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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저는 욕도 조언이라고 생각해요" [낡은 노트북]

기사입력 2021.03.07 10:00 / 기사수정 2021.03.07 09:34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저는 욕도 조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욕을 먹으면서 배운 것이 엄청 커요.(웃음) 정말 하고 싶었던 연기였고, 잘하려고 했던 마음에 최선을 다한 것인데 공감을 사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죠. 칭찬받는 사람들의 이유를 많이 찾아봤었거든요. 제가 깨달았던 것은, 제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려야한다는 것이었어요." (2016.12.02. '두 남자' 인터뷰 중)

연예계를 대표하는 '열정남' 중 한 명으로, 일명 '불꽃 카리스마'로 불리는 그룹 샤이니의 민호(최민호)가 있습니다. 열여덟 살이었던 2008년 데뷔 이후 어느덧 서른한 살이 된 2021년 현재까지, 13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히 활약하고 있죠.

무대에서 브라운관으로, 또 스크린으로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혀 온 최민호는 2010년 KBS 2TV 단만극 '피아니스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합니다.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2012),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메디컬 탑팀'(2013), '처음이라서'(2015), '화랑: 더 비기닝'(2016) 등 드라마는 물론 본명인 최민호로 2016년 '계춘할망'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합니다. 이후 같은 해 12월 개봉한 '두 남자'로 영화 첫 주연에도 도전하게 되죠.

2016년 당시까지, 9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양한 무대 위에서의 멋진 퍼포먼스를 봐왔지만,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최민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두 남자'에서 최민호는 세상으로부터 거리로 내몰린 가출팸 리더 진일 역을 연기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 휴대폰 등의 절도를 일삼고 장물판매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18세 가출소년의 거친 상처투성이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그간 볼 수 없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죠.



극 중 캐릭터를 위해 거친 액션 연습에 열중했고, 피우지 않던 담배까지 배우며 적극적으로 노력한 진심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간 거침없던 연기 도전 속에서 쓴 소리를 삼키기도 해왔던 최민호는 '두 남자'를 통해 관객과 관계자들의 연기 호평 속 새로운 힘을 얻게 되죠.

'두 남자'가 개봉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무대인사로 먼저 관객들을 만났던 최민호는 진짜 개봉을 앞두고 한껏 설레는 얼굴이었습니다. 당시 취재진을 만난 최민호는 넓은 인터뷰 룸을 꽉 채우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이런 라운드 인터뷰는 데뷔 때 해보고 안 해봤거든요. 보통 저희는 쇼케이스를 많이 하다 보니까 단체로 하는 일이 많고, 이렇게 혼자서 하는 경우는 많이 없잖아요. 이런 영화 인터뷰는 처음인데, 재밌고 신기해요"라면서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편안한 사복 차림으로 자리한 최민호의 의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가 입은 티셔츠에 'Burning'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죠. 데뷔 초부터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기로 유명한 그이기에, "옷에도 'Burning'이라는 말이 써 있다"고 농을 던지니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티셔츠를 바라본 후 "하하하" 크게 웃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가려야 되나요"라고 화답한 최민호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를 몰아치는 것이 정신적으로는 더 좋게 작용한다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승리에 더욱 열중하는 성격을 갖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죠. "일할 때도, 오히려 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라며 매사 열정 넘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습니다.



'두 남자'를 본 사람들의 연기 호평이 전해질 때마다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에요. 진짜로요. 정말 기뻐요. 몸이 깃털같이 가벼워지는 것 같고요"라며 연신 웃어 보인 최민호는 "'배우 최민호'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인정받은 것이잖아요. 지금까지 노력해왔고 열심히 해왔던 부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꼈던 순간이었죠"라며 뿌듯해했습니다.

잘 하고 싶었기에 더욱 몰입했던 연기에서, 의도치 않게 혹평을 들어야 할 때는 쓰라린 마음을 여러 번 꾹꾹 눌러야 했습니다. 우리가 익히 만나 온 '열정남' 최민호라면 당연히 더욱 속상해했을 것이고요.

연기로 당당히 호평을 얻기까지, '그 사이 무슨 변화가 있던 것이냐'며 정말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묻는 취재진의 말에 최민호는 '쓰읍' 한 번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습니다.

"사실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욕도 조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연기로) 욕을 먹고 그랬을 때, 만약 그것을 그냥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갔다면 지금도 아마 똑같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욕을 먹으면서 배운 것이 엄청 커요.(웃음)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연기였고, 몰입하다보니 잘하려고 했던 마음에 최선을 다한 것인데 공감을 사지 못했던 부분이 있던 것이죠. 칭찬받는 사람들의 이유를 많이 찾아봤었거든요. 제가 깨달았던 것은, 제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려야한다는 것이었어요."


