노래만 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5개월이라는 기간이, 지난 19년보다 감사했어요. 어느 때보다 가수가 됐고, 노래만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Q. 임영웅의 선생님, 장윤정의 절친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
영지 =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죠. 왜냐하면 제가 장윤정 덕에 트로트를 알게 된 거고, 임영웅을 보면서 트로트를 시작하고 도전하게 된 거거든요. 그런 분들이 마스터로 계시는데, 저와의 관계 때문에 혹시나 불편할까봐 그런 마음이 컸죠.

그래서 첫 무대 때도 마스터들을 안 보려고 했거든요. 대기석에 앉아있는데 임영웅 씨가 갑자기 일어나서 90도로 인사를 하시는 거예요. 또 옆에서 장윤정 마스터님은 얼마나 화가 났겠어요. 정말 심각하게 친하거든요. 얼마나 섭섭했을까. 저희는 일주일에 한 번은 봐야하는 사이인데, '미스트롯2' 준비하는 두 달 동안 제가 계속 핑계를 댔거든요. 만나면 혹시 들킬까봐서요.

장윤정 씨도 '미스트롯2' 내내 경연 이야기 말고는 안 했어요. 저도 더 조심했고, 그래야 맞는 것 같아서요. 경연이 다 끝나고 나니까 고생했다고 이야기 해주시더라고요."

([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jupiter@xportsnews.com / 사진=윤다희 기자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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