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8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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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조추첨, 3번 시드에 달렸다.

기사입력 2005.12.08 07:38 / 기사수정 2005.12.08 07:38

손병하 기자
10일(한국시각, 새벽 4시 30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2006 독일 월드컵 본선 조추첨에 앞서 발표된 시드 배정에서 참가국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점 때문에 4그룹으로 밀려 강호들과의 경기를 피할 수 없게 된 미국이나, 지난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아 3그룹으로 추락한 네덜란드, 그리고 '대륙별 안배 원칙'에 의해 4그룹까지 밀려난 한국과 일본 등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1그룹 탈락설에 휩싸였던 프랑스와 북중미의 약팀을 상대로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멕시코도 이변 없이 1그룹에 포함되면서, 최소한 우승후보들과의 전면전은 피할 수 있게 되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또, 월드컵 랭킹 8위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1그룹에 포함된 이탈리아도 가슴을 쓸어내리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이번 시드 배정은 톱시드를 받은 8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에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유럽의 강호들이 포진 한 3번 시드의 국가들이 어떤 변수로 작용하느냐가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톱시드가 아닐 바에 몇 번 시드냐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조추첨의 희비, 문제는 3번 시드

10일 열릴 조추첨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언론과 축구팬은 이번 시드 배정을 기초로 하여 자신들이 속한 국가의 조편성을 예상하며 분주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톱시드에서는 개최국 독일과 '우승후보 0순위'인 브라질이 기피대상 1호로 꼽히고, 2번 시드에서는 디디에 드록바가 이끄는 코트디부아르와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도깨비 팀 호주가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3번 시드에서는 어느 팀 하나 만만하지 않지만, 네덜란드와 체코 스웨덴 등을 피하고, 스위스나 폴란드 정도와 한 조가 되길 바라는 나라들이 많다. 비교적 약체로 평가되는 4번 시드지만, 2002년 월드컵 4강에 FIFA가 산정한 월드컵 랭킹에서 11위에 오른 한국도 다른 국가들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대이다. 또, 미국과 일본도 상대하기 쉽지 않은 팀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실상 우승 후보가 포진한 톱시드와 유럽 강호들이 즐비한 3번 시드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한국도 10일 열리는 본선 조추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많은 팬이 꼽는 최상의 조는 톱시드의 멕시코 2번 시드의 앙골라 3번 시드의 스위스나 폴란드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사실상 각 조에서 모두 해볼 만한 상대라고 평가되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팀과 한 조가 돼도 예선리그 통과는 힘겨울 수 있다. 전력의 편차가 크지 않은 팀들끼리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이 발생한다면, 2승 1패를 하고도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도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앙골라가 전 패를 하고 멕시코 스위스 한국 등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모두 2승 1패씩을 기록 한다면, 승점이 같은 상위 3팀은 골 득-실, 다득점, 최소 실점 등의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

또, 톱시드의 멕시코를 코웃음 칠 네덜란드나 체코 등이 3번 시드로 포함되면 더 난감해진다. 2번 시드에서도 호주나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이 포함되면 조 2위를 장담키도 힘겨운 상황이 발생한다.

환상의 조 편성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톱시드의 어떤 나라와 같은 조에 편성되느냐가 아니라, 2번과 3번 특히 3번 시드의 어떤 나라와 한 조가 되느냐에 달렸다. 톱시드에서도 극강으로 분류되는 브라질과 같은 조가 되더라도 2번과 3번 시드에서 해볼 만 한 팀과 짝을 이룬다면 토너먼트 진출의 가능성은 한 층 커진다.

그럼 점을 미루어 볼 때, 역시 3번 시드에서 기피대상은 네덜란드-체코-우크라이나-스웨덴-포르투갈-크로아티아-폴란드-스위스 순이다. 더군다나 네덜란드 체코 우크라이나 스웨덴 등이 이탈리아 프랑스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과 한 조가 되고 그 조에 우리가 낀다면 역대 최악의 조편성이 나올지도 모른다.

역대 월드컵 조편성에서 '행운'은 없었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추첨의 혜택을 누려본 적이 없다. 처녀 출전이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는 당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헝가리를 비롯하여 서독과 터키와 한 조가 되어 2전 전패(서독과의 최종전은 서독이 진출 확정, 한국 탈락 확정으로 치러지지 않음) 16실점-0득점의 수모를 겪으며 돌아서야 했었다.

32년 만의 외출이었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불가리아라는 역사상 최악의 조편성을 기록, 선전했지만 1무 2패로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스페인 우루과이 벨기에와 한 조가 되면서 유럽 2개국과 또다시 한 조가 되는 불운을 비켜가지 못했고,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도 독일과 스페인이라는 두 유럽의 거함들과 싸워야 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같은 조에 편성 되어 0-5의 참패를 기록했고, 이 대회에서도 역시 유럽인 벨기에와 북중미 챔피언인 멕시코마저 같은 조에 편성 되었었다. 지난 2002년 한, 일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톱시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과 폴란드 같은 유럽 2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되었었다.

시드 배정에 따란 어느 정도 유, 불리는 있겠지만, 10일 이루어지는 조추첨 자체가 본선 대회에서의 성적을 가늠하는 것은 아니다.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세계적인 강호 아르헨티나 이탈리아의 진땀을 빼는 명승부를 펼쳤는가 하면,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강호 스페인과 무승부를 이루고 우승 후보였던 독일을 침몰 일보직전까지 밀어붙였었다.

또, 2002년 대회에서는 포르투갈과 폴란드 미국이 속한 D 조에서 예선 1위로 통과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며,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물리치며 4강까지 올랐었다.

이렇듯, 조편성이 본선에서의 성적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10일 조추첨의 결과에 따른 참가국들의 희비는 분명 나누어 질 것이다. 10일, 한국에겐 어떤 운명의 여신이 다가올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눈과 귀가 독일 라이프치히로 쏠려 있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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