목을 긁적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최민호는 "조금 과거로 돌아가서 말씀드리면…"이라며 자신의 데뷔 시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원래 제 성격 자체가 자신감이 넘치고 긍정적인데, 데뷔를 하게 되면서부터는 자신감이 많이 없어졌었거든요.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한 상태에서 후다닥 데뷔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노래와 춤에 자신 없다는 마음이 계속 생기는 것이에요. 그래도 무대에는 계속 서야 했고, 스스로 보기에는 늘 최선을 다해왔죠. 그런데 그 모습이 어떤 팬 분들이 보실 때는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많이 부족해보였을 것이에요. 그런 평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도 사실이고요."

'어떻게 하면 욕을 먹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끝에 찾았던 답은, '연예인 최민호'가 아닌 '인간 최민호'를 더 꺼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깨달았던 것은 제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려야한다는 것이었어요. 자꾸 저도 모르게 좀 더 멋있어 보이려고 하고 잘하려고 하는 마음에 '인간 최민호'가 아니라, '연예인 최민호'의 모습을 스스로 이미지화해서 만들었던 것이죠. 저조차도 제 모습을 억지로 만든 것인데, 당연히 많은 분들은 더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에요.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해보자' 생각을 바꾸면서 연기를 풀어가다 보니까, 저도 제 자신을 더 찾아가게 되고 솔직한 모습들이 캐릭터에도 담길 수 있었어요. 제가 봐도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이죠."


치열한 고민의 시간들은 일에 임하는 최민호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데뷔 9년차를 맞았던 당시의 소회를 묻는 말에 최민호는 "처음에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계속 많이 뛰기만 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러다 보니 놓치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끼게 됐죠. 천천히 걸어가면서, 내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9년 동안, 아직까지는 잘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최민호를 만났던 때는 '두 남자'로 여러 홍보 일정을 소화한 후, 취재진과 가까이서 만나는 3일간의 라운드 인터뷰 중 마지막 시간이었죠.

인터뷰 일정을 마치는 마음을 묻자 "말을 더 조리 있게 잘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며 미소 지은 최민호는 "마지막 타임 전쯤부터, '아쉬운데?' 싶었어요. 뭔가 얘기하면서 저 스스로도 조금 더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됐고, 제 얘기에 공감해주시고 칭찬해주셔서 기뻤죠. 기쁜 마음으로 인터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라고 마음을 꺼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계속 작품을 해 나갈 텐데, 어떻게 보면 인연이 된 것이잖아요. 저도 제 이야기가 어떻게 나갈지 기사를 찾아보게 될 것이고, 기자 분들도 제가 다음에 또 무엇을 한다고 하면 찾아보실 것 아니에요?(웃음)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도 생기면서, 좀 더 제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게 됐어요. 이 3일의 시간이, 전 좋았어요."



'두 남자'가 개봉한 2016년부터 2021년 지금까지, 또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후에도 최민호는 샤이니 앨범 활동과 더불어 영화 '궁합'(2018) 특별출연, '인랑'(2018) 등 스크린 활동을 이어갔고, 2019년 4월 해병대에 입대하며 국방의 의무를 마쳤죠. 입대 후 최민호의 모습은 또 다른 영화 주연작이었던 '장사리:잊혀진 영웅들'(2019)을 통해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입대 전까지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했던 최민호는 해병대 입대로 '열정남'이라는 애칭의 진가를 몸소 보여줬죠. 전역 전 휴가를 반납하고 호국훈련에 참가하는 등 성실한 군 생활로 주목받으며 지난 해 11월 만기 전역했습니다. 전역 후에는 본업인 가수로 다시 돌아와 지난 달 정규 7집 'Don't Call Me'를 발매하고 샤이니 민호로 무대 위에서 '불꽃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죠.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에 경찰 역으로 특별출연하며 연기에도 복귀했습니다.

연예계에 첫 발걸음을 들였던 열여덟 살부터 시행착오 속 진짜 자신을 찾아갔던 20대, 그리고 30대가 된 지금의 시간까지 남부럽지 않은 열정을 그대로 간직한 최민호가 보여줄 다채로운 또 다른 얼굴들이 궁금해지는 시간입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영화 스틸컷, 엑스포츠뉴스DB, 해병대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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