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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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결산] 손연재, 韓리듬체조의 꽃봉오리 피우다

기사입력 2010.11.30 08:25 / 기사수정 2010.11.30 08:2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는 한국선수들에겐 '미지의 종목'이었다. 국내 선수들은 도저히 도전할 수 없는 어려운 종목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휩쓸고 있는 리듬체조는 길고 유연한 체격조건을 필요로 하는 특징이 있다.

김지희(42) 리듬체조 국가대표 코치는 "리듬체조는 유럽인들의 종목이며 세계정상권에 도달할 때까지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인내심이 필요한 스포츠다"라고 강조했다.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 리듬체조의 가능성을 재확인시킨 이는 신수지(19, 세종대)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한 신수지는 14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화려한 기술과 함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종목인 리듬체조는 동유럽 국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동양인들의 몸짓과 연기는 리듬체조 강국인 러시아나 벨라루시 선수들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도 깊어졌다.

하지만, 올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손연재(16, 세종고)는 이러한 우려를 딛고 일어섰다. 지난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손연재는 32위에 머물고 말았다. 처음으로 출전한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였지만 세계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이번 아시안게임 개인전 메달도 불투명했다. '아시아 최강자'인 안나 알랴브예바(17, 카자흐스탄)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율라야 트리피모바(20, 우즈베키스탄)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과 중국 선수들의 급부상도 손연재를 견제하고 있었다. 방법은 오로지 하나였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실수 없이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결선에 진출한 손연재는 '강심장'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줄, 후프, 볼, 리본 종목에서 깨끗한 연기를 펼쳤다.

지난 27일 귀국한 손연재는 "개인전에서 실수 없이 경기를 한 점에 만족하고 있다. 아깝게 메달을 놓친 단체전은 안타까웠지만 개인전이 열린 날은 마음을 털어버리고 그날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손연재는 알랴브예바와 트리피모바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동메달 경쟁자인 마리나 페트라코바(카자흐스탄)를 제치고 당당히 시상대에 올라섰다.

5살 때부터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기본기가 탄탄한 점이 장점이다. 리듬체조를 계속 할 수 있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손연재의 훈련을 후원하는 스폰서의 지원을 받으면서 운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광저우 현장에서 손연재를 지켜본 대한체조협회 서혜정(48) 리듬체조 경기부위원장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 달 동안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은 점이 좋은 성과로 나타났다. 세계선수권과 비교해 한층 급성장해 있었다. 무엇보다 실수 없이 연기를 마친 점이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비록, 메달의 색깔은 금빛이 아닌, 구릿빛이었지만 한국 리듬체조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손연재의 동메달 획득은 금메달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척박한 한국 리듬체조를 생각할 때, 금방 봉우리가 터진 꽃망울과 같았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감은 오히려 선수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이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손연재는 앞으로 성장해나갈 시간이 한참 남았다.

서혜정 부위원장은 "(손)연재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주는 것보다 최소한 2년 동안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고의 연기를 펼치는데 풍부한 국제경험이 필요한 리듬체조는 적잖은 시간을 요구한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은 손연재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많은 손연재는 이제 겨우 출발선을 지나 산봉우리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

[사진 = 손연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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