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현세 기자] "좌우를 구분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결과를 보여드리는 게 먼저입니다."
롯데 자이언츠 1군 스프링캠프에 있는 좌투수는 김유영뿐이다. 좌투수를 요하는 롯데로서 김유영 활약에 거는 기대는 분명 있다. 김유영은 작년 말부터 변화를 꾀했고 남보다 조금 먼저 몸을 만들고 나섰다.
김유영은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이번 스프링캠프는 국내에서 치르겠다고 생각해 놓고 있었다. 그래서 운동을 일찍 시작했다. 보통 1월부터 던졌는데 12월에 시작했다. 컨디션을 일찍부터 올려 놨더니 스프링캠프 때 컨디션 유지에 더 신경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는 자율 훈련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듯, 선수 개인에 맞는 훈련 스케줄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김유영은 "투구 스케줄을 선수에게 맡겨 주셨다. 전반적 스케줄은 따라가되 나는 일찍 몸을 만들어 왔으니 조금 더 유연하게 컨디션을 신경써 가며 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유영은 작년 말부터 팔 각도를 내렸다. 강영식 퓨처스 투수코치 제안이었다. 김유영은 "작년 말부터 팔 각도를 낮춰 봤다. 코치님과 상의해 보니 내 힘을 가장 잘 쓰면서 정확히 던질 수 있는 방향이라고 판단했고, 처음에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그러다 보니 이제는 더 단단해졌다"고 이야기했다.
김유영은 작년 7월 6경기 평균자책점 8.10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2.40에 그쳤는데, 10월 말 1군에 다시 올라와 5경기 평균자책점 2.25 WHIP 0.50을 기록했다. 그는 작년 말 호조를 잇고 있는데, 삼성, LG와 연습경기에 등판해 2경기 동안 무실점 투구를 기록했다.
김유영은 "자기 전에 당시 투구를 동영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감각을 놓치지 않고 끌고 오는 것 같다"며 "좋았을 떄와 안 좋을 때를 모두 챙겨 보는데, 그날 느낌을 떠올리며 '무엇이 안 좋았나. 그 컨디션일 때 내 몸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를 체크하며 보니 더 빨리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유영은 롯데 1군 스프링캠프 유일 좌투수로서 기대받고 있으나, 정작 스스로는 좌우를 구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좌우를 생각지 않는데,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공을 잘 던지는 게 우선이다. '팀에 좌투수가 귀하고 내가 좌투수니까 당연히 1군 전력에 포함해 주시겠지' 하는 생각은 없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나는 결과부터 내야 하고 어떻게든 어필해야 하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는 작년 역스플릿 기록을 갖고 있는 우투수 박시영을 활용하며 좌투수를 대신해 왔다. 하지만 도루 저지율(22.6%, 8위) 면에서 포수뿐 아니라 투수가 해 줄 수 있는 영역까지 고민하고 있는데, 허문회 감독 역시 견제에 이점이 있는 좌투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김유영은 "견제는 많이 고민했다. 강영식 코치님께서 좌투수이셨다 보니 많이 물었다. '이렇게 할 때 주자가 스타트를 쉽게 끊는다'고 하니 내가 연습해 볼 수 있게 방법을 제시해 주셨다. 그러고 1군에 올라가니 마침 뛰더라. 연습한 대로 던졌는데, 아웃되더라. 소름 돋았다. '이거 됐다. 되겠구나' 싶었다. 이번 연습경기 때도 내가 다리를 드니 뛰려 하더라. 이제는 연습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훈 1군 메인 투수코치와 함께하는 김유영은 또 "작년 1군 데이터가 많지 않았다 보니 퓨처스 데이터를 함께 살폈다. 좌타자 상대 몸쪽 구사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 좌타자 몸쪽 구사를 덜 할 때는 아무래도 타자가 내 공을 공략하기 편해 보이더라. 볼이든 스트라이크든 몸쪽을 던지면 타자로서 심리적 압박이 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유영은 "앞으로 할 경기가 너무 많다.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겠지만, 기복을 줄여야 할 것 같다. 그게 목표"라며 "작년에는 결과가 조금만 안 좋아도 부정적 생각을 하게 되더라. '안 좋으면 어쩌지' 했는데 그러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다. 요즘에는 안 좋더라도 '내일 되면 금방 돌아온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부산, 김한준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